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성남시장과 시민의 엇갈린 '백년대계'

입력 2010-07-13 1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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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남의 새로운 역사를 상징함은 물론 첨단 건축자재가 예술적 가치를 승화시킴으로써 ‘백년대계’를 내다본 청사다”

지난 해 11월 18일 열린 성남시 개청식 날. 성남시 한 관계자는 개청 축하를 위해 연예인을 초청하는 자리에서 호화청사 건축완공에 대해 자랑스러워하며 이같이 말했다.

하지만 8개월이 지난 현재 성남시는 판교신도시 사업을 위해 조성한 판교특별회계에서 가져다 쓴 돈 5200억원을 갚지 못하겠다며 채무지급유예(모라토리엄)을 선언했다. 과도한 예산 낭비로 지자체로서는 처음으로 부도를 낸 어이없는 전례를 남기게 된 꼴이다.

이번 모라토리엄 선언에 대해 여러 가지 추측이 나돌고 있다.

우선 이재명 성남시장이 이대엽 전 시장과의 차별화된 이미지를 극대화하기 위한 정치적 의도라는 설과 성남시의 예산을 더 증폭시키기 위해 지급유예라는 카드를 꺼낸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분분하다.

그러나 성남시 재정으로 3222억원 규모의 호화청사를 짓는 현실을 보면 모라토리엄은 벌써부터 예견된 일이었다는 것이 대체적인 시각이다.

실제로 성남시는 2005~2009년 판교지구 토지매각 대금 등으로 이뤄진 판교특별회계에서 5400억원을 일반회계로 전용해 썼다고 한다.

판교지구 도로 건설(2300억원), 분당~수서 간 도로 지중화 사업(2900억원) 등에 들어가야 할 재정이었지만 호화청사를 위한 성남시 공원도로 확장(1000억원), 주거환경 개선(1000억원) 등에 쓴 것이다.

그동안 막강한 지자체 파워에 주눅 든 민심은 새 정권에게 이대엽 전 시장을 법적으로 다스려야 한다고 질타하며 성난 울분을 표출하고 있는 듯하다.

최근 엘리베이터 수리공으로 일하는 한 친구와 성남 모란에서 술자리를 가진 적이 있다. 친구는 갑자기“성남시청 가본 적 있느냐. 차를 타고 지나가다가 잠깐 봤는데 정말 크고 웅장하더라”며 “왠지 높은 사람들만 출입하고 나 같은 사람은 쉽게 들어갈 수 없는 곳 같았다”고 토로한 바 있다.

이대엽 전 시장과 성남시 직원들이 새로운 역사를 상징하고 예술적 가치라고 떠들고 있을 때 정작 꼬박꼬박 세금 바치고 공무원들의 월급을 주는 내 친구와 일반 서민들이 거대한 청사를 보고 느꼇을 박탈감은 상상 이상이다.

하지만 늦지 않았다. 경기도와 정부부처 그리고 각종 지자체는 하루빨리 호화청사 계획을 접고 현재 만들어진 청사는 민간에게 팔 수 있도록 법안을 통과시켜야 한다.

또 그들이 말하는 백년대계는 최첨단 시설과 초호화 건축물이 아닌 올바른 시정과 시민들을 위한 눈높이 정책이 될 수 있도록 바뀌어야 한다.

향후 내 자식들은 “시청을 가면 꼭 내 집 같은 느낌이 들어. 역시 우리나라 공무원들은 참 청렴하고 깨끗한 것 같아”라고 말하게 될 날을 기약 없이(?) 기다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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