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 ③ 봄날 간 신평사...앞날은?

입력 2010-05-25 10:06 수정 2010-05-25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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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신평사 어디로 가나

(편집자주: 미국발 신용위기에 이어 금융위기와 유럽 재정위기 등 이른바 3대 위기 사태가 잇따르면서 글로벌 신용평가사에 대한 비난도 확산되고 있다. 그동안 자본시장을 좌우했던 신평사들이 방만한 경영과 무책임한 평가로 위기를 조장했다는 것이다. 3회에 걸쳐 신평사의 역사와 문제점을 짚어보고 향후 과제를 진단해본다)

(글 싣는 순서)

① 글로벌신평사 성장과 오욕의 역사

② 신평사는 왜 비난을 받는가

③ 봄날 간 신평사...앞날은?

유럽과 미국에서 신용평가사에 대한 규제강화 움직임이 속도를 내면서 무디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피치 등 3대 국제 신용평가사의 호시절이 그 종식을 고하고 있다.

최근 미국 상원에서 신용평가사를 규제하는 내용을 담은 금융시장 개혁안이 통과된데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EC)가 신용평가사를 공동 감시하는 방안을 제안하는 등 신용평가사들은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게 됐다.

여기다 이들 신용평가사의 신용평가에 불만을 품은 투자자들이 잇따라 소송을 제기하면서 신용평가사들은 사면초가에 몰리고 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주택담보대출) 부실 사태에 이어 글로벌 금융위기, 최근 그리스발 유럽 재정위기를 거치면서 자제 기준에 근거해 독자적으로 국가와 기업의 신용등급을 매겨온 이들 3대 신용평가사가 혹독한 대가를 치르고 있다는 평가다.

이들 3대 신용평가사는 2007년 주택 버블 붕괴와 동반해 가격이 큰 폭으로 하락한 모기지 관련 증권에 높은 등급을 부여해 세계적 금융 위기의 한 요인을 초래했다는 비판을 받아온 만큼 동정의 여지는 없다.

최근에는 S&P가 그리스의 국가 신용등급을 정크 수준으로 강등하고 포르투갈 국채 신용등급도 전격적으로 내리면서 유럽 재정위기를 한층 키웠다는 비난의 화살을 맞고 있다.

평가하는 이 없는 이들 신용평가사의 본질적인 문제점은 무엇이며 이미지 재고의 여지는 있는 것인가.

신용평가 시장 독점=그 동안 지적돼 왔던 신용평가사의 가장 큰 문제점은 이들 트로이카가 신용평가 시장을 독점해 충분한 경쟁이 존재하지 않았었다는 점이다.

글로벌 전문가들은 신용평가업계의 독과점 체제와 '피(彼) 평가자'와의 유착을 끊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무디스 S&P 피치 등 3대 신용평가사의 미국과 유럽 시장의 점유율은 각각 95%와 90%에 달한다. 또 피 평가자로부터 직접 수수료를 받는 만큼 신용평가사가 객관적 평가보다는 로비에 넘어가 과도하게 높은 등급을 부여하는 일도 횡행하고 있다. 시장에서 '등급쇼핑'(rating shopping)'이라는 말이 유행하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유럽중앙은행(ECB)의 장 클로드 트리셰 총재는 EC가 신용평가사들에 대해 범 유럽 차원의 관리감독에 나설 것을 제안한 데 대해 환영의 뜻을 내비쳤다.

트리셰 총재는 지난 6일 리스본에서 열린 금융정책위원회를 마치고 “유럽 뿐만이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신용평가사를 둘러싼 현재의 움직임이 바람직하다”며 “신용평가 분야도 경쟁은 치열한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는 인식을 나타냈다.

밀실 신용평가= 또 다른 문제점은 밀실에서 벌어진 듯한 인상을 지울 수 없는 신용평가사의 신용평가방법이다.

