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② 로스차일드 가문이 만든 예술의 경지 ‘샤토 무통 로칠드’

입력 2010-10-08 11:00 수정 2010-10-08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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神의 선물 ‘프랑스 와인’의 세계

▲금융 재벌 로스차일드 가문에 만든 '샤토 무통 로칠드' 라벨. 로스차일드 가문이 생산하는 와인 라벨은 창시자 마이어 암셀 로스차일드의 다섯 아들을 상징하는 다섯 개의 화살로 표시된다.
권위 있는 와인 평가지인 와인 스펙테이터에서 100점 만점을 받은 ‘샤토 무통 차일드’. ‘샤토 무통 로칠드’는 와인을 예술로 승화시키며 전 세계 와인 애호가들이 가장 선호하는 와인으로 손꼽히고 있다.

‘샤토 무통 로칠드’가 더 흥미를 끄는 것은 바로 탄생 배경이다. 세계적 금융 재벌 로스차일드 가문이 와인 업계에 뛰어든 것은 ‘샤토 무통 로칠드’가 계기가 됐다.

18세기 독일 프랑크푸르트의 유대인 거주지역 게토에서 환전상을 하던 마이어 암셀 로스차일드. 그의 가문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의 부를 쌓았지만 유대인이라는 본질적인 한계 때문에 상류사회 진출에 제약이 따랐다.

그러나 그의 셋째 아들인 나다니엘은 상류사회의 일원이 되기 위한 돌파구로 와인 사업을 선택했다. 영국에서 남작 작위를 받고 프랑스로 건너간 그는 1853년 보르도 중심에 있는 포도밭 ‘샤토 브란느 무통’을 매입, 이후 ‘샤토 무통 로칠드’로 이름을 바꾼다.

로칠드는 로스차일드의 프랑스식 이름. ‘샤토 무통 로칠드’는 그 2년 뒤인 1855년 보르도 와인 등급에서 2등급으로 분류됐다. 자존심이 상한 나다니엘은 “1등이 될 수는 없고 2등은 내가 선택한 것이 아니기에 나는 무통일 수 밖에 없다(First I cannot be, second I do not choose to be, Mouton I am.)”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로스차일드 가문이 와인 생산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것은 나다니엘의 증손자인 필리페 남작이 1922년 샤토를 물려받으면서부터다. 20세가 되던 1922년 샤토를 상속받은 필리페는 1988년 사망하기 직전까지 66년간 열정적으로 일하면서 샤토 무통 로칠드와 와인업계에 변화와 혁신을 몰고 왔다.

그의 첫 번째 변혁은 1924년 프랑스 와인업계에선 처음으로 와인을 병에 담아 소비자들에게 판매하기 시작한 것이었다. 샤토는 와인만 생산하고 중간 거래상이 와인을 병에 담에 시장에 내놓는 것이 일반적이었으나 와인 병입을 중개상들에 맡기지 않고 직접 샤토에서 하기로 결정한 것. 이는 생산자가 마지막까지 책임진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프랑스 와인업계에선 일대 혁명이었다. 이 때부터 와인 라벨이 중요해지기 시작했다.

이후에도 필리페의 혁신은 계속됐다. 1945년 당시 보르도는 전쟁 통에 포도밭 대부분이 황폐해져 있었으나 그 해에는 햇빛이 유난히 강렬한데다 수확기간 동안 비가 내리지 않아 와인 생산에 최적의 여건이 주어졌다. 덕분에 필리페 남작은 그 해 양은 적었지만 최고의 포도를 수확할 수 있었고 이를 기념하기 위해 와인 라벨에 전쟁에서의 승리를 뜻하는 ‘V’자를 그려 넣어 프랑스인들에게 환영을 받았다.

이때부터 ‘샤토 무통 로칠드’의 라벨은 시인이자 화가인 장 콕토(1947년)를 시작으로 살바도르 달리(1958년), 마르크 샤갈(1970년), 바실리 칸딘스키(1971년) 파블로 피카소(1973년) 앤디 워홀(1975년) 등 당대 최고 화가들의 경연장이 됐다. 이들은 와인과 양(羊, 무통은 프랑스어로 양을 의미)을 주제로 자유롭게 그림을 그렸고 ‘샤토 무통 로칠드’를 선물로 받았다.

한편 1973년은 로스차일드 가문에는 뜻 깊은 해였다. ‘샤토 무통 로칠드’가 보르도 와인 등급의 2등급에서 1등급으로 승격, 100년 이상 전통을 이어온 보르도 와인 등급 분류 역사상 유례없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샤토 무통 로칠드’가 1등급에 오르자 필리페 남작은 증조부인 나다니엘이 남긴 말을 “무통은 지금 1등이다. 과거에는 2등이었다. 하지만 무통은 변하지 않았다(First I am, Second I was, Mouton does not change.)”로 바꿨다.

현재 로스차일드 가문이 생산하는 와인의 라벨에는 마이어의 다섯 아들을 상징하는 다섯 개의 화살로 표시된다. “한 촉의 화살은 부러지기 쉽지만 다섯 개의 화살이 뭉치면 부러질 수 없다”는 마이어의 철학을 반영한 것이다.

로스차일드 가문의 와인 이야기는 술로만 평가되던 와인을 예술의 경지로 끌어올리며 애호가들의 입에서 끊임없이 오르내리고 있다. ‘샤토 무통 로칠드’는 매년 연말 공개돼 애호가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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