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현논단-이덕환 칼럼] 사병 입대 부추기는 군의관·공보의 제도

입력 2026-10-0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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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사병의 2배가 넘는 복무기간
국회 계류된 단축 법안은 ‘하세월’
군·취약지역 의료 확보는 국가책임

현역 사병으로 입대하는 의대생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병무청 자료에 따르면 2019년 112명이던 의대생 현역병 입대자는 2023년 267명으로 완만하게 늘어나다가 2024년 1363명으로 뛰었고, 작년에는 8월까지만 2838명에 이르렀다. 군의관·공중보건의(공보의)에 대한 의대생의 관심도 식어버렸다. 2024년 전국 의대·의학전문대학원 재학생 2469명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군의관·공보의 복무를 희망한 응답자는 29.5%에 그쳤다.

군의관·공보의 확보에는 빨간불이 켜졌다. 올해 군의관으로 임관한 인원은 304명으로 작년 692명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고, 올해 전역하는 745명의 41%에 불과하다. 올해 신규 의과 공보의도 98명으로, 복무를 마치는 450명의 22%뿐이다. 보건지소에서 근무하는 공보의는 2017년 2116명에서 올해 593명으로 72% 줄었다.

내년에는 전국 보건지소의 86.9%가 공보의 없이 운영된다는 전망도 있다. 군(軍) 의료와 취약지역 의료가 함께 무너지고 있다.

그렇다고 재학 중 사병 입대를 선택하는 의대생을 탓해서는 안 된다. 의대는 군 장교와 공보의를 양성하는 ‘의료사관학교’가 아니기 때문이다. 의대생은 반드시 군의관·공보의로 복무해야 한다는 법도 없고, 그런 관행을 강제할 근거도 없다. 재학 중 사병으로 입대해서 병역 의무를 마치는 것은 의대생에게 지극히 합리적 선택일 뿐이다.

사병 입대 행렬의 방아쇠를 당긴 것은 2024년 의정 갈등이었다. 그러나 의대생을 사병으로 떠민 구조적 원인은 국방부와 국회가 방치한 복무기간의 격차다.

1976년까지 36개월이던 육군 사병의 복무기간을 2020년 18개월로 줄이면서 군의관·공보의의 36개월은 그대로 두었다. 훈련 기간을 더하면 사병의 2배가 넘는 38개월이다. 의정 갈등이 끝났다고 의대생이 군의관·공보의로 돌아오는 것도 아니다.

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에 따르면 군 미필 의대생의 67.2%가 현역병·보충역 복무를 선호했지만, 복무기간이 24개월로 줄면 82.3%가 군의관·공보의를 선택하겠다고 답했다.

청년 의사에게는 군병원·보건지소의 열악한 근무 환경도 무거운 부담이다. 의대생에게는 수련을 마친 뒤 38개월의 ‘경력 단절’보다 재학 중 18개월의 ‘학업 단절’이 더 매력적일 수 있다. 장교 신분의 군의관과 공무원 신분의 공보의가 대단한 특혜일 수는 없다.

국회 국방위원회와 보건복지위원회의 여야 간사와 대한의사협회는 지난달 국회에서 ‘군의관·공보의 복무기간 현실화를 위한 국회 토론회’를 개최하기도 했다.

이미 국회에는 복무기간을 최대 24개월까지 줄이자는 내용의 법안이 18건이나 계류 중이다. 이재명 대통령도 지난 7월 군의관·공보의의 지나치게 긴 복무기간 문제를 지적하고, 관계 부처에 개선 방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그런데도 법안 심사는 진척이 없다. 국방부와 병무청이 다른 단기복무 장교와의 ‘형평성’과 한번 줄이면 되돌릴 수 없다는 ‘비가역성’을 핑계로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설득력이 없는 억지 주장이다.

사병의 복무기간을 절반으로 줄일 때는 따지지 않았던 비가역성을 새삼스럽게 군의관·공보의에게만 강조할 이유가 없다.

사실 병역 부담의 형평을 먼저 깬 것도 사병의 복무기간만 줄여온 국방부였다. 같은 36개월을 복무하는 군법무관·수의장교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함께 무너지는 제도를 함께 고치는 것이 마땅한 일이다. 지원자가 사라져 버린 제도에서 형평성을 따지는 것은 무의미하다.

사실 복무기간 단축도 급한 불을 끄는 임시방편일 뿐이다. 의무 때문에 잠시 머무는 ‘뜨내기 군의관’에게 군 의료를 통째로 맡기는 구조부터 바꿔야 한다.

단기 복무 군의관은 복무기간을 줄여서 필요한 인원을 채우고, 군 의료의 중심은 전문성을 가지고 평생을 헌신할 수 있는 ‘붙박이 군의관’에게 맡겨야 한다. 장병의 부상·질병을 치료하고, 신체·정신건강을 지키는 것은 국가의 책임이다. 취약지역 의료도 언제까지나 공보의에게 기댈 수는 없다.

의대생과 전공의가 복무기간 단축을 간청해야 할 이유가 없다. 청년 의사가 자발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군의관·공보의 제도를 만드는 것은 정부와 국회의 책무다. 국회가 군인사법·병역법 개정안에 대한 본격적인 심사를 서둘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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