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체 관계 단절에는 쉽게 노출돼
그래도 갈등·좌절 성장통 잊지말길

신세대가 그 어떤 세대보다 공정을 중시한다는 사실은 널리 알려져 있지만, 그들이 금과옥조로 삼는 가치로 자신의 성장과 발전을 향한 열망이 자리하고 있음은 상대적으로 덜 알려져 있다.
이와 관련해서 주목할 만한 설문조사 결과들이 있다. 실제로 신세대는 조직에 대한 소속감이 취약하고, ‘묵묵히 일하면 언젠가는 보상받을 수 있을 것’이란 기대 대신 ‘보상받는 만큼만 노력하겠다’는 거래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흥미로운 건 회사에 대한 소속감이 미약함에도 불구하고 계속 머물러있겠다는 의지를 보이는 빈도가 높다는 점이다. 물론 갈 곳이 없어 그럴 수도 있지만, ‘이직은 능력의 증거’라고 생각하는 이들의 세대적 특성을 고려할 때, 쉽게 지나칠 수 없는 현상임은 분명하다.
심층면접을 통해 그 이유를 물으니 “선배들에게 회사(조직)에 대한 로열티가 중요하다면 우리 신세대는 일에 대한 로열티가 중요하다. 이것은 내 일이고 내가 잘 해내야 한다는 책임감을 갖고 있다. 일을 통해 나 스스로 성장할 수 있다면 얼마든지 버틸 수 있다”는 답이 돌아왔다.
이러한 태도는 “회사가 잘 되더라도 내가 일을 통해 성장하지 않으면 큰 의미가 없다”는 항목에 동의하는 비율에서도 확연히 감지된다. 신세대는 74.8%가 적극 동의를 표한 반면, 기성세대의 동의율은 68.4%로 나타나 세대별로 의미있는 차이를 보였다. 특별히 소프트웨어 개발직 및 연구직에서 이에 대한 동의율이 높았음 또한 주목할 만하다.
“일과 개인생활 중, 나의 인생을 가치있게 하는 것을 굳이 선택하자면 개인생활이다” 에 대해서도 신세대는 79.9%가 동의한 반면 기성세대는 54.0%만이 동의를 표해 세대차가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신세대 입장에서 “개인 생활은 가족이나 친구 관계일 수도 있고, 자신만의 여가나 취미일 수도 있고, 종교일 수도 있지만, 개인 생활을 희생하지 않을 때 나의 성장에 도움이 됨은 물론 일에 더 몰입하고 집중할 수 있다”고 강변한다.
성장과 발전을 향한 신세대의 갈망은 일의 세계를 넘어 결혼을 통한 부부관계 속에도 스며들고 있다. 결혼생활 속에서 자신의 성장이 멈추었다고 판단되는 순간, 배우자가 나의 성숙에 걸림돌이 된다고 인식하는 순간, 이혼을 생각하는 부부가 늘고 있을 정도라니 말이다.
한데 성장과 발전을 그토록 갈망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관계를 두려워하고 기피하는 ‘손절사회’의 주인공으로 부상하고 있음이야말로 신세대가 직면하고 있는 딜레마 아닐는지. 최근 출판된 책 ‘손절사회’는 20대 필자의 작품으로 자신이 속한 세대의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분석하고 있다.
필자 분석에 따르면 무한경쟁을 앞세운 신자유주의의 습격하에서 가장 외로운 세대로 부상한 신세대는 타인을 향해 “나는 너의 감정쓰레기통이 아니야”라고 선을 확실히 그으면서, 자신에게 무해한 사람만을 허용하겠다는 의지를 단호히 표명하고 있다는 것이다. 덕분에 오늘의 신세대는 공동체의 가치와 관계성의 유대가 손상된 손절사회 속에서, 피해자이자 희생자 자리에 놓이게 되었다는 것이다.
일찍이 지그문트 바우만은 헌신과 희생을 바탕으로 한 몰입적 관계(committment)의 자리에, 언제든 자신이 원할 때 들고날 수 있는 네트워크(network)가 들어설 것을 예견하면서, 이제 딜리트(delete) 키를 누르기만 하면 모든 관계로부터 자유롭게 단절되는 세상의 위험을 경고한 바 있다.
진정 성장과 발전을 갈망한다면, 신세대 스스로 필히 해결해야 할 과제가 있다. 성장과 발전은 가상공간 속의 간접경험이나 대체경험을 통해서는 결코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한다. 몸과 마음으로 부딪치는 진짜 관계 속에서 갈등을 극복하고 좌절을 이겨내며 서로의 감정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감수성을 키울 때만이, 진정한 의미의 성장과 발전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