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승희의 중국여행]칭다오 “소나무숲 거닐면 어느새 바다…대도시 자연 감동”

입력 2011-03-28 1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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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글자글 주름진 산맥, 푸른 숲, 유유히 흐르는 강물, 광활한 바다. 상상만으로 벌써 시야가 탁 트인다. 가슴속이 뻥 뚫리는 기분이 든다. 그래서 남몰래 속 끓이는 일이 있을 때나 스스로 홀로 감내하고 싶은 무언가가 있을 때면, 우리는 자연은 찾는다. 있는 그대로, 드넓게 펼쳐진 자연을 가만히 서서 한동안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큰 위로를 받곤 한다.

자연이 인간에게 주는 위안과 감동은 실로 대단한 것이다. 그래서 어쩜, 내게 이런 고정관념이 생겼는지 모르겠다. ‘아무렴, 대도시에서는 절대 불가능하지!’ 라는. 그것도 천편일률적 생김새의 중국 대도시라면 더더욱! 그런데 요런 내 생각이 틀렸다는 것을 칭다오가 증명해냈다. 도시에도 나름의 독특한 생김새가 있고, 자연에서처럼 한가롭게 거니는 ‘산책여행’이 가능하다는 것을.

바다와 하늘의 그 경계가 모호할 정도로 온통 푸르른 칭다오는, 1898년에는 독일의 조차지로, 1914년 제1차 세계대전 당시에는 일본에 점령당했었다. 그 뼈아픈 역사가 지금 칭다오만의 ‘이국적’ 풍경과 정취를 만들어냈다. 그래서 매년 여름이면 중국 내·외를 가릴 것 없이 휴양인파가 몰려든다. 칭다오를 세계만방에 알린 ‘칭다오맥주’. 그 맥주축제가 열리는 8월 둘째주 전후에는 변변한 호텔 방 한칸 잡기조차 쉽지 않을 정도라니, 말 다했다.

하지만 그 때만큼은 피해서 가라, 권하고 싶다. 내가 말하는 칭다오의 매력은 거기에 없다. 바다와 아우러진 도시를 ‘물 흐르듯 산책’ 하는데 비로소 칭다오만의 특별함이 있다.

그 첫 번째 장소는 5·4광장이다. 광장에 들어서기 전 저 멀리서부터 한눈에 들어오는 것이 있다. 붉은빛의 철근조각상이 마치 훨훨 타오르는 횃불 같다. ‘오월의 바람(五月的風)’이라 이름 붙인 그 조각상을 바라보노라면, 나는 ‘루쉰’ 선생이 떠올랐다. 1919년 5월 4일 베이징에서 일어난 중국 민주화의 바람이 내게도 전해지는 것 같다. “청년들아, 나를 딛고 오르거라!” 카랑카랑한 음성으로 외치는 루쉰 선생이 옆에 계신 것 같다. 넓고 한적한 광장을 거닐며 바라보는 바다 또한 아름답다. 가만 서서 바라보고 있어도 마냥 좋다.

온종일 산책만 해도 기분 좋은 풍경이 칭다오에는 정말 많고 또 많다. 그 중에서도 팔대관경구(八大關景區)는 단연 최고. ‘만국건축 박람회’라 불릴 만큼 독일, 러시아, 덴마크, 스위스 등 20여 개국의 건축양식을 만날 수 있을 뿐 아니라, 사시사철 푸르름을 자랑한다. 소나무 숲을 따라 거닐다 보면 어느새 바다와 맞닿는다. 그리고 해변을 따라 조성된 산책로가 끝없이 이어진다. 자그마치 그 길이가 40km라니, 소머즈나 백만불의 사나이가 아니고서는 하루 만에 다 걷기란 불가능하다.

해질녘 신호산에서 바라보는 노을은 또 얼마나 아름다운지. 사람은 압도하는 규모는 없다. 오히려 아기자기한 도시풍경 그 자체가 매혹적이다. 정형화된 관광지로서가 아니라 사람 냄새나는, 사람 사는 풍경이 나를 감동케 한다. 붉게 물든 바다와 하늘, 붉은 지붕으로 뒤덮인 칭다오가 오랫동안 기억에 남았다.

‘무엇을 찾아 해야’ 좋은 여행지가 있다면, ‘무엇을 하지 않아도’ 그저 좋은 곳이 있다. 칭다오는 후자다. 칭다오에서 여행자가 할 일이라고는, 아름다운 산책로를 따라 걷고 또 걸어보는 것. 다정하게 이야기를 나눌 누군가와 함께라면 그 누군가의 말에 온 귀와 온 마음을 기울여보는 것. 그리고 바다가 들려주는 무언의 메시지를 찾아보는 것이다. 어디, 칭다오의 바다가 정말 궁금하지 않은가? 숲을 걸을 때와는 색다른 감동이 당신을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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