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현광장-황근의 시선] 스포츠 중계권 둘러싼 ‘예고된 전쟁’

입력 2026-10-2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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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TT·유튜브서 주요 대회 독점중계
유료화 부담속 국내도 시청권 논란
감성 아닌 합리적 방송정책 절실해

미디어 시장에서 콘텐츠 확보 전쟁이 점입가경이다.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들이 드라마에 이어 스포츠 중계권까지 장악해 가면서 갈등이 증폭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미국에서 가장 인기 높은 미식축구리그(NFL) 중계는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와 유튜브가 각각 목요일과 일요일 경기를 독점 중계하고 있고, 넷플릭스는 크리스마스 매치 생중계권을 확보하고 있다.

이러다 보니 NFL 중계를 다 보려면 적어도 3개 유료 스트리밍 서비스에 가입해야 하고, 이 때문에 시청자들의 비용 부담이 커진다는 불만이 제기되고 있다. NFL 경기를 다 보려면 연간 1000달러 이상 지불해야 하고, 주요 프로 스포츠 리그를 모두 시청하기 위해서는 연간 4785달러(약 720만원)가 필요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한마디로 요금 상승으로 시청자들의 선택권이 침해되고 있다는 주장이다.

미국 법무부와 연방통신위원회는 스포츠 방송 관행과 시장변화에 대한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지난 6월 하원 법사위원회는 청문회를 개최해 개별 구단이 아닌 프로 스포츠 리그가 공동으로 중계권을 판매할 때 반독점법을 면제해 주던 ‘스포츠 방송법(SBA: Sports Broadcasting Act)’에 대한 의견을 수렴하였다. 심지어 스포츠 중계에 대한 시청자 접근권을 높이고 부담을 줄이기 위한 ‘팬보호법안(For the Fans Act)’도 발의되어 있다.

이런 규제 강화 움직임에 대응하기 위해 지난달 글로벌 OTT들이 ‘스트리밍 접근과 선택 연합(SACA: Streaming Access and Choice Alliance)’을 출범시켰다. 이 단체는 모든 플랫폼에 대한 공정경쟁과 엔터테인먼트 콘텐츠 투자 활성화를 요구하고 있다. 또 NFL 중계권은 OTT가 가지고 있지만 전체 중계의 87%가 해당 지역 TV에서 방송되고 있어 시청자 접근을 보장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개정 필요성을 요구하는 측은 1961년 이 법이 제정될 당시는 지상파방송 독점 상태로 공동 중계권 판매가 시청자 선택권을 보장해 주었지만, 지금처럼 다원화된 플랫폼 시장에서는 도리어 시청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런 구조가 지속된다면 스포츠 중계권료는 급증할 것이고, 이는 결국 시청자 부담을 더 가중시킬 것이라 비판하고 있다.

이 갈등은 지상파방송을 비롯한 전통 방송이 ‘마지막 모닥불’ ‘최후의 보루’라 할 수 있는 스포츠 중계권을 글로벌 OTT 공세로부터 방어하기 위한 전쟁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넓게 보면 스포츠 중계권을 넘어 전체 방송시장의 규제 패러다임 논쟁으로 확전될 가능성이 있다. 글로벌 OTT들과 전통 미디어의 콘텐츠 전쟁은 이미 크게 기울어진 운동장이 되어 버렸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지역방송과 스포츠 중계가 해왔던 사회적·문화적 기능에 대한 우려까지 제기되고 있다.

중요한 것은 스포츠 중계권을 둘러싼 갈등이 강 건너 남의 집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얼마 전 올림픽·월드컵 중계권 분쟁을 통해 이 문제가 우리에게도 현실이 되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지상파방송 독과점 구조를 염두에 두고 만든 국가적 체육행사 등에 대한 보편적 시청권 규정을 재검토해야 할 때가 된 것이다. 이미 프로야구나 프리미어리그(EPL) 같은 인기 스포츠 중계권은 티빙과 쿠팡 같은 국내 OTT들이 독점하고 있는 상태다.

현재 한국 방송시장은 글로벌 OTT 공세에 속수무책 상태다. 콘텐츠 제작 시장을 선점당하면서 거의 모든 방송 매체가 생존 의욕마저 포기한 듯하다. 정부는 무엇을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에 대한 냉철한 판단보다 국민감정에 호소하는 퇴행적 대응책에 의존하고 있는 느낌이다. 토종 OTT인지 미국 기업인지 혼란스러운 쿠팡 문제에 대응하는 정부 태도를 보면, 글로벌 OTT들의 스포츠 중계권에 대한 정책도 합리성보다 감성에 의존하게 될까 걱정이 앞서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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