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들이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로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여전히 흑자 행진인 저축은행도 있다.
현대스위스저축은행은 올 1분기(7~9월)에 당기순익 150억원을 기록, 저축은행 회계연도가 끝나는 내년 6월말에는 700억 이상의 흑자가 예상된다. 지난해 170억원의 순익을 낸 데 이어 2년 연속 플러스 성장이다.
특히 금융위기 이후 저축은행들이 부동산 PF대출 부실로 어려움을 심화될 시점에도 꿋꿋이 흑자 성장을 지속해 더욱 주목된다. 전문가들은 현대스위스가 이렇게 좋은 실적을 내는 비결로 여느 저축은행과는 구별되는‘남다른 행보’를 해 왔기 때문이라고 평가한다.
◇ PF 리스크에 대한 선제적 대응 = 부동산 PF대출이 활발하던 당시만 해도 저축은행들은 10% 이상의 높은 수익률에 힘입어 자산규모를 급격히 불리고 있었다.
저축은행권의 PF대출 규모는 PF사업이 성행하던 2005년에 6조3000억원에서 2006년 11조6000억원, 2007년에는 12조1000억원으로 급증했다. 자산 규모도 꾸준히 증가해 2005년 41조6000억원, 2006년 50조8000억원, 2007년 58조원을 기록했다.
하지만 현대스위스는 PF대출에 대한 리스크를 일찍이 인지하고 다른 저축은행들과 반대로 PF대출을 축소하기 시작했다. 모든 저축은행들이 고수익을 얻고자 PF사업에 열을 올리고 있을 때 오히려 선제적 대응을 시작한 것이다.
현대스위스는 우선 수익구조를 다변화하고 재무건전성을 높이는 데 집중했다. PF대출 보다는 가계대출의 비중을 늘리고, 자금을 마구 풀기보다 안정적 자산운용에 힘써 왔다.
또한 현대스위스저축은행은 2009회계연도(2009년7월~2010년6월) 대손충당금을 22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500억원에 비해 무려 1700억원이나 늘었다. 회수가 불가능한 채권에 대한 대비를 세 배 이상 강화했다는 의미다.
저축은행 업계 관계자는 "충당금을 늘리고 있는데도 계속해서 순익이 증가하는 것은 상당히 고무적인 일"이라며 "PF사업에 대한 우려를 일찌감찌 직시하고 서둘러 조치를 취한 것이 금융위기를 비교적 수월히 넘길 수 있는 요인이 됐다"고 말했다.
◇ 조건적인 몸집불리기보다 내실 강화 = 현대스위스저축은행의 또 다른 성장 요인으로‘경영혁신 프로젝트(C-project)’를 꼽는다.
이 프로젝트는 내실을 다지면서 다음 불황기를 대비하기 위해 김광진 현대스위스금융 그룹 회장이 고안한 작품이다.
김 회장은 일명‘C-프로젝트’를 통해 성과평가시스템에 기반한 전략적 성과관리체계를 수립하고 성과연동형 조직체계 및 문화를 구축하는 등 조직관리 강화를 위한 노력을 시작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대다수 금용회사들이 대출을 꺼릴 때, 현대스위스는‘아무도 가지 않는 길’을 선택해 양질의 기업대출을 유치하는 데 성공한 것 역시 김 회장의 차별화된 경영전략이라는 평가다.
현대스위스 관계자는 "경영혁신 프로젝트는 그 성과가 워낙 좋아 현재까지도 계속 진행되고 있다"면서 "남들이 몸집 불리기에 치중할 때 오히려 영업부문에서 힘을 빼고 조직관리에 주력한 것이 주효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