日 원전 사태는 결국 ‘人災’...어쩌다 이 지경까지

입력 2011-04-12 10:19 수정 2011-04-12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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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시마 원전사태 ‘레벨 7’...체르노빌 등급으로

동일본 대지진으로 인한 후쿠시마 제1 원자력 발전소 사고가 결국 옛 소련의 체르노빌 원전 사태와 맞먹는 최악의 지경에 이르렀다.

일본 정부는 12일 후쿠시마 원전 사고에 대한 평가 수준을 국제원자력사고등급(INES) 중 최악인 ‘레벨 7’로 격상했다. 지금까지 방출된 방사성 물질의 양이 ‘레벨 7’의 기준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이는 사태 초기,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체르노빌 수준으로까지 가지 않을 것이라던 전문가들의 견해와 배치되는 결과여서 ‘인재(人災)’라는 비난을 면치 못할 것으로 보인다.

동일본 대지진 발생 직후인 지난달 13일 후쿠시마 원전에 노심용융이 발생했다. 노심용융은 원자로의 냉각장치가 고장나 이상 고온으로 연료인 우라늄이 용해돼 원자로의 노심부가 녹아 내리는 현상이다.

노심용융이 일어나면 열을 받은 핵연료가 보호용기를 통해 녹아 내리면서 물을 증발시켜 방사능 증기를 대기 속에 방출하게 된다. 이것이 이른바 ‘방사능 공포’의 원인이다. 1979년 미국 스리마일섬 원전 사고와 1986년 체르노빌 사태도 노심용융에서 비롯됐다.

후쿠시마 원전 사태 초기에 일부 전문가들은 노심용융이 발생한다 해도 체르노빌 원전 사고 수준으로는 확대되지 않을 것이라고 낙관했다.

일본 원전의 노심은 강철로 된 격납용기로 뒤덮여 있는데다 원자로 냉각을 위해 하루 수천t의 냉각수가 투입되고 있어 조기에 원자로의 열을 식힐 수 있다는 막연한 확신때문이었다.

플로리다 주립 대학의 원자 물리학자인 커비 켐퍼 박사는 “연료봉이 녹지 않는 한 괜찮을 것”이라며 “다만 노심에서 기체 압력이 높아지면 격납용기에 균열이 생겨 방사성 물질의 대량 누출로 연결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사태 확산을 우려하던 일본 정부와 운영업체인 도쿄전력도 낙관론에 무게를 뒀다.

하지만 당시 후쿠시마 원전에서는 이미 체르노빌 사태의 전조가 나타나고 있었다. 노심용융은 이미 시작됐고, 방사성 물질 누출이 우려되면서 원전 인근에 사는 주민들에 대피령이 내려졌다.

방사성 물질 누출로 인한 환경 오염도 마찬가지다. 당시 전문가들은 체르노빌 사태와 같은 환경오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체르노빌 원자로에는 핵분열 반응의 주요소인 중성자의 속도를 떨어뜨리기 위해 탄소가 사용됐고 탄소에 불이 붙으면서 방사성 매연이 발생해 그것이 바람을 타고 먼 곳까지 확산됐는데, 후쿠시마 원자로에는 탄소가 아닌 물이 사용되고 있어 방사성 매연이 방출될 위험은 낮다는 이유에서다.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다. 방사성 물질은 미량이나마 이미 지구를 한 바퀴 돌았고, 바다 건너 한국에서는 방사성 비까지 내렸다.

후쿠시마 원전 사태는 모든 것이 예견된 것이었음에도 사태 초기 안일한 대응과 실수가 빚어낸 최악의 인재라 해도 과언이 아니라는 이야기다.

결국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은 체르노빌 원전 사고에 맞먹는 사고를 낸 주범이라는 오명을 뒤집어 쓰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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