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인상은 무차별적 영향 주는데
中企·자영업 고통 어찌할지 걱정돼

상업의 중심이 지중해에서 대서양으로 이동하는 상징적인 변화가 암스테르담의 등장이었다. 외국 상인이 오가고 정착하는 국제적인 도시로 암스테르담이 성장하기 시작한 것은 16세기 후반부터였다.
종교적인 이유로 스페인이, 지금은 벨기에에 속한 안트베르펜을 공격하는 가운데 당시 가장 선진적이었던 플랑드르와 브라반트의 많은 상인, 장인(匠人) 및 외국인들이 자본, 금융, 기술 및 계약(contracts)을 지니고 북부 암스테르담으로 이동하였다. 같은 시기 프로테스탄트에 대한 박해를 피해 이베리아반도의 유대인 및 신교도와 프랑스의 칼뱅파 교인들 일부도 암스테르담으로 이동하였다. 이들은 대부분 부유하고 높은 기술을 지니고 있었다.
이 시기 암스테르담은 유럽에서 가장 중요한 시장으로 매우 빠르게 성장하였다. 1598년에는 해상보험회사(chamber of assurance)가 설립되었으며 1600년 영국에 이어, 1602년에는 동인도회사에 헌장(charter)이 수여되었다. 1608년에는 주식 및 상품 거래소(bourse)가 열렸으며 1616년에는 곡물 거래를 위한 특별거래소도 설치되었다. 1609년에는 역사상 최초로 공공은행인 암스테르담은행(the Bank of Amsterdam·Amsterdamsche Wisselbank)이 설립되었다. 암스테르담은행은 예금 수취, 계좌 간 이체(지로 기능), 환어음 취급 등의 목적으로 설립되었다. 혹자는 최초의 중앙은행이라고 보기도 한다.
그러나 100% 지급준비를 원칙으로 하였기 때문에 암스테르담은행은 최후 대부자 기능(the lender of last resort)을 가지지 못하였다. 따라서 위기가 발생하여 신용경색이 일어날 때 역할을 할 수가 없었다. 그 때문에 보통 중앙은행의 효시를 1656년 창설된 스웨덴은행(Bank of Sweden·Sveriges Riksbank)이라고 본다. 스웨덴은행은 노벨경제학상을 제정한 바로 그 은행이다. 영국의 중앙은행인 잉글랜드은행(Bank of England)이 설립된 것은 1694년이었다. 영국 정부가 주체가 아니라 사설 은행이었다. 처음 설립 목적도 통화정책과는 무관하게 정부의 재정적자를 해결하기 위한 것이었다. 참고로 잉글랜드은행이 국유화된 것은 2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인 1946년이다.
스웨덴은행과 잉글랜드은행은 최후 대부자 기능을 가지고 있었다. 18세기 초반 광적인 투기와 거품, 그 붕괴에 따른 금융 위기에서 그와 같은 기능을 가지고 있지 못했던 암스테르담은행은 아무런 역할을 할 수 없었으나 잉글랜드은행은 효과적으로 위기를 관리할 수 있었다. 세계 금융시장의 패권이 암스테르담에서 런던으로 이동하는 계기였다. 이와 더불어 1770년대부터 런던은 상업에서도 중심지로 떠오르고 있었다. 1795년에는 나폴레옹에게 점령당하면서 금융 중심지로서 암스테르담의 역할은 종말을 고하고 말았다.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설립된 것은 1913년이었다. 당시까지 다반사로 발생하는 금융공황에 중앙은행을 창설하여 대처할 필요가 있었다.
대한민국에서 중앙은행인 한국은행법이 제정된 것은 1950년 5월이다. 6·25 남침 전쟁이 발발하기 한 달 전이다. 가장 선진적인 중앙은행을 원했던 당시 재무장관 김도연이 초청한 미국 연준의 전문가 아서 블룸필드(Arthur I. Bloomfield)와 존 젠슨(John P. Jensen)의 초안을 바탕으로 제정되었다. 한은의 의사결정기구가 연준과 유사한 이유이다.
2차 세계대전 이전까지 중앙은행의 주된 역할은 금융 안정이었다. 경기를 조절할 목적으로 정책을 사용한 경우가 많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20세기 후반 케인스 경제학이 득세하면서 통화정책은 거시경제정책의 중요한 수단으로 사용되기 시작하였으며 이제는 무슨 전가의 보도처럼 취급되고 있다. 특히 인플레이션에 대응하는 수단으로 기준금리의 결정은 중앙은행의 유일한 기능으로 보이기까지 한다.
한은이 계속해서 기준금리를 인상하고 있다.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있고 연준이 기준금리를 계속 인상하는 배경에, 역(逆)금리 차이를 고려할 때 우리의 기준금리를 계속 유지하기란 어려울 것이라는 이해는 간다. 금융시장의 안정을 고려하지 않을 수가 없는 것이 한은의 고민일 것이다.
그러나 이자율은 무차별하게 경제의 모든 주체들에게 영향을 미친다. 반도체를 제외한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들의 고통이 크다고 보도되고 있다. 걱정이 크지 않을 수 없다. 중앙은행의 역할은 무엇이어야 하는가를 곰곰 생각하게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