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선 확대되는 환율전쟁...원화 강세 어디까지

입력 2010-10-13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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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노선 1100원 붕괴 ‘시간문제’

미국과 중국간의 환율 갈등이 첨예화되면서 세계 각국이 자국의 통화가치를 경쟁적으로 떨어뜨리는‘환율전쟁’이 장기화되고 있다. 우리나라도 저금리에 따른 풍부한 해외 자금이 유입되면서 국내 증시에서 유동성 장세가 펼쳐지고 있고 원·달러 환율 하락세는 멈추지 않고 있다.

특히 지난 주말 열린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WB) 연차총회에서 국가간 통화갈등을 봉합하는 데 실패하면서 다음달 서울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환율전쟁이‘종식’될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 환율전쟁 확전…G20 테이블서 환율 논의 = 최근 원화 가치가 가파르게 상승하는 배경에는 대규모 무역수지 흑자로 국내 달러 유입이 많아진 측면도 있지만 각 국간 환율전쟁이 격화하면서 그 불똥이 옮아붙은 측면도 크다.

일본은 지난달 15일 엔화가치를 떨어뜨리기 위해 외환시장에서 대규모로 달러를 사들이며 환율전쟁에 본격적으로 뛰어든데 이어 최근에는 사실상 ‘제로금리’ 정책을 도입했다.

또 지난 주말 IMF·세계은행 연차총회에서‘환율 합의’에 실패하자 통화전쟁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커진데다 미국의 경제지표 부진으로 미국이 오는 11월 초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추가 양적 완화(유동성 공급)를 결정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면서 달러화 가치도 연일 하락하고 있는 점도 원화 강세를 이끌고 있다.

따라서 서울 G20 정상회의에서 각국 정상들은 환율 문제에 대해 가장 뜨겁게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달부터 미국·브라질 등은 G20 정상회의에서 환율 문제를 다뤄줄 것을 주문해 왔다.

이명박 대통령 역시 “G20 정상회의에서 환율 문제를 논의할 수 있으며 한국이 합의를 이끌어내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환율 전쟁 종식’에 대한 공이 넘어온 만큼 다음달 서울 G20 정상회의에서 각국의 합의를 이끌어낸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하지만 금융시장에선 합의 도출을 낙관할 수만은 없다는 지적이다. 금융권 관게자는 “각국의 입장이 첨예하게 부딪치고 있고 신흥국의 위상도 높아져 있다”며 “결국 각국의 입장을 확인하는 차원에서 그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전망했다.

◇ 전문가들“1100원 지지선 무너질 듯”

G20 정상회의에서도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하면 달러화 약세는 장기화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특히 G20 정상회의에 앞서 오는 11월초 미 FOMC가 추가 양적완화 정책을 단행할 경우 달러화 하락 속도가 빨라질 것으로 예상했다.

외환시장 관계자는 “미국이 추가로 달러를 풀면 신흥국이 방어에 나선다 하더라도 달러 약세 흐름을 거스르지는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에 따라 원·달러 환율의 심리적 마지노선인 1100원이 무너지는 것도 시간문제라는 분위기다.

삼성경제연구소 정영식 수석연구원은 “서울 G20 정상회의에서 환율 문제가 해결되기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라며 “G20 의장국인 우리로서는 원화 강세를 드러내놓고 방어할 수 없는 난처한 처지라 원·달러 환율이 연말에는 1100원선을 위협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 연구원은 “다만 우리의 외교적 역량에 따라 아시아지역 통화의 점진적인 절상을 유도한 2003년의 ‘두바이 G7 합의’ 수준의 타협도 이끌어낼 수 있다”고 덧붙였다.

대신경제연구소 김윤기 경제조사실장도 “조만간 원·달러 환율이 1100원 아래로 내려갈 수 있다”며 “그러나 이번 환율전쟁이 전면적인 무역분쟁으로까지 비화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LG경제연구원 이창선 금융연구실장은 “G20 정상회의에서 각국이 글로벌 불균형에 대해 합의할 가능성도 있으나 중국이 위안화 가치의 대폭 절상을 받아들이기는 어려워 강도 높은 합의가 나오기는 어렵다”고 전제한 뒤 “각국의 갈등을 조정해야 하는 처지에 있는 우리나라는 환율전쟁에 뛰어들 수 없어 전쟁의 틈바구니에서 피해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 환율 하락 속도가 문제 = 원·달러 환율은 양면성을 지니고 있다. 수입물가를 낮춰 원자재 수입이 높은 기업의 채산성을 높이는 데 도움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한국 경제를 지탱하는 수출 경쟁력을 악화시킬 수 있다. 지난 5월 대한상공회의소가 전국 수출제조기업 504개사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수출기업의 75.4%가 원·달러 환율이 1050~1100원 이하로 떨어질 경우 수출 마진을 확보할 수 없다고 응답했다.

삼성경제연구소도 원·달러 환율이 달러당 1050원까지 떨어지면 국내 91개 주력 수출기업의 영업이익이 5조9000억원 가량 감소할 것으로 추정했다.

특히 국내 기업들의 수출경쟁력 하락은 경제성장률 둔화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행은 올 초 원·달러 환율이 10% 하락하면 연간 무역수지 흑자가 50억 달러, 경상수지 흑자가 70억 달러 줄어 경제성장률은 0.4%포인트 낮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나 한국뿐 아니라 다른 국가들의 통화도 동반 절상되고 있어 수출에 미치는 영향력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문제는 하락 속도다. 지금처럼 가파르게 하락하면 경제주체들이 적응하는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것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환율하락 속도가 너무 빠르다”며 “경제주체(기업)들이 대응할 시간이 없는 만큼 부담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로 쏟아진 외국인 자금들이 일시에 빠져나가면 금융시장이 요동칠 수 있다는 점도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자체적인 수급 기반이 취약한 국내 금융시장에서 환율 갈등의 여파로 외환시장의 변동성이 커지면 그 충격을 고스란히 떠안을 가능성이 있다”면서 “외국인 자금이 빠져나가면 금융시장은 물론 경제가 크게 흔들릴 수 있다”고 말했다.

◇ 외환 건전성 감독 및 규제 강화 필요= 환율갈등의 여파로 경기둔화와 금융시장의 변동폭 확대가 우려되는 만큼 이에 대한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정영식 연구원은 “통상마찰 확대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한편 자본 유출입에 따른 금융시장의 변동성 확대를 최소화하기 위해 단기자본의 유출입 관리와 외환건전성의 감독 및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외환당국도 외환시장과 외국인 매매 동향 등을 예의주시하면서 필요하면 미세 조정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외환당국은 현재 대책팀을 가동해 환율이 비정상적으로 움직이는지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있다.

외환당국 관계자는 “현재 환율이 급락할 상황에 대비해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미세 조정을 통해 환율의 급등락을 막는다는 게 기본 방침”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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