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책은 저널리스트인 크리스토퍼 레너드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을 분석하고 전 FOMC 위원이자 캔자스시티 연방은행 총재를 지낸 토머스 호니그와의 인터뷰 등을 종합했다. ‘미국 중앙은행은 어떻게 세계 경제를 망가뜨렸나(How the Federal Reserve Broke the American Economy)’라는 부제목에서 보듯이 사실상 볼커 시대 이후 연준이 자산 가격 인플레를 방치하면서 키운 자산 버블에 대한 반성문이기도 하다. 볼커는 1979년부터 1987년까지 연준 의장을 지낸 인물로 당시 중동 오일쇼크로 찾아온 초인플레에 맞서 인플레 기대를 꺾고 중앙은행의 신뢰를 되살려낸 인물이다.
금융위기와 코로나19 팬데믹 등을 거치며 연준은 제로금리 정책과 양적완화를 단행해 왔다. 그 과정에서 주가 상승과 함께 양극화를 초래했다. 이 책에서도 제롬 파월 전 연준 의장이 대형 사모펀드 칼라일에서 일했던 2002년, 파월이 미 중서부 도시 밀워키에 있는 부품회사 렉스노드에 투자했던 사례 그리고 그곳에서 정리 해고를 당한 존 펠트너의 사례를 인용하며 이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이 대목에서 과연 이런 상황이 미국에서만 벌어진 일인지를 되짚어 보지 않을 수 없다. 책 제목에서 ‘연준’이란 이름을 ‘한국은행’으로 바꿔도 별반 다르지 않아 보이기 때문이다.
한은도 제로금리까지는 아니어도 공격적인 금리인하를 해왔고, 전통적 양적완화는 아니어도 한국판 양적완화로 불리는 정책을 펴왔다. 그 결과는 천정부지로 치솟은 부동산값과 양극화다. 한국인 자산의 70% 이상이 부동산에 쏠린 탓에 자산 버블 결과가 주식이 아닌 부동산에서 벌어졌다는 점이 다르다면 다른 점이다. 물론 이 모든 결과가 한은 때문만이라고 지적하는 것은 아니다.
한은법 제1조 1항을 보면 ‘통화신용정책의 수립과 집행을 통하여 물가안정을 도모’라고 돼 있다. 한은 설립 목적을 ‘물가안정’에 둔 것이다. 실제 한은은 소비자물가지표(CPI) 2%를 중기 물가안정 목표로 설정해 놓고 있다. 즉, 기준금리 결정을 통해 CPI가 2%에 수렴하도록 하는 것이 한은이 해야 할 일인 것이다.
한국어 ‘물가’는 영어 ‘인플레’와 등치된다고 할 수 있겠다. 중앙은행 역사와 관행이 이를 증명한다. 이 대목에서 볼커를 곱씹어 보면 한은의 ‘물가안정’에 자산 가격 인플레도 포함돼야 하지 않을까 싶다. 물론 한은은 2016년 3월 법 개정을 통해 한은법 제1조 2항에 ‘금융안정에 유의’라는 문구를 신설한 바 있다. 금융안정이란 개념이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다소 모호하게 적용되고 있지만, 광범위하게 보면 자산 가격 인플레까지 포괄하는 개념일 수 있다. 하지만, 법상 이는 어디까지나 물가안정 다음의 개념이다.
이재명 정부 들어 부동산값을 잡기 위한 노력이 한창이다. 최근엔 부동산 세제개편안까지 내놨다. 반면, 한국부동산원 등 자료를 보면 서울 집값은 되레 더 오르는 중이다. 정부와의 정책공조 차원에서라도 한은은 ‘물가안정’ 목표에 잃어버린 사촌인 ‘자산가격’ 인플레를 되찾아놔야 할 때다. kimnh21c@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