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반 땐 의결권 제한·처분명령…징역형 신설
한창민 "허울뿐" 이의…조정훈 기권 속 가결

대주주 지분만 사들여 상장사 경영권을 넘겨받을 때도 일반주주 주식을 절반 이상 같은 조건으로 사들이도록 하는 의무공개매수제 도입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국회 정무위원회 문턱을 넘었다.
정무위는 17일 국회에서 전체회의를 열고 이같은 내용의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의결했다. 강훈식·강명구·정태호·천준호·김현정·이인영·이강일·박상혁·박홍배 의원이 각각 대표발의한 9건을 통합한 위원회 대안이다. 개정안은 법제사법위원회를 거쳐 본회의에 오를 예정으로, 법안이 최종 통과 될 경우 1년이 지난 날부터 시행돼 그 이후 주식 매수부터 적용된다.
의무공개매수제는 회사 주인이 바뀔 때 일반주주에게도 대주주와 같은 가격에 주식을 팔고 나갈 기회를 보장하는 제도다. 현행법은 인수자가 대주주 지분만 웃돈(경영권 프리미엄)을 얹어 사면 경영권을 통째로 넘겨받을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웃돈은 대주주 혼자 챙기고, 일반주주는 웃돈은커녕 주식을 팔 기회조차 얻지 못한다. 합병이나 영업양수도 방식에만 반대 주주가 회사에 주식을 사달라고 요구할 수 있는 주식매수청구권 같은 보호장치를 두고 있고, 대주주 지분 거래로 이뤄지는 인수합병(M&A)에는 이런 장치가 없다. 개정안은 이 공백을 메워 경영권 웃돈을 일반주주와 나누게 하는 법이다.
개정안은 본인과 특수관계인을 합쳐 상장사 발행주식 총수의 25% 이상을 보유한 최대주주가 되는 경우와 기존에 25% 이상을 보유한 최대주주가 주식을 추가로 사들이는 경우 공개매수를 의무화했다. 전환사채(CB)나 신주인수권부사채(BW)의 권리 행사로 주식을 취득해 이 요건에 해당하는 경우도 포함된다. 인수자는 발행주식 총수의 50%에 1주를 더한 수에서 이미 보유한 주식 수를 뺀 물량 이상을 일반주주로부터 사들여야 한다. 대주주 지분 30%를 인수해 최대주주가 되려는 경우라면, 회사 전체 주식의 과반이 채워질 때까지 일반주주가 내놓는 주식을 같은 조건으로 받아줘야 경영권을 가져갈 수 있는 구조다.
절차와 가격 기준도 법에 담겼다. 인수자는 대주주 지분을 매수한 날부터 15일 안에 공개매수를 공고해야 하고, 매수 가격은 과거 매수 가격 등을 고려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가액 이상이어야 한다. 응모 주식이 목표 물량을 넘으면 비율대로 나눠 사고, 미달하면 응모분 전부를 사면 된다. 다만 부실징후기업이나 회생절차를 신청한 기업의 주식을 사는 경우, 이미 지분 50% 이상을 보유한 주주가 추가 매수하는 경우 등은 의무공개매수 대상에서 제외된다.
의무를 어기면 제재가 뒤따른다. 의무공개매수를 거치지 않고 주식을 추가로 사들이면 해당 주식의 의결권 행사가 제한되고, 금융위가 6개월 이내 기간을 정해 처분을 명령할 수 있다. 위반 상태가 시정되지 않으면 25%를 초과해 취득한 지분에 대해서도 처분명령이 가능하다. 의무공개매수를 이행하지 않은 자에게는 5년 이하 징역 또는 2억원 이하 벌금과 과징금을 물릴 수 있도록 했다.
정무위 여당 간사이자 법안심사제1소위원장인 박상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개정안에 대해 "선행 매수를 통해 주권상장법인 발행주식 총수의 25% 이상을 보유한 최대주주가 되는 경우 또는 기존에 25% 이상을 보유한 최대주주가 매수 등을 하려는 경우 발행주식 총수의 50%에 1주를 더한 수에서 기존 보유 주식 수를 공제한 수 이상을 의무 공개매수하도록 하는 내용"이라고 밝혔다.
의결 과정에서는 이의도 나왔다. 한창민 사회민주당 의원은 매수 물량을 50%+1주로 제한하면 일반주주가 웃돈을 온전히 나눠 갖기 어렵다며 "상정된 의무공개매수제는 허울뿐이고 기대 효과를 발휘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공개매수 청약이 미달했을 때 지배권 취득을 제한하는 조항이 빠진 점을 들어 "인수자들이 청약률을 낮추는 저가 매수 전략을 펼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조정훈 국민의힘 의원은 경영권 방어 부담과 주가 거품 가능성을 이유로 기권 의사를 밝혔다. 조 의원은 "업계와 관계자들은 아직 검토가 더 필요한 설익은 제도가 아닌가 하는 얘기를 한다"며 "충분히 숙고하고 대안을 마련한 다음 통과시키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의결 직후 "의무공개매수를 재도입하는 이번 개정안은 주식 양수도 방식의 M&A 과정에서 지배주주만 누리던 경영권 프리미엄을 일반주주와 공유하게 함으로써 주주 평등 가치를 실현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며 "위원들이 소위 논의 과정에서 주신 의견들이 법 집행 현장에 잘 반영될 수 있도록 충실히 준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