현재 신용평가사들은 국가와 기업 금융기관의 신용등급을 평가할 때 각각의 경영 상황을 분석하고 발행하는 채권 등의 상환 확실성에 대해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경영진과의 면회나 채무분석, 업계 동향 등에서 위험도를 판정해 최고등급인 ‘Aaa’에서부터 최하등급인 ‘C’ 등의 기호로 나타낸다.

신용등급을 부여할 때는 여러 애널리스트들의 의견을 반영하지만 신용평가사의 주관적인 견해도 반영된다. 채권을 발행하는 조직이 높은 등급을 받기 위해 신용평가사에 비용을 지불하는 구조 때문에 신용등급이 달라진다는 비판도 여기서 나온 것이다.

알 프랑켄 미 민주당 상원의원은 “신용평가 업계에 이익 상반이 만연돼 있다”며 “신용등급 수수료를 지불하고 있는 금융기관이 보다 유리한 신용등급을 요구하는데 따라 평가하고 있다”는 견해를 나타냈다.

EC와 EU 회원국은 유럽에서 활동하는 신용평가사에 새로운 규제를 부과하기로 이미 합의했다. 오는 12월부터 적용되는 새로운 규제 하에서 신용평가사는 처음 등록이 의무화돼 신용평가 방법을 공개하는 것이 의무화된다.

시장의 무드에 편중 = 또 다른 문제점은 신용평가사의 신용평가가 시장의 분위기에 좌우되는 측면이 적지 않다는 점이다.

지난달 S&P가 그리스 국채를 투기등급(신용도 낮은 고수익률 채권)으로 강등시키면서 신용평가사에 대한 새로운 비판이 들끓었다. EU 당국자들은 그리스 지원책을 한창 논의할 당시에 내려진 이 결정을 ‘졸속’으로 간주했다.

주제 마누엘 바로소 EU 집행위원장은 “신용등급이 펀더멘털보다 시장의 무드에 지나치게 좌우되고 있다”며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았다.

이에 대해 신용평가사들은 “투자자들에 대한 의무 차원에서 장기 신용 리스크에 대한 독립된 견해를 제공했을 뿐”이라고 반론했다.

그러나 엄밀히 따지고 보면 이 같은 문제점들은 국가나 기업들이 스스로로 경영이나 국정운영상태를 점검하는 대신 신용평가사에 대해 지나치게 의존했기 때문에 비롯됐다고 볼 수도 있다.

ECB의 비니 스마기 이사는 지난 13일 밀라노의 한 강연에서 “신용평가사에 의존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며 “신용평가사보다는 ECB가 더 정확하게 경제판단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스마기 이사는 “최근 국채 신용등급 강등은 많은 의문을 자아낸다”며 “신용등급 하향에는 거시경제 자료나 재정상황의 변화가 아닌 국채나 재정위기의 파급 리스크에 관한 시장의 판단에 근거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헨리 폴슨 전 미국 재무장관도 지난 6일 워싱턴에서 열린 금융위기 조사위원회(FCIC)의 청문회에서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하기 전에 너무나 많은 투자자와 금융기관이 신용평가사를 지나치게 의지했다”는 인식을 나타냈다.

그는 “신용평가사는 “투자자문회사와 같은 수준의 조언에 그쳐야 하며 투자자는 하나의 수단으로 이러한 조언을 활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편 신용평가사에 대한 규제 강화는 부작용을 수반할 전망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4일 지난주 미 상원을 통과한 금융규제개혁법안이 대형은행의 신용등급 강등을 초래할 것이며 그럴 경우 대형은행은 수십억달러의 자금조달 비용을 필요로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WSJ은 씨티그룹과 뱅크오브아메리카(BOA) 등 ‘대마불사’의 대명사로 꼽히는 대형은행에 대한 정부의 암묵적 지원은 신용평가사로부터의 높은 등급을 보증하고 있다며 금융개혁안이 통과될 경우 대형은행들은 무더기로 신용등급이 하향조정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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