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줌마 부대' 객장에 돌아왔다

입력 2011-01-06 10:53 수정 2011-01-22 0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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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설명회마다 만원...'주부 귀환하면 고점' 속설에 불안도

아줌마가 돌아왔다. 코스피지수가 2000선을 향해 돌진하던 지난해 말부터 엉덩이가 들썩이던 아줌마들은 새해 벽두부터 움직이기 시작했다. 양재동의 한 음식집에선 삼삼오오 모인 아줌마들이 스크랩해온 신문과 유명 PB 정보를 나눠 갖고 분주히 흩어지는 모습도 목격됐다. 자문형 랩에 계속 돈을 묻어둘 것인지 적립식 ETF인지, 직접 코스닥 주식을 사야하는지 전문용어를 구사하는 아줌마들의 의견이 분분하다. 이제 다시, 주식이다.

2007년 펀드열풍때 2억원을 펀드에 투자했던 이씨(52·서초동·전업주부)는 3년간 꾹 참고 기다려온 펀드를 지난달 다 환매했다. “2008년에 펀드가 휴지조각이 됐을 때 내가 남편한테 얼마나 구박받았는데...근데 내 담당 PB가 기다리라고 했거든. 이제 펀드 판 돈으로 남편 원금 돌려주고 내가 주식투자 하려고. 앞으로도 더 오를 거라잖아” 펀드에 돈이 묶인 이후부터 신문 경제면을 꼬박꼬박 봐왔다는 이씨는 “난 이제 맘 졸이기 싫어서 삼성 위주로 살거야. 근데 그럼 너무 재미없으니까 20% 정도는 조언 받아서 코스닥 우량주랑 스팩같은거에 넣어보려구” 라며 나름의 포트폴리오도 제시한다.

대학생 자녀 둘과 고등학생 막내를 키우는 조씨(48·판교·자영업)는 아이들 학비로도 빠듯하지만 주식투자는 꼭 해야겠다고 맘먹었다. “어렵게 판교 들어왔는데 집값도 예전만 못하고, 애들 앞으로 더 키우려면 막막한데 주식을 해야겠다”고 말한다. 남편은 회사다니느라 바쁘고 본인은 가게를 꾸리느라 바빠서 주변 사람들에게 좋은 증권사 지점을 알아봐달라고 부탁했다고 한다. “내가 컴퓨터를 잘하는 것도 아니고 시간도 없어서 잘 맡길 수 있는 사람 찾고 있다” 며 “애들 학교 학부모모임에서 만난 아줌마들이랑 전화통화하면서 이것저것 물어보고는 있는데 결정이 쉽지가 않네. (증시에) 들어가는 거 더 늦어지면 안 되는데....”라며 애를 태운다.

2005년 이후 꾸준히 증가해온 여성투자자비중은 2009년 기준 39.3%에 달하고 있으며 주식시장 내 개인투자자의 비중도 2006년 22%에서 3년 만에 34.6%까지 급증했다. 현재 진행 중인 2010년 주식투자자동향 통계는 개인투자자와 여성투자자의 비중이 더 늘었을 것으로 보인다고 증권가 전문가는 의견을 밝혔다.

실제로 H증권사 지점영업직원은 “투자설명회를 열면 아줌마부대가 부쩍 많아졌다” 고 말한다. 과거에는 화끈하게 거액을 맡기며 “알아서 잘 관리해달라”는 말을 남기고 자리를 뜨는 스타일이었다면 이제는 객장에 수첩을 들고 와 이것저것 묻고, 신문이나 TV뉴스를 보다가도 전화해서 조언을 구하는 적극적인 스타일이 많아졌다고 한다. D증권사 영업지점도 마찬가지다. 아줌마들은 특별히 주식을 사지 않아도 취미처럼 객장을 찾아와 정보를 듣고 가거나 설명회를 찾는다. 언제라도 마음의 결정만 내리면 계좌를 열고 거래를 시작할 수 있는 아줌마 파워에 지점 영업장도 응대와 상담에 정성을 다한다

2010년 1696pt로 시작한 코스피가 1년 만에 2051pt로 장을 마감했고 특히 작년 말부터 2011년 증시전망이 핑크빛으로 나오면서 또 한 번의 주식 열풍이 불기 시작했다. 예탁금과 주식 계좌도 순식간에 불어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해 3,4일 이틀만에 예탁금이 1조1641억원 급증해 총 14조8665억원을 기록했다. 주식투자를 위한 활동 계좌수도 한해 동안 130만 계좌가 늘어 2009년 1630만 계좌에서 2010년 1760만 계좌가 됐다. 금융투자협회 신동철 증권시장팀장은 “코스피 지수가 연중최고치를 경신하는 등 상승추세에 힘입어 투자심리도 회복했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아줌마들의 증시 귀환은 코스피가 고점에 다다른 징후가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장바구니 든 아줌마가 주식시장에 나타나면 장이 끝난다”는 증권가 속설이 이번에도 맞아 떨어질지 지수 상승여부와 함께 관전 포인트가 하나 더 생겼다. 올해 증시의 추가상승여력에 대한 기대치가 남아있고, 대형주와 중소형주의 고른 활약 속에 글로벌 유동성이라는 수급문제도 낙관적이기 때문에 증시와 아줌마, 모두에게 새로운 역사가 쓰여질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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