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패니줌업] 팬택계열, 기업개선작업 3년만에 비상(飛上) 날개짓 활발

입력 2009-10-19 10:54 수정 2009-10-19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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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내 팬택과 팬택앤큐리텔 합병...2013년 2500만대 판매 · 매출 5兆 목표

지금으로 부터 불과 3년 전인 2006년 겨울, 팬택계열은 존폐의 기로에 서 있었다. 휴대전화 산업이라는 글로벌 거대기업의 전쟁터에 기술력 하나로 처절하게 경쟁해 온 팬택계열이 끝내 일시적인 유동성 위기를 극복하지 못하고 채권단에 기업개선작업을 신청한 것이다.

하지만 팬택계열은 그대로 무너지지 않았다. 2007년 4월19일 채권단과 기업개선작업을 추진키로 하고 자금지원이 이뤄진 6월 이후 2009년 10월 현재까지 9분기 연속 영업 흑자를 기록하며 무서운 속도로 재도약하고 있다. 또한 글로벌 경쟁사들과의 효율적인 경쟁을 위해 연내 팬택과 팬택앤큐리텔을 합병시켜 새롭게 거듭난다.

◆ 팬택, 새롭게 도약한다

팬택계열은 15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팬택계열 사옥에서 박병엽 부회장 등 주요 임직원이 참석한 가운데 3분기 실적 설명회를 겸한 기자 간담회를 열고 양사의 연내 합병을 통한 '제2의 도약' 을 선언했다.

팬택계열은 이날 금융감독원에 양사 합병을 위한 '합병 신고서' 제출을 마쳤으며 내달 27일 임시 주주총회의 결의를 거쳐 12월30일 합병법인 '팬택'을 출범시킬 예정이다.

지난 91년 박병엽 부회장이 직원 6명으로 설립한 팬택계열은 지난 2001년 현대전자에서 분사한 현대큐리텔을 인수해 팬택앤큐리텔로 편입시켰으며, 2005년 SK텔레콤의 휴대전화 단말기 자회사인 SK텔레텍을 인수, 팬택과 합병시킨 뒤 현재까지 팬택과 팬택앤큐리텔의 양사 체제로 운영해 왔다.

이번 양사 합병은 팬택의 채무 2000여억원을 자본금으로 추가 출자 전환시켰기 때문에 가능한 것으로, 기업개선중인 기업이 흑자 기조를 유지한 가운데 채권단을 설득해 추가적인 출자 전환을 한 것은 한국기업사상 최초의 사례다.

특히 팬택계열 양사의 합병을 통해서 갈수록 격화되고 있는 휴대전화 시장 경쟁에서 글로벌 기업들과 본격적으로 경쟁을 할 수 있는 내부 전열을 정비했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

기업개선작업 이후 사업구조를 미국 일본 등 해외선진시장과 강력한 프리미엄 브랜드 SKY를 보유한 내수시장으로 양분해 집중해 온 팬택계열은 합병이후 양사의 자원을 보다 효율적으로 이용함으로써 향후 본격적인 성장의 발판으로 삼겠다는 전략이다.

팬택계열 박병엽 부회장은“안정화된 재무상태와 그 동안 글로벌 경쟁사들과 생존을 담보로 한 경쟁을 통해 획득한 마케팅 노하우, 최첨단 기술력 등을 바탕으로 2013년 2500만대, 5조 이상의 매출을 달성하겠다”고 밝혔다.

팬택계열은 내부적으로 합병 이후 안정화된 재무상태를 바탕으로 양사의 자원과 기술을 효율적으로 사용함으로써 전 부문에 걸쳐 30% 이상의 효율성 향상 효과를 거둘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 동안 팬택계열은 글로벌 경쟁사들과의 본격적인 경쟁과 성장을 위해서 양사의 합병이 필요하다는 점을 인식하고, 1금융권을 비롯해 새마을금고, 신협 등 제2금융권에 추가 출자전환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집요하고 끈질기게 설득해왔다. 이에 따라 9월말부로 팬택 채권자들의 2000여억원에 이르는 채권을 자본금으로 전환시키는 추가 출자전환에 대한 동의를 마쳤다.

이에 앞서 팬택계열은 지난 8월 2년여간의 설득과 협상 끝에 휴대전화 핵심칩 개발 기업인 미국의 퀄컴사에 지급해야 할 로열티 7600만달러를 자본금으로 전환시키기로 합의했으며, 9월에는 미국 특허전문회사 인터디지털(IDC)에 지급해야할 로열티 378억원을 출자전환시켜 갚아야 할 부채를 자본화하는데 성공했다.

산업은행을 비롯한 제1금융권 중심의 채권은행협의회를 비롯, 제2금융권은 팬택계열의 기술적 우월성과 기업개선작업 이후 보여준 놀라운 회복 속도, 전 임직원의 하나된 회생 의지를 높게 평가해 기업개선작업 사상 유례가 없는 2차 출자전환에 동의했다.

