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상수의 공시 따라잡기]기업다이어트 ‘減資’의 두얼굴

입력 2011-01-11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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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자를 실시한다고? 그럼 내 주식은 어떻게 되는 거지? 팔아야 되나?” 개인투자자의 감자에 대한 반응은 다소 부정적이다.

기업이 감자를 실시하게 되면 이론적으로는 투자자의 가치는 변하지 않는다. 10:1 감자를 실시할 경우 100원짜리 주식을 100주 보유하고 있는 투자자는 감자 후에는 1000원짜리 주식을 10주 보유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실에서는 기준가가 1000원이라도 시초가(기준가의 50%~200%에서 동시호가 방식으로 형성)는 500원으로 시작해 며칠 동안 하한가를 이어가는 등 주가하락으로 인해 손실을 본 투자자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감자는 기업이 다이어트를 하는 것이다. 몸무게 100kg의 비계 덩어리인 사람이 다이어트를 통해 지방을 없애고 식스팩의 근육질의 매력남이 되는 것처럼, 기업도 감자를 통해 결손금을 줄여, 외부의 투자자에게 매력적인 기업으로 변신하는 과정이 될 수도 있다. 다만, 다이어트를 한다는 것이 이미 뚱뚱한 상태를 암시하듯, 감자를 한다는 것 또한 이미 기업이 불필요한 지방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암시하므로, 감자 발표 후 주가가 하락하는 것이다.

많은 기업들이 결손금을 줄이고, 재무구조개선을 목적으로 무상감자를 실시하고 있다. 사례로 국민 MC 유재석의 소속사였던 스톰이앤에프(구 디초콜릿이앤티에프)는 2010년 8월27일 주요사항보고서(정정공시)를 통해 감자결정 공시를 했다. 감자전 발행주식수는 4970만5270주, 자본금은 약 249억원이다. 최대주주의 경우 20:1의 방법으로, 기타주주의 경우에는 10:1의 주식병합으로 불균등 감자가 결정됐는데 감자후 발행주식수는 477만8219주, 자본금은 약24억으로 줄어들고, 줄어든 자본금만큼 회계상 감자차익 225억원이 생기게 됐다.

그동안 누적됐던 결손금을 보전하는데 사용된다면, 재무상태표에는 감자차익이 줄어든 만큼, 결손금도 줄어들게 된다. 계속적인 영업악화로 자본잠식에 놓인 많은 회사들이 재무구조개선을 통해 관리종목 또는 시장퇴출을 모면하고자 감자를 종종 실시하고 있다.

감자는 때때로 우회상장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감자라는 다이어트를 통해 누적되었던 부실을 털어내고 투자자에게 매력남으로 변신한 기업은 우회상장이 보다 쉽게 진행될 수 있다.

코스닥시장의 자원은 철스크랩 가공 및 재활용 제품 생산업체인 가람이 아이니츠를 통해 지난해 8월 우회상장으로 코스닥시장에 입성한 기업이다. 우회상장 전인 6월21일 아이니츠는 10:1 감자를 통해 자본금을 196억원에서 19억6000만원으로 감소하기로 결정했다. 이후 10월 25일 감자종료, 합병종료, 최대주주변경 공시를 통해 성공적인 우회상장이 완료했다. 한편, 자원의 주가는 90%의 감자를 통해 재무구조를 개선하고 합병을 통한 우회상장이 호재로 작용해 주권매매거래정지가 해제된 11월2일부터 5일까지 급등했다.

감자는 보통 주식병합의 방법으로 이루어지게 되는데, 투자자들이 혼동하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액면병합이다. 액면가가 500원인 주식을 100주 발행한 기업에 당신이 10주를 보유하고 있다고 가정할 때, 이 기업이 액면가를 5000원으로 변경하기 위해 10주를 1주로 병합하는 공시를 했다면, 당신에게는 어떤 변화가 나타날 것인가?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론적으로는 변동이 없다는 것이다.

기업의 자본금 역시 감자와는 반대로 변함이 없다. 그럼에도 기업은 액면병합을 실시한다. 주식의 시가가 너무 낮아 싸구려 주식으로 인식된 이미지를 탈피하고 물량과다공급에 따른 수급불균형을 해소하고자 하는 이유에서이다.

반면, 기업은 액면병합과는 반대로 주식을 쪼개기도 한다. 이론적으로는 액면분할도 액면병합과 마찬가지로 투자자들에게는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1만원짜리 10주와 1000원짜리 100주를 가지고 있는 투자자는 같다. 그러나 주식의 시가가 너무 높아 매매가 잘 이루어지지 않는 주식의 경우에는 유동성의 증가로 인해 투자자들에게는 호재로 비춰지는 것이 보통이다. 시장가격이 지나치게 높게 형성되어 주식거래가 용이하지 않은 1만원짜리 1주보다는 거래가 용이한 1000원짜리 10주를 선호한다는 것이다.

감자건 액면병합·분할이건 기업의 본질가치에는 영향이 없다. 현명한 투자자라면 단기적인 이벤트성 공시에 현혹되어서는 안 된다. 기업이 ‘불량 감자’인지 ‘참 감자’인지 알기 위해서는 기업이 발표하는 일련의 공시들을 찬찬히 뜯어봐야 한다. 또한 기업이 영위하고 있는 사업이 무엇인지 꼼꼼히 따져보고, 면밀한 분석을 통해 장기적으로 보유할 만한 주식인지 따져봐야 할 것이다.

유상수 삼일회계법인 전무(ssyoo3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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