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사까지 벌어져 파국으로 치닫던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 사업이 기사회생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용산역세권개발 사업에 참여하는 코레일, 삼성물산, 전략ㆍ재무적 투자자 등 각 주체들이 최근 재무적투자자들이 내놓은 중재안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기로 합의했기 때문이다.
특히 삼성물산측의 양보안이 없으면 사업중단을 불사하겠다고 공언하고 있던 용산 땅 주인 코레일이 중재안에 대해 조건부 수용을 검토하고 있어 절망적인 최근 상황의 반전이 가능하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코레일의 전방위 압박에도 모르쇠로 일관하던 삼성물산도 대응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이번에는 협상테이블에 나서 자사의견을 개진할 것으로 보인다.
2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이날 오전 7시30분부터 드림허브 이사 전원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이사회를 열었다. 특히 이 자리에서는 지난 21일 롯데관광개발, 푸르덴셜 등이 제시한 자금조달 중재안을 안건으로 상정해 내달 6일까지 결론을 도출하기로 결의했다.
지난 코레일의 최후통첩기한을 앞두고 마지막으로 열린 12일 이사회에서 성원조차 되지 않았던 점을 감안하면 분위기 자체가 확 달라진 것. 게다가 중재안의 결론까지 도출하기로 합의했다는 점은 역세권 개발 기업들이 사업중단 등 파국은 막아보겠다는 의지를 이번 회의에서 표출한 것이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실제로 삼성물산이 지급보증 등 자금마련 방안을 내놓지 않으면 사업중단을 불사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인 코레일의 입장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코레일은 자사는 물론 건설투자자, 재무적투자자 등 모두의 양보를 요구하고 있는 중재안이 100% 만족스럽지는 않지만 최소한 논의는 해 볼수 있는 정도의 '진일보'한 대안이라고 밝히고 있다. 특히 지난해에도 이번 중재안처럼 담보제공을 통해 드림허브측의 자금조달을 도운적이 있어 불가능한 중재안은 아니라고 판단하고 있다.
코레일 관계자는 "일단 땅값을 깎아달라는 말이 없다는 것만으로도 진일보한 중재안"이라며 "이미 지난해에도 (중재안과 같은 방식으로)자금조달을 도운적이 있다. (중재안이)불가능하지 않다"라고 말했다. 다만 "중재안을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다는 얘기는 아니다"라며 "법 테두리안에서만 양보가 가능하다"라고 덧붙였다.
건설사들만 지급보증을 서라는 것은 불합리하다며 코레일의 전방위 압박에도 꿈쩍도 하지 않던 삼성물산도 이번에는 건설투자자들의 의견을 물어 중재안을 검토하겠다는 방침이다. 코레일의 일방적인 강요가 아닌 재무적 투자자들의 의견을 담은 중재안인 데다 사업이 무산되면 삼성물산도 큰 피해를 감수해야한다는 내부적인 판단에서다.
하지만 개발사업이 파국으로 치달을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있다. 협상테이블에 앉기로는 드림허브 이사회 멤버들이 동의했지만 중재안을 받아들이는 것은 다른 차원의 문제이기 때문. 특히 코레일의 경우 담보를 제공해야하는 내용 중 토지계약금까지 포함하는 것은 무리라는 입장을 나타내고 있어 중재안 거부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여기에 이번 합의가 여론에 질책에 떠밀리 듯 결론이 난 것이라는 시각도 있어 마지막 합의점을 찾는데 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것이 업계의 시각이다.
용산역세권개발사업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중재안이 마음에 들기보다는 프로젝트를 망쳤다는 비난여론이 이사회 멤버들에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또 사업을 성공시켜야한다는 명분이 이사회에 작용하고 있는 것 같다"라며 "(사업이)기사회생할지 여부는 아직 누구도 장담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