한편 팬택계열은 이날 3분기 매출액 5557억원에 영업이익 418억원을 달성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팬택계열은 기업개선작업에 들어간 2007년 3분기 이후 9분기 연속 영업 흑자를 이어가게 됐으며, 올해에만 누적 영업이익 1308억원, 기업개선작업 이후 누적 영업이익 4100억원을 달성한 것으로 집계됐다.

박 부회장은 “팬택계열은 휴대폰시장이라는 치열한 격전지에서 지난 18년간 쌓아온 기술, 품질, 마케팅 역량을 바탕으로 세계적 거대 기업들과 당당히 경쟁해온 대표적인 기술중심의 제조기업”이라며 “한번 실패를 딛고 다시 일어선 만큼 흔들림 없이 전진하겠다”고 말했다.

◆ 공유와 열정이 '힘'

팬택계열 구성원들은 기업개선작업 이전과 현재의 차이점으로 단연‘공유’를 꼽는다. 맨주먹에서 시작해 조단위의 제조 기술기업을 일군 지난 30년간의 한국 기업사의 유일한 인물인 박 병엽 부회장의 경영 철학 핵심이 바로 격의 없는 커뮤니케이션을 통한 공유이며, 지난 3년간 팬택을 변화시킨 원동력이기 때문이다.

박 부회장은 기업개선작업에 들어간 직후부터 과장급 이상 전 직원을 대상으로 한 분기 단위 경영설명회를 개최해왔다. 직접 마이크를 잡고 유리알처럼 투명하게 회사의 현재 상황을 3개월에 한 차례씩 구성원들에게 설명하고, 구성원 개개인의 목표와 회사의 목표를 일치화시키는 작업을 해온 것.

박 부회장의 공유는 공식적인 자리와 비공식적인 자리, 밤과 낮,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이뤄졌다. 이미 습관으로, 일하는 방식으로 굳어진 이메일 경영이 대표적이다. 하루에도 수십통씩 많게는 수십명에 이르는 참조자를 직접 지정하며 보내는 최고경영자의 메일은 직급의 고하를 가리지 않고 날아간다. 팬택의 그룹웨어인 ‘Pware’에서는 최고경영자가 주도하는 사이버 토론이 매일 격렬하게 벌어지고 있다.

팬택계열을 변화시킨 또 다른 키워드는 열정이다. 최고경영자에서 말단 구성원에 이르기까지 열정은 글로벌 거대 경쟁사들을 압도하는 팬택의 핵심 DNA이다.

팬택계열의 월요일 아침은 동트는 새벽 6시 반 에 시작된다. 박 부회장이 주관하고 거의 모든 주요 보직자가 참여하는 부문별 매주 월요일 경영점검회의와 EM(Executive Meeting), 판매전략회의 등 주요회의는 오전 6시30분에 시작된다. 박 부회장은 회의 시작 30분전에 계열의 중역들과 사전 미팅을 갖기 때문에 대개 출근 시간은 새벽 5시 40분 전후다.

신입사원이 입사해 환영회를 갖는 자리에서 박부회장이 던지는 일성(一聲)은 ‘사표 쓰는 법부터 배우고, 사표를 가슴에 품고 다녀라’는 말이다. 일이 힘들고 무서워 떠나겠다는 구성원은 잡지 않고, 단 한 명이라도 죽을 각오로 일하는 사람과 함께 하겠다는 것이 박 부회장의 소신이다.

◆ 공유와 열정의 산물 '혁신'

기업개선작업 이전에 연구소가 개발 일정을 정확히 맞추는 경우는 드물었던 것이 사실이었다. 늘 연구소에게 부여되는 과제는 ‘Time to market’이었고, 개발일정 준수는 연구소 KPI(Key Performance Indicator)의 핵심이었다. 하지만 기업개선작업에 들어간 이후 연구소에게 개발일정준수는 더 이상 KPI가 아니다.

연구소에게 부여된 새로운 미션은‘품질’로 바뀌었다. 개발일정을 앞당기는 것이 일상화되면서 마케팅 역량을 극대화할 수 있는 기회가 커졌으며, 실패 비용이 획기적으로 줄어드는 효과를 거둘 수 있었다.

또 품질관리의 주체는 품질본부라는 상식에서 벗어난 역발상으로 연구소가 품질에 대한 책임을 지게 했다. 특히 사업부문에 소속되어 있던 고객의 사후관리를 책임지는 CS(Customer Service)본부를 품질본부와 함께 품질부문으로 엮는 조직개편을 통해서 사후관리비용의 획기적인 절감과 품질 향상이라는 두 가지 목표를 동시에 추구하도록 했다.

이 같은 결과로 다양한 외부평가기관이 수여한 '고객만족도 2년 연속 1위', '한국서비스품질 우수기업 인증, '소비자 선정 휴대폰 부문 서비스 품질 1위', '미국 AT&T 서비스 만족도 1위' 등 여러 영예를 안았다.

팬택계열은 2013년 2500만대, 매출 5조원을 달성하겠다는 야심찬 목표를 세우고 새로운 도전을 시작한다. 창업부터 성공, 좌절과 재기에 이르기까지 드라마와 같은 스토리를 만들어내고 있는 팬택계열이 또다시 어떤 모습으로 기업사에 남을 이야기를 만들어낼 것인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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