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강남구 역삼동 건물 두 곳에 잇따라 불을 지른 혐의로 체포된 70대 남성이 피해 특허법인들을 통해 운동기구 디자인을 본인 명의로 등록했던 사실이 확인됐다.
21일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A 씨는 2019년 ‘근력운동기구’, 2020년 ‘운동기구’ 디자인을 각각 특허청에 등록했다. 두 디자인의 등록공보에는 디자인을 만든 ‘창작자’와 권리를 보유한 ‘디자인권자’가 모두 A 씨로 기재돼 있다.
2019년 등록된 근력운동기구는 같은 해 4월 17일 출원돼 8월 23일 등록됐다. 등록 대리는 이번에 불이 난 신명빌딩 3층에 입주한 특허법인 소속 변리사가 맡았다. 이 기구는 양쪽 받침대가 원통형 봉을 지탱하는 형태로, 사용자가 봉 위에서 균형을 잡거나 몸을 회전하도록 설계됐다.
2020년 운동기구 디자인은 같은 해 2월 12일 출원돼 12월 4일 등록됐다. 대리인은 또 다른 화재 피해 건물인 한양빌딩 4층에 입주한 특허법인이었다. 두 건 모두 특허법인이 등록 절차를 대행했고, 등록 당시 권리는 A 씨에게 부여됐다.
경찰은 A 씨가 해외 상표 등록증 발급 과정에서 불만을 품고 범행한 것으로 보고 있다. A 씨는 온라인 등록증만 발급된다는 안내를 받았지만, 종이 등록증을 요구하며 변리사가 자신의 상표를 훔쳤다고 의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서로 압송되던 중에도 범행 이유를 묻는 취재진에게 “특허 법무법인에서 사기 쳐서”라고 주장했다.
당시 판결문에 따르면 A 씨는 그해 12월 두 업체 사무실을 찾아가 직원들을 위협했으며, 이듬해 4월 서울중앙지법에서 특수협박 혐의로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받았다.

이번에는 20일 오전 11시 54분께 신명빌딩 3층과 낮 12시 1분께 한양빌딩 4층에 잇따라 불을 지른 혐의를 받는다. 두 건물은 직선거리로 약 200m 떨어져 있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두 화재로 총 19명이 다쳤으며 이 가운데 5명이 중상으로 분류됐다. 신명빌딩에서 심정지 상태로 발견돼 병원으로 이송됐던 1명은 호흡을 회복한 것으로 확인됐다. 신명빌딩에서는 60명이 자력으로 대피했다.
A 씨는 범행 후 택시와 도보 등을 이용해 도주했다가 같은 날 오후 4시 16분께 동묘앞역 인근에서 긴급체포됐다. 범행 전에는 인화물질로 추정되는 물건을 들고 강서구 주거지를 나선 것으로 파악됐다.
A 씨는 수서경찰서로 압송되는 과정에서 사흘 전부터 범행을 준비했다는 취지로 말하기도 했다. 경찰은 구체적인 범행 동기와 인화물질 준비 경위, 범행 수법 등을 조사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