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제약업계] 규제보다 육성 필요

입력 2010-11-24 10:56 수정 2010-11-24 1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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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질보다 가격경쟁만 초래

올해 국내 제약업계의 기상도는‘잔뜩 흐림’이다. 저가구매인센티브제도로 매출 성장률이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리베이트 쌍벌죄까지 본격 시행되면 위기 국면이 전개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고령화에 따른 질환의 증가와 이에 따른 의약품 사용 확대는 제약산업에 성장의 요소가 되지만 동시에 규제의 빌미도 될 수 있다. 정부로서는 적자 기조에 접어든 국민건강보험 재정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국민건강보험 재정의 안정화를 위해 정부가 취할 수 있는 수단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사회의 역학구도를 보면 약제비, 그중에서도 의약품 가격을 통제하는 것이 가장 손 쉬운 방법이다.

우리나라 제약시장은 지난 2009년 현재 14조8000억원 규모다. 이 가운데 국민건강보험의 적용을 받는 의약품은 11조6000억원 규모로 전체 제약시장의 78%를 차지한다. 정부의 국민건강보험 정책이 제약산업에 미치는 영향은 그 만큼 크고 직접적일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정부는 약가인하를 통해 국민건강보험 재정의 안정화를 꾀할 수 있지만 제약업계 입장에서 보면 이는 시장이 줄어드는 것을 의미한다. 제약업계는 해외진출을 통해 손실분을 충당하든지 경쟁 제약

회사의 매출을 빼앗아 생존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퇴출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정부는 저가구매인센티브제도에 이어 리베이트 쌍벌죄를 도입함으로써 제약업계를 코너에 몰아넣은 상태다. 매출 성장률이 저하되고 시장의 파이 역시 늘지 않아 제약회사 간 서바이벌 게임이 전개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인 것. 문제는 정부가 이 같은 제약업계의 사정에 귀를 기울이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보건복지부는 올들어 지난 2월 발표한‘제약산업 경쟁력 강화 방안’에서 제약산업을 미래산업이라고 규정하면서도 국내 제약산업은 국제적 경쟁력을 갖추지 못한 채 낙후돼 있다고 평가했다. 영세성을 벗어나지 못한 상태에서 국내 시장에만 안주하고 있다는 것. 정부는 특히 산업구조의 근본적인 변화없이 지원 강화만으로는 한계가 있는 만큼 제약업계 스스로 혁신과 변화를 주도해 나가기 위한 동기 부여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정부의 입장은‘당근’보다‘채찍’에 무게를 둔 것으로 해석할 수 밖에 없다는 게 제약업계의 분석이다. 당장 지난해 국민건강보험 재정이 적자로 돌아섰기 때문에 약제비 억제 정책의 고삐도 늦추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다.

하지만 제약시장이 품질경쟁이 아닌 가격경쟁으로 흐르게 되면 제약회사의 수익구조는 악화되고, 연구개발(R&D) 투자도 위축돼 국내 제약산업의 경쟁력은 더욱 약화될 수 밖에 없다. 특히 저가구매인센티브제도는 지난 2002년 도입하려다 부작용이 예상돼 철회했던 제도. 제약업계의 한 관계자는“대형병원과 대학병원은 저가구매인센티브제도로 인해 품질보다 마진이 높은 의약품을 선호할 가능성이 크다”며“이는 고마진 의약품의 처방증가와 과잉투약으로 이어져 의약품 오남용 현상을 초래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이 같은 상황은 의료 서비스를 제공받는 국민이나 국민건강보험 재정의 안정화를 꾀하려는 정부에게도 바람직하지 않은 선택”이라면서“정부는 규제보다 제약산업의 육성에 더욱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주문했다.

제약업계의 또 다른 관계자는“국민건강보험 재정의 안정화를 위해 무리한 약가인하를 추진하는 것은 초단기 처방에 불과할 뿐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없다”면서“국내 제약업계가 붕괴되고 수입 약을 사용하면 자칫 태국이나 대만처럼 약값이 천정부지로 치솟는 부메랑을 맞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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