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차규정 없어 실제론 거래 힘들어
대응방안 갖추고 입법 동향 살펴야

“변호사님, 해외에서 수출대금을 가상자산으로 지급하겠다고 하는데, 받아도 되나요?” 필자가 무역업체와 업무를 하면서 종종 받는 질문이다. 그만큼 실무에서는 가상자산을 통한 거래에 대해 관심이 높으며, 복잡하더라도 적법하게 신고가 가능하다면 신고를 거쳐 가상자산으로 수출입 대금을 거래하고 싶어한다. 정부 또한 외국환거래법상 지급수단에 스테이블코인을 추가하는 방안을 고려하는 등 국경 간 가상자산 거래 규율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올해 6월 2일 개정된 외국환거래법은 가상자산이전업자의 등록과 감독을 위한 근거를 마련하고 이를 구체화하는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한 상태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가상자산을 통한 무역대금 거래는 가능하다고 할 수 있는가. 결론부터 말하자면 아직은 넘어야 할 산들이 많다고 할 것이다.
가상자산을 통해 해외로부터 무역대금을 받기 위해서는 원칙적으로 외국환거래법에 따라 한국은행에 사전 신고를 하여야 한다. 이를 위반한 거래는 처벌 대상에 해당한다. 이미 홍콩에 금 제품을 수출하고 약 5000억원 상당의 대금을 가상자산으로 받은 사건 및 중고차·부품 등의 수출대금 약 2000억원을 중개업자가 해외 무역상으로부터 가상자산으로 받은 뒤 수수료를 뺀 원화를 국내 수출업체에 지급한 사건 등에서 기업 등이 처벌된 사례가 존재한다.
그렇다면 기업이 한국은행에 사전 신고를 하면 무역대금을 가상자산으로 수령할 수 있을까. 아쉽게도 이 또한 쉽지 않은 상황이다. 외국환거래규정 제5-11조 제3항에서는 예외에 해당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거주자가 외국환은행을 통하지 아니하고 지급 등을 하고자 하는 경우에는 한국은행 총재에게 신고하도록 정하고 있다. 그러나 실무상으로는 한국은행 및 일반은행 모두 외국환거래법상에 가상자산과 관련된 근거 규정이 없다는 이유로 대부분 가상자산과 관련된 신고를 수리하지 않고 있다. 즉 기업이 적법하게 신고를 하고 싶어도 신고 자체가 가능하지 않아 가상자산으로 무역대금을 받기 위한 절차가 막혀 있는 상황인 것이다.
그러면 최근 외국환거래법 개정에 따른 가상자산이전업자를 통하면 이 문제가 해결되는 것일까. 안타깝게도 가상자산이전업자를 통한다고 하더라도 기업의 외국환거래법에 따른 신고가 면제되는 것은 아니다. 개정법과 시행령안 어디에도 무역대금을 가상자산으로 지급하거나 수령하는 것을 허용하는 조항은 없으며, 위 개정법은 가상자산을 국경 너머로 옮기는 경우의 보고 및 모니터링에 초점이 맞춰져 있을 뿐이다. 오히려 시행령안은 국내 가상자산사업자와 개인지갑 간 이전도 감독 범위에 포함하고 있어, 시행 후 관련 거래에 대한 파악이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회와 정부도 이러한 현장의 문제점을 모르고 있는 것은 아니다. 지난해 10월 국민의힘 박성훈 국회의원은 스테이블코인을 외국환거래법상 지급수단에 포함하는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정부 또한 올해 1월 국경 간 스테이블코인 거래 규율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발표했다. 만약 위와 같은 방안들에 따라 가상자산이 외국환거래법상 지급수단에 포함된다면 많은 부분에서 문제가 해소될 수 있을 것이다.
현재 외국환거래규정 제5-11조 제1항에서는 ‘거주자가 외국환은행을 통하지 아니하고 지급수단을 수령하고자 하는 경우’에는 신고를 요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므로 가상자산이 위 지급수단에 해당한다면 무역업체들은 더 이상 한국은행 사전 신고 없이, 현재 계약서 등의 증빙서류를 제시하면서 외화인 무역대금을 외국환은행을 통해 수령하고 있는 것과 같이, 가상자산도 무역대금으로서 수령하는 것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나아가 이러한 과정에서 기존 은행 및 가상자산이전업자의 역할 또한 중요해질 것이다.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가상자산으로 수출입 대금을 주고받는 것은 신고 자체가 쉽지 않으며, 개정 외국환거래법 또한 이에 대한 대안이 되지 못하고 있다. 그러므로 기업으로서는 아직은 가상자산을 통한 무역대금의 지급이나 수령을 피해야 할 것이며, 해외 제휴 기관이나 현지에서 정식 인가를 받은 결제업자 등을 통해 가상자산을 법정화폐로 전환한 후 이를 상대방으로부터 지급받는 방안으로 가상자산을 활용한 무역 정산의 확대 추세를 따라가야 할 것이다.
가상자산을 통한 무역 결제는 언젠가 다가올 분명한 미래라 할 것이다. 다만 이는 기업의 노력만으로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 입법이 필요한 부분이다. 따라서 기업으로서는 계속적으로 입법 동향을 살피면서 이에 대한 대응 방안을 준비하는 자세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