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성찬의 그린인사이드] "혹시 '물안개를 아시나요"

입력 2011-03-14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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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는 유독 에티켓과 매너를 중시하는 게임이다. 이제는 삼척동자(三尺童子)라도 알만한 골프매너. 그런데 문제는 알면서도 지켜지지 않는 것이 에티켓과 매너가 아닌가 싶다.

이는 골퍼는 부처나 공자나, 예수가 아닌 범인(凡人)이므로. 사실 일반 골퍼는 때로 미스샷에 화도 내고, 캐디에게 짜증도 부리고, 동반자에게 립 서비스나 립 펀치도 날려야 재미가 있다. 주의할 것은 도(道)를 지나치지 말아야 한다는 것. 화근(禍根)은 반드시 넘치는데 있다. 과(過)하면 동반자에게 불쾌감을 주거나 피해를 입힌다.

‘심조불산 수군용인’이라고 중얼거리고 드라이버 샷을 날린다. 동반자 3인은 18홀이 끝날때까지 이말이 무슨말인가 궁금해 볼이 잘 안 맞는다. 별것도 아닌데. 봄이 되면 산불조심하라는 용인군수의 말이다. 그냥 거꾸로 했을 뿐.

사실 이말을 들은 캐디도 궁금하긴 마찬가지. 캐디의 사전적 의미는 경기자의 클럽을 운반하거나 그린에서 깃대를 잡는 등 플레이어를 보조하는 사람. 골퍼에게 캐디는 중요하다. 5시간 안팎을 동행한다. 이 때문에 서로 좋은 사람을 만나길 원한다. 캐디를 잘못 만나면 그날 게임을 망치기도 한다. 하지만 캐디만 탓할 일은 아니다. 모든 것은 플레이어의 책임이다.

따라서 캐디 역시 좋은 골퍼, 매너가 괜찮은 골퍼를 만나야 그날 기분이 좋고 일도 잘 된다. 캐디로서 행복한 날이기도 하다.

하지만 세상살이가 어디 그런가. 얼굴과 생김새가 각양각색(各樣各色)이듯 골퍼들도 마찬가지. 에티켓을 잘 지키며 ‘매너짱’인 골퍼가 있는가 하면 ‘매너꽝’인 골퍼들도 헤아릴 수 없이 많다.

지금은 없어졌지만 이전에는 매너가 좋지 않은 골퍼의 골프백에는 캐디만이 알 수 있게끔 별(★)표시를 해놓기도 했다. 별이 많은 골프백을 가진 골퍼가 나타나면 서로 백을 매지 않으려고 했다. 특히 이런 골퍼를 만나는 날은 각별히 말조심, 행동조심을 해야 했다.

그런데 최근 캐디들은 골퍼들을 직접적으로 비난하기보다는 은어적(隱語的) 약어(略語)로 그들만의 대화를 나눈다. 아마도 골퍼들에게 불만표시를 나타내기도 하고 스트레스를 푸는 모양이다. 골프장에서 속삭이는 캐디들만의 언어들을 골라보았다. 대부분 끝의 단어가 욕설이다. 지면상 표기하지가 뭣해 X표시로 남겨 놓았다. 이투데이 독자들의 상상력에 맡기면서.

1.택시 : 캐디가 라인도 알려주고 치는 방향도 잡아줬는데도 불구하고 자기 멋대로 스트로크 해놓고 엄청나게 빗나간 경우를 가리켜 “택도 없다 X벌놈아””라는 뜻으로 ‘택시’라고 한다. 또는 그린에 한참 못 미치게 쳐 놓고도 “언니(묘하게도 골프장에서 캐디를 언니라 부른다), 내 볼 올라갔지” 하고 물어보는 골퍼에게 하는 말이다.

2.버스 : 앞팀을 빨리 쫓아가야 하는데 잃어버린 볼을 찾느라고 늑장을 부리는 골퍼에게 “버리고가 X벌놈아”라는 뜻의 ‘버스’라는 표현을 쓴다. 5분이 지나서 찾으면 2벌타.

3.MS : 마이크로소프트의 약자가 아니다. 그린에서 기브나 오케이(OK) 받을 거리도 아닌데 그냥 볼을 집고 당당히 홀아웃하는 경우에 쓰는 용어로 ‘MS’라는 말을 쓴다. “마크해 X벌놈아”라는 뜻.

4.집시 : 볼을 OK받을 거리에 붙이기도 했고, 앞팀과 많이 벌어져 빨리 진행해야 하기 때문에 OK를 줬는데도 악착같이 퍼팅하는 경우에 “집어 X벌놈아”라는 뜻.

5.물개 : 자기 눈으로 볼이 그린에 올라간 것을 보고도 자랑하느라고 “내 볼 올라갔지?” 하고 물어보는 골퍼에게 하는 말. “물론이지 X쉐이야”

6.장미 : 8번아이언 달랬다가 9번으로 바꾸고 잠시 후에 다시 8번 달라는 골퍼에게 하는 말. “장난하냐, 미친X아"

7.물안개 : 티박스에 서서 “언니 어디보고 쳐”서부터 그린 앞까지, 벙커까지, 해저드 넘기려면 거리가 얼마나 되느냐고 계속 물어보는 골퍼에게 하는 말. “물어보지마. 안 가르쳐줘 X쉐이야 "

8.물안개 : 동반자들이 OB가 났으니 OB티에서 치라고 하자 이에 아랑곳없이 “언니, 멀리건을 주면 안 될까”하고 동점심을 유발한다. 뻔히 안 되는 줄 알면서 물어보는 골퍼에게 하는 말. “물론 안 돼지 X쉐이야”

9.아가씨 : 티에 볼을 올려 놓고 연습스윙을 5분씩이나 하는 골퍼에게 하는 말. “아직도 가라 스윙하냐 X벌놈아”

10.오바마 : 미국 대통령의 이름을 따 온 것. "오케이 바라지 말고 퍼팅해 X벌놈아"라는 뜻.

11.KBS :가라 스윙하지 말고 비켜 X벌 놈아.

12.MBC : 마크하고 비켜, X벌 놈아!!

13.SBS : 싸우지 말고 비켜서라.

14.CEO : X벌놈아 이것도 온(on)이가.

15.IOC : 이것도 온(on)이냐 X벌놈아.

어느 골퍼가 매혹적인 캐디에게 마음이 동해 수작을 걸면서 진달래(진짜 달라면 줄래)하고 야한 농담을 걸었다. 그랬더니 캐디가 하는 말이 걸작이다. 나이때별로 말이 다르다.

20대캐디 : 물안개 (물론 안되지 X쉐이야)

30대캐디 : 택시(택도 아이다 X벌놈아)

40대캐디 : 소주(소문 안내면 줄께)

50대캐디 : 양주(양껏 줄께 )

60대캐디 : 물안개(물 안 나와도 개안나)

70대캐디 : 물안개(물어보지도 안하나 X쉐이야)

이밖에도 약어로 사용하는 캐디들만의 대화가 적지 않다. 이것은 그저 그들만의 일상적인 은어일 뿐 무슨 악의가 있다거나 의도적으로 하는 말은 아니라는 것. 골퍼가 있기에 그들도 있는데 고객이 심한 욕설의 대상이야 되겠는가. 다만, 골퍼로서 품위를 잃지 말고 매너나 에티켓을 조금만 더 잘 지키자는 의미에서 만들어진 약어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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