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은행들이 건전성 심사인 스트레스테스트 결과 발표를 앞두고 있는 가운데 자금 확보를 위해 채권 발행에 나섰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11일(현지시간) 시장조사기관 딜로직을 인용, 유럽 금융기관들이 지난주 184억유로 규모의 채권을 발행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전주의 48억유로보다 약 4배나 많은 것이며 지난 4월 중순 이후 최고 수준이다.
바클레이스, BNP파라바, HSBC, UBS 등 주요 은행은 특히 장기채에 대한 투자 심리가 회복된 결과 채권 발행에 성공할 수 있었다고 신문은 전했다.
로열뱅크오브스코틀랜드(RBS)의 마일스 클락 채권부문 대표는 "주요 유럽 은행들이 스트레스테스트 결과가 공개되기 전에 채권 시장 진입을 원하고 있다"면서 "지난주처럼 성공적인 채권 매각이 지속된다면 올해 채권 발행이 눈에 띄게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유럽 채무위기의 타격을 가장 많이 입은 금융기관들은 자금 조달을 위해 사실상 지난 두 달간 신규 대출이 중단된 바 있다.
현재까지도 최고 등급 은행들을 제외하고는 여전히 많은 은행들이 대출을 할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신문은 이런 분위기 역시 최근 은행들의 채권 발행을 부추겼다고 분석했다.
통상적으로 채권 발행은 5~6월에 가장 활발하다. 은행들은 6월 말까지 한 해 채권 발행의 3분의2 가량을 완료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전문가들은 재정위기 사태로 밀렸던 채권 발행 물량이 한꺼번에 터져 나오고 있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특히 지난주 스페인의 60억유로 규모 10년물 국채 입찰에 140억유로의 자금이 몰리면서 투자 심리가 되살아난 것으로 풀이된다.
소시에떼제너럴의 수키 만 수석 신용전략가는 "자금 조달의 문이 열렸다"면서 "오는 9월 채권 발행이 저조할 것이라는 관측에 투자자들이 위험자산 매입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은행들은 지난주 장기채로 간주되는 5년물과 10년물 채권을 발행했다. 장기채는 단기채에 비해 금리가 높다.
네덜란드의 라보뱅크는 10억유로 규모의 15년물 채권을 발행했으며 HSBC는 15억유로 규모의 10년물 채권 발행에 성공했다.
영국의 바클레이스는 15억유로, 이탈리아의 인테사상파울로는 12억5000만유로의 채권을 발행했다.
BNP파리바와 UBS, RBS는 각각 10억유로, 17억5000만유로, 12억5000만유로의 5년물 채권 발행에 성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