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탐지 대신 과정·사고력 평가 고민…“명확한 기준 필요”

대학들이 챗GPT·제미나이·클로드 등 생성형 인공지능(AI)을 학생들의 학습 도구로 적극 도입하면서 과제와 시험 평가 방식도 시험대에 올랐다. 대학이 비용을 들여 생성형 AI 서비스를 학생들에게 제공할 정도로 활용을 장려하고 있지만, 정작 수업에서는 AI를 어디까지 허용할지를 두고 기준이 엇갈리고 있어서다.
5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주요 대학 15곳과 지역 거점국립대 9곳 등 총 24곳 가운데 14곳이 재학생을 포함한 구성원에게 대학 차원의 생성형 AI 서비스를 지원하고 있는 가운데, 이를 과제와 시험에서 어디까지 허용할지를 둘러싼 대학가의 고민도 커지고 있다. 대학 차원의 가이드라인을 두더라도 구체적인 AI 사용 여부와 허용 범위는 수업 특성에 따라 교수자가 판단하도록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서울대는 AI를 적발하기보다 활용 기준을 세분화하는 쪽으로 평가 방식을 손보고 있다. 최근 정확도와 부작용 등을 이유로 생성형 AI 사용 여부를 판별하는 ‘GPT킬러’와의 제휴 계약을 종료하고, 컴퓨터공학부는 AI 활용 범위를 ‘수업 중 전면 사용 가능’부터 ‘전면 사용 불가능’까지 5단계로 나눠 수업 주차와 시험·과제별로 적용하는 AI 윤리 준칙을 마련했다. AI 사용 정황을 학생이 부인할 경우 사실관계를 검증하는 내부 위원회 설치도 추진한다.
중앙대는 생성형 AI 사용 여부를 최종적으로 교수자가 결정하고 이를 강의계획서에 명시하도록 권고한다. AI 사용을 금지할 수도 있고 사전 승인이나 출처 표기 등을 전제로 허용할 수도 있다. 이화여대 역시 학기 초 교수자가 해당 교과목에서 허용하는 AI의 범위와 방식을 학생들에게 안내하도록 하고 있다.
이에 같은 대학 안에서도 한 수업에서는 AI 활용이 학생의 역량으로 인정되는 반면 다른 수업에서는 부정행위가 될 수 있어 학생들이 수업마다 허용 범위를 확인해야 하는 상황이다.
대학에서 생성형 AI를 지원받고 있는 한 학생은 “어떤 수업에서는 AI를 적극 활용하라고 하지만 다른 수업에서는 과제에 사용하면 안 된다고 한다”며 “학교에서 AI를 제공해 활용하고 있지만 수업마다 기준이 달라 과제를 할 때마다 어디까지 써도 되는지 교수님께 따로 확인하는 경우가 있다. 대학 차원에서 기본적인 기준이라도 명확하게 제시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평가 방식 자체를 바꾸려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이화여대는 최종 결과물만 보는 대신 학습 과정에서 만들어지는 결과물을 평가에 반영하는 ‘과정중심평가’를 제시하고 있다. 과제를 여러 단계로 나눠 평가하고 AI를 활용했다면 어떤 방식으로 사용했는지, AI가 만든 결과의 정확성과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 어떤 과정을 거쳤는지를 확인하는 방식이다.중앙대 역시 AI 활용을 허용하는 수업에서는 비판적 분석과 창의적 사고가 필요한 과제를 내고 온라인 시험·과제 대신 오프라인 또는 구술시험을 활용하는 방안을 권고한다.
백정하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 자문위원은 “생성형 AI가 이미 학생들의 일상적인 학습 도구가 된 상황에서 AI를 사용했는지를 적발하는 것만으로는 학생 교육에 도움이 안되며 실제 역량을 평가하기 어렵다”며 “생성형 AI 활용 여부만을 부정행위의 기준으로 삼기보다 학생이 AI의 결과물을 검증하고 자신의 지식으로 재구성할 수 있는지를 평가할 수 있도록 과제와 시험 방식 자체를 바꿀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