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정아 “정운찬, 밤늦은 시간 호텔로 불러내”

입력 2011-03-22 17:15 수정 2011-03-22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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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운찬, 겉으로만 고상할 뿐 도덕관념은 제로”

정운찬 전 총리가 정치권을 넘어 이슈 메이커로 떠올랐다. 초과이익공유제로 재계 및 지식경제부와 설전을 벌인데 이어 분당 출마 여부는 그를 권력투쟁의 회오리로 몰아넣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변양균 전 청와대 정책실장과의 밀월로 큰 파문을 일으켰던 신정아 씨가 22일 정 전 총리와의 관계를 털어 놓으면서 그를 더욱 곤경에 빠지게 만들었다.

신씨는 이날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자전적 에세이 ‘4001’(사월의책 펴냄) 출간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4001’은 신씨가 2007년 10월부터 2009년 4월까지 1년 6개월간 복역하며 가슴에 달았던 수인(囚人) 번호다.

신씨는 이 책에서 정운찬 전 총리가 서울대학교 총장으로 재직하던 시절 서울대학교 미술관장과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교수를 제안한 사실과 배경에 대해 구체적으로 말했다. 특히 이 과정에서 정 전 총리가 신씨에게 지속적으로 사적인 만남을 강요, 나아가 연인 관계를 요구한 정황을 폭로해 진실공방으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정 전 총리는 이전 신씨와의 관계에 대해 “미술관 운영에 관해 조언을 받기 위해 만나본 미술계 관계자 중 하나였을 뿐 미술관장 후보로 거론된 적도 없다”면서 “처음 만난 30대 초반 인물, 그것도 사립미술관 큐레이터를 몇 년 한 것 외에는 별다른 경력도 없는 사람한테 200억 원짜리 서울대 미술관의 관장 자리나 교수직을 제의한다는 게 상상이 되느냐”고 해명한 바 있다.

그러나 신씨의 설명은 다르다. 그에 따르면 두 사람은 2005년 초여름 ‘갤러리 인’을 운영하고 있는 지인의 소개로 서울대학교 총장실에서 처음 만났다.

신씨는 “(이 만남 이후로) 정 총장은 (서울대 미술관에는) 나이 많은 관장보다는 젊고 추진력 있는 내가 적격이라고 했다”면서 “당시 미술사 전공 교수도 한 사람 필요한 상황이니, 교수 임용과 동시에 미술관을 맡기면 내 나이가 어려도 문제될 게 없을 거라고 했다”고 전했다.

신씨는 이어 “어찌 되었건 서울대 미술관 개관을 책임진 정 총장이 나를 유일한 대안이라고 하니 정말이지 기쁜 일이었지만, 일이 급속도로 진행되는 것은 부담스러웠다”고 당시 심경을 토로했다.

신씨는 또 정 전 총리가 이성적으로 접근, 심지어 집적거린 사실까지 책을 통해 폭로했다. 그는 “언론을 통해 보던 정 총장의 인상과 실제로 내가 접한 정 총장의 모습은 너무나 달랐다”면서 “겉으로만 고상할 뿐 (정 총장의) 도덕관념은 제로였다”고 털어놓았다. 상황도 구체적이다.

신씨는 “정 총장이 밤늦은 시간에 만나자는 것을 매번 거절하는 것이 죄송해서 처음에는 점심 때 뵙자고 여러 번 완곡하게 말씀드렸지만, 정 총장은 낮에는 일정이 너무 바빠 저녁식사 후에나 가능하니 그 시간에 만나자고 했다”면서 “만나자는 장소는 대개 (방배동 근처) 팔레스 호텔에 있는 바였다”고 밝혔다.

신씨는 곤혹스러운 상황에 대해서도 구체적으로 정황을 설명했다.

“정 총장은 안주 겸 식사를 시켜놓고서, 필요한 자문을 하는 동안 처음에는 슬쩍슬쩍 내 어깨를 치거나 팔을 건드렸다. 훤히 오픈되어 있는 바에서 시중드는 사람들이 수시로 오가는 마당에 그 정도를 성희롱이라고 할 수도 없었고 불쾌한 표정을 짓기도 애매한 상황이었다.

이상한 것은 그렇게 수십 분 정도를 견디다 보면,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이 여러 사람들이 정 총장을 만나러 몰려오는 것이었다. 내가 늘 저녁자리를 빨리 빠져나가자 정 총장은 나와 먼저 시간을 보내다가 다른 사람을 만나려는 것 같았다.

한국은행 사람들이나 서울대 교수들, 심지어는 신기남 국회의원까지 동석을 한 적이 있었다. 정 총장은 그렇게 사람들과 어울리다가 다른 일정이 있다면서 먼저 자리를 떠서는 곧장 밖에서 다시 나에게 연락을 해오는 것이었다.” (101~102쪽)

신씨는 “(이런 상황을 견디다 못해) 고민 끝에 서울대 교수직과 미술관장 제의를 거절했다”며 “서울대에 가게 되면 (정 총장과) 사적으로 공적으로 더욱 얽히게 될 테니 깔끔하게 정리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 전 총리의 접근은 이후에도 계속됐다. .

“(서울대 자리를 거절하고 나서) 팔레스 호텔에서 만났을 때는 아예 대놓고 내가 좋다고 했다. 앞으로 자주 만나고 싶다고 했고, 심지어 사랑하고 싶은 여자라는 이야기까지 했다. 그날 내가 앉아있는 자리에서 정 총장은 차마 표현하기 어려운 돌발행동을 내 앞에 보여주었는데, 그렇게 공개적인 장소에서 서빙하는 아가씨의 눈치를 보아가며 한 행동이었으니 술에 취해 실수하는 것이라고 볼 수도 없었다. 웬만하면 서로 껄끄럽지 않게 마무리하고 싶었지만, 나는 정말이지 참을 수가 없어서 자리를 박차고 나와 버렸다.” (104쪽)

신씨는 이후 이른바 신정아 스캔들로 검찰 조사를 받던 과정을 회고하며 “(검찰조사 과정에서) 정 총장은 내게 서울대 교수직을 제안한 일이 전혀 없다고 딱 잘라 부인을 했다”며 “검찰이 확보한 통화 기록에 정 총장과의 통화 사실이 수도 없이 드러나 있었고, 그 중에는 정 총장이 잇달아 여러 통의 전화를 했는데 내가 전혀 받지 않은 기록들도 나와서 검찰이 당황해했다”고 회고했다.

신씨는 그러면서 정 전 총리의 해명에 대해 느낀 감정도 털어놓았다.

“내 사건이 터진 후 정운찬 당시 총장은 스스로 인터뷰에 나와서, 나를 만나본 일은 있지만 서울대 교수직과 미술관장직은 제의한 적은 결코 없다고 해명을 했다. (중략) 정 총장의 인터뷰를 보면서 나는 실소가 나왔다. 서울대 교수직이나 관장직 얘기는 둘째 치고, 자신의 이름이 전혀 언급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저렇게 먼저 내 문제를 스스로 들고 나와서 극구 부인하는 모양이, 켕기는 것이 있으니 저러는 게 아닌가 싶었다.” (97~98쪽)

이 같은 사실이 전해지자 여권의 당혹스러움은 극에 달했다. 한 중진의원은 이날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신정아씨가 정운찬 논란에 종지부를 찍었다”면서 “상처가 너무 깊어 정치적 재기는 불가능할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정 전 총리는 오는 2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리는 한국경영혁신중소기업협회 초청 특강에 불참을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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