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 10명 중 8명 “학생들 글 이해 못해 수업 차질”…문해력 교육 지원도 부족

입력 2026-10-08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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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교원 1356명 조사…96.5% “최근 5년간 학생 문해력 저하”
교사 83.8% 지도 부담 호소…63.6% “기초 문해력 집중 지원 확대해야”

▲서울학생 문해력·수리력 진단검사가 실시된 서울 양천구 정목초등학교에서 4학년 학생들이 시험을 치르고 있다. (뉴시스)
▲서울학생 문해력·수리력 진단검사가 실시된 서울 양천구 정목초등학교에서 4학년 학생들이 시험을 치르고 있다. (뉴시스)

학생들의 문해력 저하가 단순한 어휘력 부족을 넘어 학교 수업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교사들의 인식 조사 결과가 나왔다. 교사 10명 중 8명은 학생들이 글의 내용을 이해하지 못해 수업이나 의사소통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답했다. 반면 문해력 지도를 위한 학교 현장의 인력과 시간, 교육자료는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8일 교사노동조합연맹이 발표한 '현장 교사가 진단하는 학생 문해력 실태조사'에 따르면 전국 교원 1356명 가운데 96.5%인 1309명이 최근 5년 사이 학생들의 문해력 수준이 낮아졌다고 평가했다. 이 중 64.2%는 '매우 저하됐다', 32.4%는 '다소 저하됐다'고 응답했다. 조사는 이달 2일부터 6일까지 진행됐다.

문해력 문제가 실제 교육활동에 미치는 영향도 적지 않았다. 최근 1년간 학생들의 문해력 부족으로 수업 지도나 의사소통에 어려움을 경험했다는 교사는 82.1%였다. 이 가운데 41.7%는 이러한 상황을 '매우 자주' 겪는다고 답했다.

교사들이 가장 심각하게 인식하는 문제는 글의 핵심 내용을 파악하는 능력이었다. 문해력 부족이 두드러지는 영역으로 80.2%가 '설명적 텍스트 분석 능력'을 꼽았다. 문학 작품의 맥락을 이해하는 능력(37.8%)과 일상적인 글을 이해하는 능력(37.6%)도 취약한 영역으로 지목됐다.

실제 교육 현장에서는 학생들이 수학 문제의 조건을 제대로 해석하지 못하거나 교과서의 긴 문장을 읽고도 주요 내용을 정리하지 못하는 사례가 보고됐다. 익숙하지 않은 어휘를 잘못 해석하는 경우도 있었다. '고지식하다'를 지식이 풍부하다는 의미로 이해하거나 '차도가 있다'는 표현을 자동차가 다니는 도로와 연결해 받아들이는 식이다.

문제는 학생들이 어려운 글을 이해하지 못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읽기 자체를 회피하는 경향도 나타난다는 점이다.

응답 교사의 59.7%는 학생들이 교과서나 학습자료를 충분히 읽지 않은 채 주변 친구에게 내용을 묻는다고 답했다. 글의 난도가 높아지면 읽기를 시도하지 않는다는 응답도 43.4%에 달했다. 글을 끝까지 읽지 않고 중간에 멈추는 사례를 경험했다는 교사는 28.8%였다.

생성형 인공지능(AI) 활용 역시 새로운 과제로 떠올랐다. 교사 27.0%는 학생들이 직접 글을 읽고 이해하기보다 AI가 제시한 답부터 확인한다고 답했다. AI가 작성한 내용을 사실관계나 적절성에 대한 검토 없이 과제에 활용하는 경우를 경험했다는 응답도 18.4%였다.

그러나 학교 현장의 문해력 교육 여건은 이러한 변화에 충분히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교사 83.8%는 문해력 향상을 위한 수업 운영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고 답했다. 지도에 필요한 시간이나 인력, 자료가 부족하다는 응답은 76.3%였다. 특히 교사 65.6%는 수업 부담이 크면서도 학교의 지원은 부족한 상황이라고 응답했다.

기초 문해력이 부족한 학생을 대상으로 한 별도 교육도 미흡한 것으로 조사됐다. 응답자의 46.2%는 보충지도나 소규모 수업 등 추가 지원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고 답했다. 반면 체계적인 지원이 이뤄지고 있다는 응답은 2.3%에 불과했다.

교사들은 문해력 저하를 개선하기 위해 교육과정과 학교 운영 여건을 함께 바꿔야 한다고 봤다. 우선 필요한 정책으로는 '기초 문해력 집중 지원 프로그램 확대'가 63.6%로 가장 높았다. 독서교육 활성화와 지역사회 연계 활동 확대(41.3%), 교과별 읽기·쓰기·토론 수업 강화(29.6%) 등이 뒤를 이었다.

교사 지원 방안으로는 행정업무를 줄이고 수업 시간을 확보해야 한다는 의견이 43.4%로 가장 많았다. 수업 사례와 자료 제공(26.1%), 교원 추가 배치(20.3%)에 대한 요구도 제기됐다.

최근 교육계에서 논의된 교과서 한자 병기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평가가 우세했다. 교사 63.5%는 한자 병기가 학생들의 문해력 개선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않을 것으로 판단했다. 반면 36.5%는 한자어로 구성된 교과 개념을 이해하는 데 효과가 있을 것으로 봤다.

이번 조사는 학생들의 문해력을 직접 평가한 것이 아니라 교사들이 교육 현장에서 경험한 변화와 인식을 조사한 결과다. 따라서 실제 학생들의 문해력 수준이 5년 전보다 어느 정도 낮아졌는지를 보여주는 객관적인 성취도 지표와는 구분할 필요가 있다.

송수연 교사노조연맹 위원장은 "문해력 지도 책임을 교사 개인에게만 맡겨서는 안 된다"며 "문해력을 강조하는 만큼 실제 현장에서 가르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교육당국의 마땅한 책임"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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