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린고비가 되자”원가와의 전쟁중

정부 물가인상억제에 판매가 못 올려

-직원 절감 아이디어공모로 효과 톡톡

국제 원유가를 비롯한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면서 산업계가 원가 절감을 위해 마른 수건을 다시 쥐어짜고 있다.

원자재 가격 상승분을 ‘판매 가격 인상’을 통해 해결할 수 있지만 MB 정부의 잇따른 '프랜들리 서민·중소기업 정책'으로 원가인상분을 제품가격에 반영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이에 기업들은 직원들의 원가절감 아이디어를 모으는 등 비용 및 에너지 절감까지 짜내는 등 원가와의 전쟁에 나서고 있다.

◇원가절감 한계…그래도 줄인다

포스코 등 주요 철강사들은 이달 중 전기아연도금강판(EGI)과 용융아연도금강판(GI) 등 냉연제품 가격을 톤당 20만원 올리겠다는 방침을 정했다.

철강업체들은 석탄 현물가격은 3개월 전과 비교해 30% 가까이 급등했고, 철광석도 20% 가량 오른 것에 비하면 이번 철가제품 가격 인상분에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철강업체들은 원가절감을 통해 줄어든 이익을 확보하기 위해 비상경영 체제에 들어갔다.

포스코 관계자는 "'마른수건을 다시 짜는 각오로 그룹사까지 전사적으로 강도 높은 원가절감에 사활을 걸고 있다"고 말했다.

또 대부분 철강업체들이 기준가를 올리지 못하고 구매물량에 따라 관행적으로 일정액을 싸게 공급하던 할인제도를 없애고 이익 방어에 나서고 있다.

현대제철은 지난해 원가절감을 위한 태스크포스팀을 구성하고 총 3500억 원의 원가절감 목표를 세웠다. 경비성 예산 30% 절감은 물론 원부자재·에너지·물류·제품 등 각 사업 부문별로 원가절감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이같은 상황은 비단 철강업체들만의 문제가 아닌 산업계 전반의 문제다. 원유, 곡물 등 원자재가격은 폭등하는데 정부의 물가 상승 자제 압력으로 제품 가격을 올릴 수 없기 때문이다.

한진해운은 경제운항 체제를 도입·운영하고, 하역작업 시간을 최소화하는 등연료유(벙커C유) 절감에 나서고 있다.

현대상선 역시 고유가에 대비해 다양한 전략으로 대응해 나가고 있다. 선박 연료유를 인터넷 경매를 통해 구매할 수 있는 ‘인터넷 역경매 시스템’을 구축하고, 유가 상승분을 운임으로 보존받는 원가보상 방식의 장기운송 계약을 맺고 있다.

아시아나항공 등 항공사들은 고유가 시대에 맞춰 연료 소모량을 줄일 수 있는 경제속도로 항공기를 운항하기 시작했다. 이와 함께 항공기 이륙 중량에 따라 연료를 가장 적게 소모하는 경제 고도를 선택하고 있다.

◇원가절감 아이디어까지 짜내

자동차 업계는 신차 개발단계부터 수요와 주요 원자제 공급가 예측수치에 따라 완성품 가격을 책정하고 있다. 자동차 부품의 모듈화를 통해 원가절감에 나서고 핵심부품의 국산화를 서두르는 한편 생산 효율성 재고를 위해 각 파트별 불량률 감소를 위한 정기적인 직급회의를 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환율 대책을 세우듯이 원자재도 재고 물량을 상황에 맞게 조절해 대응하고 시설 부분의 고도화로 원가 절감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현대하이스코는 원가절감을 위해 '제안제도'를 도입함으로써 적잖은 성과를 올리고 있다. 제안제도는 임직원 개개인이 담당업무의 프로세스를 개선해 비용절감 효과를 이룰 경우 효과금액의 일부를 인센티브로 지급하는 것이다.

현대하이스코 직원들은 4년6개월간 총 3만6583건의 아이디어를 제안시스템에 등록했다. 이 중 검증작업을 거쳐 실질적이고 지속적인 개선효과가 있다고 판단된 3972건의 아이디어가 현재 각 생산공정과 경영활동에 적용되고 있다.

현대모비스는 지난해 직원들이 제안한 공정개선과 원가절감 아이디어를 통해 약 546억원의 생산성 향상 효과를 거둔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측에 따르면 지난 2008년에 처음 시작한 ‘직원우수제안’ 제도를 통해 지금까지 3년간 총 56만8872건의 아이디어가 접수됐으며, 누적 절감액은 웬만한 중견기업의 1년 매출에 해당하는 945억원에 달한다.

한 재계 관계자는 “원가절감을 위해 많은 제조업체들이 직원들 아이디어 활용에 적극적”이라며 "원가절감 노력은 모든 제조업의 숙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