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조삼모사’식 기름값 인하

입력 2011-04-05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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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솟는 물가를 잡지 못해 안절부절못하던 정부가 오랜만에 미소를 머금었다.

정유업계 맏형인 SK에너지가 총대를 메고 지난 3일 사상 초유로 ℓ당 100원의 휘발유·경유 소비자 가격을 인하키로 했기 때문이다. GS칼텍스도 인하 방침을 발표했고, 에쓰오일, 현대오일뱅크도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물론 소비자들도 당장은 반길만한 일이다. 정부 입장에서는 기업에 대한 압박이 먹히면서 국민들에게 할 말이 생겼다. 기업 입장에서는 대국민 이미지 제고는 물론 정부의 요구에 부응, 일단은 추가 압박에 대한 부담을 덜게 됐다.

그러나 이런 상황을 마냥 반겨도 되는 것일까. 시장경제 논리로 좀 더 냉정하게 바라본다면 답은 쉽게 찾을 수 있다. 우선 분명한 것은 SK에너지의 기름값 인하가, 누가 봐도 자발적이 아닌 시장경제 논리를 무시한 정부의 압박에 마지못해 내린 결정이라는 점이다. 또 가격 인하가 3개월 동안 한시적이라는 부분도 눈여겨봐야 한다.

국제 휘발유 가격이 계속해서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등 원가상승 요인이 있음에도 가격을 인하할 경우 7월 초 이후 억눌렸던 기름값은 어떤 식으로든 반영될 수밖에 없다. 지난해 여름부터 가격을 묶어온 철강업계가 원가인상 부담을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조만간 주요 철강제품을 t당 10만원 이상씩 올리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과 같은 예다. 게다가 7월 이후에는 인상을 연기했던 지방자치단체들이 공공요금을 줄줄이 올릴 예정이다. 하반기에는 상반기와 비교할 수 없는 ‘물가폭탄’이 터질 수 있다는 얘기다.

눈앞의 결과에 기뻐하는 정부의 모습은 ‘조삼모사’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정부는 웃고 있지만, 이런 모습을 바라보는 국민은 한탄하고 있다. 국민의 한탄은 ‘기업의 협조에 정부도 적극 반응하라는 압박’이라는 사실을 정부는 깨달아야 한다. 이는 바로 유류세 인하 등 정부도 뼈를 깎는 고통에 동참하라는 압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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