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증현 'IMF총재, 캉드쉬처럼 되지 마라'

입력 2010-04-27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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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는 한국인에게 준 고통을 기억하고 반성해야 한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이 국제통화기금(IMF) 총재에게 과거 IMF가 한국에 저질렀던 잘못에 대해 따끔하게 지적해 눈길을 끌었다.

윤 장관은 26일(한국시각) 워싱턴에서 가진 연합뉴스와 단독 인터뷰에서 도미니크 스트로스 칸 IMF 총재와 만나 1990년대 말 외환위기 당시 한국인들에게 고통을 안겨줬던 미셸 캉드쉬 총재처럼 되지 말라고 충고한 사실을 소개했다.

윤증현 장관은 지난 22일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차 워싱턴을 방문하면서 IMF 본부에서 스트로스 칸 총재를 만났다.

이 자리에서 윤 장관은 IMF가 과거 한국에 대해 잘못된 정책을 강요해 큰 고통을 안겨준 사실을 상기시키고 치열한 반성 없이는 회원국의 신뢰를 얻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외환위기 당시 우리나라 재정.경제 담당 장관이 IMF의 한국 담당 과장조차 만나기 힘들었던 사실을 감안하면 윤 장관의 이런 행동은 격세지감을 느끼게 하는 것이다.

불과 10여 년 전에 구제금융 지원 대상국으로 전락해 IMF의 일방적인 지시를 수용해야만 했던 한국이 G20 의장국이 되면서 IMF 총재 면전에서 과거의 잘못을 따질 수 있을 정도로 국격이 상승했음을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윤 장관은 "캉드쉬가 IMF 총재로 있을 때 한국에 외환위기가 왔다"면서 "당시 IMF는 일방적인 룰을 일괄적으로 적용하고 초긴축 정책을 취해 한국 국민이 많이 어려웠다"면서 "나중에 IMF가 스스로 잘못을 인정하고 긴축 정책을 대폭 완화해 유동성 회복에 도움이 됐다"고 지적했다.

윤 장관은 이어 "외환위기 당시 IMF의 가혹한 통치로 우리나라에서는 IMF에 돈을 빌리면 큰일 나는 줄 아는 '막연한 두려움'이 생겼으며 전세계에도 그런 인식이 있다"면서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스티글리츠 교수가 IMF는 어리석은 집단이라고 말했는데 나도 앞으로 IMF 운영을 잘하라는 의미에서 이런 충고를 드린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스트로스 칸 총재는 별다른 대답없이 웃음으로 받아넘겼지만, 이래저래 `뼈아픈 순간'이었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우선 한국이 올해 G20 의장국으로 IMF 쿼터 개혁을 포함한 국제금융기구 개혁을 이끌고 있기에 한국의 인식이 IMF의 구조에도 영향을 줄 수가 있다.

또 이날 면담 자리에는 IMF 총재뿐만 아니라 고위 임원급이 대거 배석했기에 윤 장관의 직설적 충고는 IMF 수뇌부의 가슴을 철렁하게 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면담에 배석했던 재정부 관계자는 "과거 IMF가 한국에 취했던 가혹한 정책의 오류에 대해서는 석고대죄를 해도 부족할 판"이라면서 "최근 IMF가 구제금융에 앞서 자금을 더욱 쉽게 빌릴 수 있는 제도를 도입했으나 과거 혹독하게 당한 경험이 있어 모두 꺼리고 있다는 점을 IMF는 분명히 인식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7월 우리나라 정부와 IMF가 공동으로 개최하는 국제컨퍼런스 참석차 방한하는 스트로스 칸 총재는 과거 한국에 취했던 정책의 타당성 여부에 대한 입장을 표명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워싱턴=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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