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입대상 확대·피해자 보호 강화해
사고 대형화 및 복합화에 대비해야

최근 국내에서 주요 화재 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10월 16일 경기 부천 금속부품 도장공장에서 큰불이 발생해 진압 과정 중 안타까운 인명피해가 발생했다. 10월 14일 울산 화학공장 화재는 온산국가산업단지 내 부승화학 제조공장 옥외탱크에서 발생한 사건이다. 10월 12일 충남 당진 리튬 배터리 공장 화재 또한 간과할 수 없다. 최근 리튬 등 신재생·에너지 관련 시설의 화재 안전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진 사례 중 하나에 해당한다.
화재로 인한 인명 및 재산상의 손실을 예방하고 화재 발생 시 신속한 재해복구와 인명·재산 피해에 대한 적정한 보상을 통해 국민생활의 안정에 이바지하는 것을 목적으로 제정된 법률이 ‘화재로 인한 재해보상과 보험가입에 관한 법률’(이하 ‘화재보험법’)이다. 화재보험법은 화재 위험이 큰 건물을 특수건물로 지정하여 소유자에게 특약부화재보험 가입을 강제하고, 한국화재보험협회의 안전점검을 통해 화재를 사전에 예방하는 이원적 구조로 반세기 넘게 우리 사회의 화재안전망 기능을 수행해 왔다. 하지만 제정 이후 반세기 동안 재난 위험의 변화를 진단하고, 이를 해소하기 위한 방안이 화재보험법에 제대로 마련되어 있지 않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현실을 반영한 화재보험법상 개정되어야 할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첫째, 의무가입 체계 정비 필요성이다. 현행법상 특약부화재보험의 가입 의무자는 ‘특수건물의 소유자’로 한정되어 있는데, 집합건물의 다수 구분소유자 문제 및 임차인의 실사용자 불일치 문제 등 현실의 다양한 점유와 관리 관계를 포섭하지 못하는 불합리한 점이 발생하고 있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특수건물의 소유자’의 현 규정을 ‘특수건물의 소유·관리 또는 점유하는 자’로 개정하여 실질적 위험에 맞추어 정비할 필요가 있다.
둘째, 피해자 보호 강화방안 마련이다. 특수건물에서 화재가 발생하면 인명 피해와 재산상 손해가 동시에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보험금 지급은 화재 원인 조사, 손해액 산정, 책임 소재 확인 등 일련의 절차를 거쳐야 하므로 실제 지급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 피해자 보호를 위해 가불금이나 선지급 청구권, 우선변제권 등을 도입하여 대형 화재 피해자의 신속한 구제를 강화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셋째, 안전관리 인프라 확충 필요성이다. 현행 법령상 안전점검은 대면방식을 전제로 운영되고 있다. 그러나 코로나19 팬데믹과 같은 전염병 등 사회재난이 발생하는 경우 특수건물 관계자들이 외부인의 출입을 금지하거나 점검 절차의 비협조로 대면 안전점검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원칙적으로 대면방식으로 하되, 부득이한 경우에 한하여 필요시 원격점검을 통해 효율적 안전관리 기반을 마련할 필요성이 있다.
넷째, 제재 체계 실효성 확보 방안이다. 현행법은 의무보험 미가입자에 대하여 벌금형만을 유일한 제재 수단으로 규정하고 있는데, 형사절차의 경직성으로 인해 기소유예가 빈번하게 이루어지고 있어 실제 집행이 형해화되고 있는 모습이다. 수사기관 역시 단순 의무보험 미가입을 이유로 형사처벌 절차를 거쳐야 하는 것을 현실적으로 부담스럽다는 인식이 형성되어 있다. 이를 해소하기 위하여 과태료를 통한 신속한 1차 제재를 두고 이에 불응하는 경우 벌금형을 부과하는 단계적 연계 제재 체계를 두어 특약부화재보험의 의무 이행을 실질적으로 확보할 필요성이 있다.
이와 같이 의무가입 대상의 확대와 가입 의무자의 정비를 통해 보호의 범위를 넓히고, 피해자 보호 규정을 도입하여 사후적 구제를 강화할 필요성이 있다. 또한, 정보 인프라와 원격점검을 통해 관리의 실효성을 높이는 동시에 제재와 유인의 양면적 장치를 통해 제도의 준수를 담보하는 것은 화재보험법의 사회안전망 기능을 균형 있게 보강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다만, 개정안이 입법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법률 개정과 함께 하위법령의 정비가 반드시 병행되어야 한다. 특수건물의 세부 범위, 가불금·선지급의 범위와 절차, 원격점검 요건, 단계적 제재 기준 등은 대통령령·총리령을 통하여 현장 실정에 맞게 세밀하게 마련하여 실효성을 확보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유사 의무보험 상호 간의 관계 조정, 보험시장의 수용 능력, 안전점검 인력의 확충 등 제도의 연착륙을 위한 후속적 논의도 함께 요구된다.
재난은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이며, 시설의 대형화·복합화와 기후변화에 따라 그 위험은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제정 당시의 틀에 머무르지 않고 변화하는 재난 환경에 부응하는 화재보험법의 새로운 정비는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사회안전망 강화를 위한 국가적 과제에 해당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