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자살..KAIST 구성원 '충격'

입력 2011-04-07 2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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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입학한 학생이 휴학한 지 하루 만에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이 또 다시 발생하자 대전에 있는 한국과학기술원(KAIST)은 충격에 휩싸인 상태다.

7일 KAIST 등에 따르면 이날 오후 1시20분께 인천시 남동구 만수동의 한 아파트 1층 현관 앞 아스팔트 바닥에서 KAIST 휴학생 박모(19)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한국과학영재고 출신 학생으로 KAIST 2학년인 박씨는 지난 6일자로 학교를 휴학한 상태였다.

경찰은 박씨가 휴학 신청을 하면서 학교에 우울증 진단서를 제출했고 아파트 21층 복도에서 박씨의 점퍼와 지갑이 발견된 점으로 미뤄 박씨가 뛰어내려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고 정확한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앞서 지난달 29일에도 서울 서초구 잠원동의 한 아파트 주차장에서 이 학교 4학년 장모(25)씨가 숨진 채 발견되는 등 올해 들어서만 KAIST 학생 4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지난 1월 전문계고 출신인 '로봇 영재' A(19)씨가 숨진 것을 시작으로 2명의 과학고 출신에 이어 또 영재학교 출신 학생마저 스스로 목숨을 끊자 KAIST 내부 구성원은 충격을 넘어 패닉상태까지 보이고 있는 모습이다.

박씨가 숨진 사실을 경찰로부터 전해 들은 서남표 총장은 이례적으로 긴급 기자회견을 자청해 "지금의 상황에 대해 국민 여러분께, 학부모님들께, 학생들께 머리 숙여 죄송하다"며 사과문을 발표했다.

서 총장은 "저를 비롯한 KAIST 구성원은 엄청난 충격에 휩싸여 있으며, 말로는 형언할 수 없는 슬픔과 애통함을 느끼고 있다"며 "총장으로서 너무나 비통하고 시간을 되돌릴 수만 있다면 어떠한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이 일을 되돌리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고 말했다.

이어 "연이은 사건으로 지금 KAIST는 개교 이래 최대의 위기를 맞고 있다"며 "학생들이 더 자유롭고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한 근본적인 대책들에 대한 논의가 마무리되어 가는 시점에서 이런 비극적인 사건이 벌어져 너무나 안타까운 마음이다"고 덧붙였다.

박씨가 소속된 수리과학과의 김동수 학과장은 "과학영재고 출신으로 1학년때 2학년 전공수업을 들었어도 B학점 이상을 받는 등 성적 때문에 비관하는 모습은 없었다"며 "어제 찾아와 우울증 때문에 휴학하겠다고 해서 상담을 했었는데, 이런 불상사가 발생해 안타깝다"고 말했다.

올해 들어 네번째 학생의 자살소식이 인터넷과 학내 커뮤니티사이트 등을 통해 알려지자 KAIST 구성원들은 추모글을 잇따라 올리는 등 학교 전체가 충격과 함께 침울한 분위기에 빠졌다.

학생들은 "더 이상 이런 슬픈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 "벌써 네번째 이런 일이 발생하다니 마음이 아프다", "부디 지금 이 세상보다 나았으면 좋겠다", "고인의 명복을 빈다"는 등의 글을 올렸다.

한 구성원은 "지나치게 공부 위주의 인간으로 만들려다 보니 이런 불상사가 생기는 것"이라며 "영어로 수업 하는 거 못 따라가는 사람들은 암담하다. 공부도 좋지만, 인간이 어떻게 행복하게 잘살 수 있는지를 가르치라"며 서남표 총장 취임 이후 추진된 100% 영어 강의 진행을 한 요소로 꼽았다.

한편, 지난 6일 오후 한 3학년 학생이 '카이스트의 진정한 주인은 바로 우리 사천학우다'라는 제목의 대자보를 학생식당 앞 게시판에 붙여 학생들이 처한 상황을 적나라하게 표현하는 등 서남표 총장 취임 후 추진중인 일련의 개혁정책에 대해 반감을 드러내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이 학생은 "학점경쟁에서 밀려나면 패배자 소리를 들어야 하고 힘든 일이 있어도 서로 고민을 나눌 여유조차 없다"며 "이 학교에서 우리는 행복하지 않다"고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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