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구조조정촉진법 연장 논란 재점화

입력 2011-02-14 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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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무유예'…채권단 100% 동의 어떻게 받나

효성그룹 계열 중견 건설회사인 진흥기업이 유동성 압박을 견디지 못하고 채권단에 채무상환 유예 등을 요청함에 따라 기업구조조정촉진법(기촉법) 연장 논란이 재점화되고 있다.

기촉법이 지난해 말 만료되면서 진흥기업에 대한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 추진 여부가 불투명해졌기 때문이다. 워크아웃이 무산될 경우 법정관리를 통해 경영 정상화를 추진해야 하지만 워크아웃과 비교해 시간이 많이 걸릴 뿐만 아니라 적절한 자금지원이 어려워 경영 정상화 효과가 크지 않다는 분석이다.

◇“진흥기업 워크아웃 추진 쉽지 않다”= 진흥기업은 지난 10일 주채권은행인 우리은행에 채무상환 유예 등을 요청했다. 우리은행은 “기촉법 시한이 지난해 말 만료됨에 따라 회사가 워크아웃 신청을 할 수 없어 은행과 회사가 다른 해법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기촉법이 없는 상황에서 워크아웃을 추진하려면 채권·채무 상환을 동결하기 위해 채권단 전체 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점이다.

기촉법에 따르면 기업이 주채권은행에 워크아웃을 신청하면 주채권은행은 채권금융기관협의회를 소집하고 금융감독원은 감독원장 명의로 채권금융기관들에게 기업의 채권·채무 상환을 유예해달라는 공문을 발송한다.

채권금융기관협의회는 소집일로부터 7일 이내 회의를 개최해 워크아웃 개시 여부를 결정한다. 채권금융기관 협의회에서 워크아웃 개시 결정이 내려지려면 전체 채권신고액 기준 75% 동의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기촉법이 소멸된 상황에서는 기업이 워크아웃을 신청한 후 워크아웃 개시를 결정하기 전까지 개별 금융회사들의 채권 회수를 막을 방법이 없다. 이 때문에 전체 채권단들로부터 채권 행사를 유예하겠다는 동의를 받아야 한다.

또 워크아웃 개시를 결정하기 위해서도 채권신고액 기준 75%의 동의가 아닌 100%의 동의가 필요하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전체 채권금융회사들로부터 채권·채무 상환을 유예한다는 동의를 받아야 하는데 쉽지 않은 과정”이라며 “특히 은행권보다 제 2금융권의 채권 비중이 높을 경우 굉장히 어려운 작업”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진흥기업의 금융권 차입금 규모는 본차입금이 3000억원, PF 차입금이 7400억원 가량으로 1조원을 웃도는 것으로 알려졌다.

◇어정쩡하게 봉합된 기촉법= 논란의 핵심이 되고 있는 기촉법은 지난 2001년 기업구조조정을 원활히 추진하기 위해 5년 한시법으로 제정된 후 존립이냐 폐지냐를 놓고 참 많은 논란이 이어져왔다. 한때는 폐지됐다 2007년 3년 한시법으로 부활한 것이 법의 부침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기촉법은 외환위기 직후 은행이 채무자인 기업과 자율협약을 통해 진행한 워크아웃의 효율성이 떨어지자 정부가 채권단 주도로 구조조정을 진행하도록 권한을 부여해준 것이다.

하지만 첫 제정 당시부터 위헌 논란에 휩싸였다. 워크아웃의 개시부터 운영까지 모든 절차를 기업의 의사와 관계없이 채권자인 은행이 결정하도록 한 것이 이른바 ‘사적자치의 원칙’에 어긋난다는 이유에서였다. 현재도 금융계와 법조계가 첨예대립을 하면서 결론을 내지 못한 채 어정쩡하게 만료된 상황이다.

국내외 금융기관 간의 차별도 문제다. 워크아웃이 실시되면 국내 금융기관은 채무변제를 유예해주거나 채권액 일부를 면제해줄 의무가 발생하지만 해외 금융기관은 아무런 문제없이 채권액 전부를 회수할 수 있다. 법 적용 대상이 국내로 한정돼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2월 임시국회에서 시급히 기촉법을 제정하더라도 진흥기업은 별 혜택을 받지 못한다. 법 제정 이전에 발생한 사례에 대한 소급적용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은 지난 2006년 12월에도 똑같이 벌어진 적이 있다. 팬택이 자금난을 겪다가 워크아웃을 신청했는데 당시에도 기촉법이 2005년말까지 유지됐던 시효가 끝나 없어진 상태였던 것이다.

새로운 기촉법은 2007년 11월에야 제정됐고 팬택은 결국 2007년 5월말 채권금융회사들과 자율적인 MOU를 맺고 구조조정을 진행해야 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기촉법 없이 워크아웃이 추진됐던 팬택의 경우 박병엽 회장이 일일히 채권단을 설득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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