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IT인력 양성 손질 나선 까닭은?

입력 2010-02-08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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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관련 사람은 많은데 쓸 사람이 없다"

남용 LG전자 부회장은 우리나라 IT노동시장을 놓고 "아키텍트 수준의 고급인력이 부족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는 공급 과잉의 IT노동시장에 기업이 쓸 만한 인재는 부족하다는 것이다.

특히 그동안의 인력양성이 기업요구 수용이 실제 어려운 대학의 학부과정을 중심으로 이뤄진데다 능력이 부족한 대학 학부생을 중심으로 이뤄지면서 실무능력이 부족한데다 능력 부족한 대학이 선정돼 총체적 사업부실로 이어졌다.

따라서 정부가 13년만에 대수술을 하겠다고 밝힌 'IT인련양성 중기 개편안'은 대학의 학부과정에 대한 지원을 크게 축소하는 대신 기업이 요구하는 수준인 대학원의 석박사 고급인력을 양성하겠다는 것이다.

또 총체적 부실의 원인으로 작용했던 사업자 선정과 평가도 강화해 온정주의를 배격하겠다는 방안이다.

◆작년 12개 IT인력양성사업에 824억 지원

작년 정부가 IT인력양성사업에 지원한 예산은 824억원이었다.

인력배출단계에서는 학부(IT전공역량강화, 미디어융합전공, 실무인력양성)와 대학원(IT연구센터, IT SoC 설계인력)등이 있고 인력활용에서는 멘토링, 인턴쉽, 재교육, 유학생 유치지원 등 2개 부문 12개 과제였다.

하지만 인력홀용 단계보다는 인력배출 단계에 사업이 집중했다. 인력배출 사업 7개, 658억원을 지원해 전체의 약 80%를 차지한 것이다.

또한 대부분 학부·대학원 위주로 지원이 몰렸다.

정부는 이 같은 지원을 통해 IT학과 확대, 직종전환 교육 등 IT인력의 양적 공급기반은 확충했다고 평가하고 있다. 작년 IT학부 졸업생은 3만631명으로 공대 전체의 약 50% 차지할 정도다.

하지만 인력수요·인력양성여건 등을 고려한 다각적 분석 및 대응이 미흡했던 결과로 학력·분야·기업별 수급 불균형이 발생해 수요자 불만이 여전했다.

2009~2013년 석박사는 1221명이 부족하지만 학사는 1만8457명이 공급과잉 상태다.

분야별로도 SW부문의 석박사 인력은 9973명이 부족하고 인력양성 여건도 SW가 하드웨어보다 3분의 2에 불과하고 업계 매출도 SW부문이 하드웨어보다 8분의 1에 불과하다.

산업현장의 고급인력부족도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나 2007년 중소기업청 조사에서 중소벤처기업(정보통신·전기전자)의 박사는 1290명으로 부족률은 29.2%, 석사는 7315명이 있으나 필요인력의 18.9%에 불과하다.

아울러 인력배출에 치중해 산학 연계망이 약화된 결과, 기업이 요구하는 맞춤형 인력양성이 곤란하게 됐다.

IT멘토링·IT인턴쉽 등 기업이 직접 참여하는 인재양성사업 비중은 전체 사업의 6%, 3개 사업 53억원에 불과했으며, 산학교류도 사업별 협의체가 있으나 대학 위주로 구성돼 교류가 미흡했다.

◆사업수행 관리 소홀 등 총체적 부실 초래

구인 구직난의 미스매치 현상에도 불구하고 수급전망, 임금 등 노동시장 현실을 정확히 알려주는 노동시장 지표(signal)가 없는게 현실이었다.

또 '중위권 대학-중견기업' 대신 '일류대-중소기업' 현상도 심화되고 있다는 게 정부 판단이다.

또 능력이 부족한 대학이 사업자로 선정돼 사업부실을 초래했다.

지경부 관계자는 "서면심사 허점을 활용해 일부 대학이 사업계획을 부풀려 사업자로 선정된 결과, 중간 탈락되는 대학이 1~2년차에 집중됐다"며 " 대학의 낮은 사업비 매칭(5%)으로 부실운영의 학내 감시도 부재하다"고 말했다.

또한 서류·사후점검을 악용해 연구 참여도가 낮은 석박사·교수에 인건비·인센티브 지급 등 일부 도덕적 해이도 발생했다.

60점 미만만 탈락하던 절대평가와 온정주의로 부실사업자를 양산했다는 지적이다.

한 대학 관계자는 "사업명칭, 내용 등이 다 비슷한 사업으로 나눠먹기 아니냐는 지적이 있어왔다"면서 "심지어 일부 유명대학은 대학원생이 사업제안서, 평가자료 등을 작성·제출해 왔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또 "부실 대학은 정리하고 검증된 우수 대학은 사업지원 확대를 요청했다"고 덧붙였다.

◆정부, 수요자 중심 전환..사업 단순 효율화

지경부가 8일 발표한 'IT인력양성 중기개편안'은 공급자 중심에서 수요자중심으로 바꾸고 인력 산출보다 과정을 중시하고 인력배출중심을 인력활용과 조화를 갖겠다는 구상이다.

전상헌 지경부 정보통신산업정책국장은 "현재로서는 IT융합시대 견인할 융합인력의 양과 질 모두 부족하다"고 평가했다.

전 국장은 "국가간 IT인프라 격차 축소로 우리의 제품·테스트베드 강점이 퇴색되고 인도, 중국 등은 세계적 IT인재를 양성·공급하여 IT 주도권을 확장하고 있다"며 "우리나라의 세계 IT 주도권 축소에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지경부는 우선 2013년까지 4011억원을 투입해 기업 맞춤형 IT 기초인력 3만5000명, 고급인력 4000명, 융합고급인력 2000명을 양성하기로 했다.

이번 개편안에서는 시장에서 인력이 부족한 석박사 지원 사업의 비중을 높이고, '소프트웨어(SW) 창의연구과정' 사업을 신설해 대학원생이 제안한 소규모 연구과제를 기업이 함께 추진하도록 했다.

이 과정에서 마이크로소프트(MS)는 석박사 지원사업의 연구비를 일부 부담하고 본사 연수 등 인력 양성에 나설 예정이다.

또한 미국의 'MIT 미디어 랩' 같은 인재 양성 사업을 위해 내년까지 2개 대학에 연간 25억원씩 10년간 연구비를 지원하고, 융합 분야의 석박사 인력을 양성하기 위해 'IT융합 고급인력과정'을 올해 신설할 계획이다.

아울러 교수들의 인력양성사업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산업협력 활동을 교수업적 평가에 적극 반영하는 대학에 사업자 선정 시 가점을 부여하고, 대학생이 기업에서 인턴 경험을 쌓는 'IT멘토링' 사업 대상을 기존 3000명에서 9000명으로 확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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