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문형 랩어카운트 시장이 펀드 등 직간접투자 시장의 자금을 급속히 빨아들이고 있다. 올 상반기에만 2조원이 유입되면서 급성장하자 기존 자산운용사들이 위협을 느끼고 있다.
일부자산운용사에서는 투자자문사가 많이 보유한 종목에 대해 손해를 감수하면서 매도하는 등 기 싸움이 치열하다.
◊자금시장 블랙홀로 떠 오른 투자자문사
자문형 랩어카운트 시장이 펀드 등 간접투자 시장 자금을 급속히 빨아들이고 있다. 지난해 21개에 그쳤던 랩 상품은 올해 들어서만 총 73개가 새로 출시됐다. 국내 간접투자 시장에 최초로 자문형 랩이 등장한 지난해 1월 이후 불과 19개월 만에 2조원 넘는 시장이 형성된 것이다.
업계에 따르면 겉으로 밝힌 통계에는 2조원대지만 실제 자문형랩 운용 규모는 3조원을 넘어섰을 것으로 추정하기도 한다. 자문형 랩은 코스피 상승에 따라 상품이 대거 출시되는 흐름을 보여 당분간 성장 속도가 꺾이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자문형랩은 월간 코스피가 4.2% 급등하며 증시 온기를 받은 6월에만 22개가 새로 출시되며 시황에 민감한 모습을 보였다.
박선호 KB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말 기준 전체 랩어카운트 시장은 36조원으로 이 중 자문형랩 시장은 5조원까지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렇게 되면 현재 랩어카운트 시장 대비 6~7% 선에 머물고 있는 자문형 랩 비중이 10%까지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최홍 ING자산운용 대표이사는 "주식시장 참여자의 모든 관심이 자문형랩으로 쏠리고 있다"며 "마치 주변 모든 사물을 빨아들이며 커져가는 블랙홀을 보는 듯하다"고 말했다.
◊위협 받는 자산운용사
주식형펀드 시장이 환매 압력에 시달리고 있는 자산운용사 상황과는 정반대다. 주식형 펀드 수익률에 대한 실망매물과 증시 상승에 따른 차익실현 욕구, 펀드 장기보유에 따른 투자 피로 누적이 복합적으로 맞물리며 투자자들이 펀드 말고 뭔가 신선한 상품을 찾기 시작한 것으로 풀이된다.
펀드수수료가 인하된 이후 떨어지는 수익성에 고민하던 증권사와의 이해도 맞아 떨어졌다. 자문형랩 상품에서 증권사가 얻는 이익은 투자자가 맡긴 자산의 2~3% 수준이다. 자문사에 일정 부분을 떼주고 나도 펀드 판매 수수료보다 높기 때문에 증권사 입장에서는 판매를 독려할 수밖에 없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투자자문사를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던 자산운용사는 위협을 느끼기 시작했다. 일부 자산운용사에서는 투자자문사들이 많이 보유한 종목들에 대해 처분하라는 지시를 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 자산운용사 펀드매니저는 “IT업종 위주를 많이 보유하고 있는 투자자문사들의 수익률을 떨어뜨리기 위해 손해를 감수하고 팔라는 오더를 받았다”고 전했다.
또 다른 투자자문사 펀드매니저는 “A사 블록딜을 받은 자산운용사가 매입가 보다 낮은 가격에 처분했다”며 “투자자문사들의 급성장에 위협을 느낀 일부 대형자산운용사들이 견제에 나서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