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의 창] 고전 ‘오디세이’의 현대적 해석?

입력 2026-09-1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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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디세이’,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 2026년>

제작비가 3500억원에 달하는 이 영화는 6개월에 걸쳐 6개 국가를 다니면서 촬영했다고 한다. 영화를 대부분 디지털로 찍는 요즘에 이 영화는 필름, 그것도 아이맥스 70mm를 사용했다. 컴퓨터그래픽(CG)이 전혀 사용되지 않은 건 아니지만 최소화했다. 배우들이 배를 타고 실제 폭풍 속에서 촬영했다. 트로이 목마를 끌고 가는 장면에서는 수천 명의 사람이 동원되었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답다. 많은 사람이 좋아하는 게 충분히 이해된다.

그러나 난 이제 나이가 든 거 같다. 그런 것보다 서사와 드라마가 더 중요하다. 아쉬운 점의 하나는 신에 대한 묘사가 약하다는 것이다. 난 특히 칼립소의 장면을 기대했는데 (7년이나 같이 살지 않았는가!) 실망을 넘어 허탈했다. 그냥 보통의 인간이었다. 신으로서의 카리스마가 없었다(‘님프’라고 하지만 여신의 일종이다). 자주 등장하는 여신 아테나도 평범하다. 감독은 신의 영역을 최소화하려 했는지 모른다. 사실적 묘사가 그에게 중요한데, 신은 사실적으로 묘사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리스 신화’에서 신을 빼면 뭐가 남을까.

이 영화에서 가장 거슬리는 건 오디세우스를 너무 착한 사람으로 만들려 했다는 것이다. 후반에, 거지 행세하는 오디세우스가 아내 페넬로페와 대화할 때 그는 트로이에서의 (목마) 속임수로 수많은 사람이 죽은 것에 참회하는 모습을 보인다. 그런데 그건 원작에 없다.

다른 장소에서, 그가 파에아키아 섬에 갔을 때, 음유시인이 그의 과거를 노래하는 걸 들으면서 눈물을 흘리는 장면이 있긴 하다. 두 장면인데, 그중 하나는 실제로 트로이 목마를 언급하고 있고 그의 눈물이 죄책감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그러나 다른 하나는 상관이 없다. 그의 눈물은 군인이면 누구나 겪을 수 있는 트라우마로 해석하는 게 일반적인 것 같다.

실제 역사를 보면, 당시에 전쟁은 대부분 경제적인 것이었다. 즉 약탈이 주된 목적이었다. 남자는 다 죽이고 여자와 아이들은 노예로 삼는 건 흔한 일이었다. 이런 세상에서 트로이의 목마 같은 작전이 큰 죄책감을 초래한다는 건 믿기 어렵다.

놀란 감독도 모호하다고 생각한 듯하다. 원작에서는 그리스 군이 목마를 그냥 두고 가지만 영화에서는 일종의 미끼가 추가되었다. 병사 한 명이 남아 있다가 뭐냐고 묻는 트로이 군에게 “아테나 신에게 바치는 선물”이라고 말한다. 즉 원작에서는 판단을 적에게 맡겼지만, 영화에서는 종교로 위장하는 걸 분명히 했다. 그래서 ‘비윤리’를 확실히 하려 했다(그렇게 해서 실제로 비윤리적이 되었는지는 나도 모르겠다). 주인공을 반성하는 인간으로 만들려면 죄가 분명해야 했으니까.

내가 몰입이 된 장면이 이 영화에 없지는 않았다. 그 하나가 키르케가 오디세우스의 부하들을 동물로 변화시키는 장면이다. 진흙으로 조각상을 만들 듯 그들을 주무르고 비틀어 돼지 형상으로 변화시킨다. 매우 참신하다. 전통적으로 사람을 동물로 바꾸는 건 요술처럼 한 번에 툭 하면 되는 거였다(이 영화에서도 그들이 사람으로 되돌아오는 건 단번에 이루어진다).

다만 원작의 키르케와 많이 다르기는 하다. 영화의 키르케는 무엇보다 매우 여성주의적이다. 가부장적 남성에 대한 혐오를 분명히 드러낸다. 그런데 의도는 알겠지만, 이건 시대착오적이라는 지적이 가능하다. 코미디 영화도 아닌데 말이다. 오디세우스가 현대의 시각에서 ‘올바른’ 행동을 하는 거와 같은 맥락이다.

호메로스의 대서사시를 영상으로 접하고 싶다면 난 1968년 ‘오디세아’를 권하고 싶다. 이탈리아의 프랑코 로시 감독이 연출한 TV 미니시리즈다. 제작 규모에서 비교가 되지 않지만 난 훨씬 몰입되었다. 놀란의 칼립소에 나처럼 실망한 사람이 있다면 이 드라마에서는 아마 안 그럴 것이다. 전체적으로 연극 무대 같은 느낌인데, 이런 게 더 좋다. 수천 년 전의 세계, 더구나 신까지 등장하는 그런 세계를 어떻게 완벽히 재현하나. 많은 부분을 상상에 맡기는 게 더 나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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