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車산업 위기’ 부품생태계부터 무너진다

입력 2026-08-2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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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 노사가 올해 임금협상 잠정합의안을 25일 극적으로 합의했다. 이에 앞서 현대차 노조는 지난 21일, 10년 만에 8시간 전면파업에 들어갔다. 임금과 복지는 노사가 협상할 문제다. 하지만 지금 자동차 산업이 처한 상황은 심각하다. 중국차가 국내 시장을 빠르게 잠식하고 있고, 국내 부품 생태계가 흔들리는 가운데 정부의 미래산업 지원정책에서도 빠졌다. 2분기 영업이익이 20% 감소한 상황에서, 가격 경쟁력이 약해진 제품은 소비자에게 외면당한다.

세액공제 대상서 빠져 … 노조는 ‘침묵’

그 틈을 중국차가 파고들었다. 올해 상반기 중국산 전기차 신규 등록은 6만9513대로 전년 대비 178.7% 증가했고 전체 전기차의 35%를 차지한다. 더 심각한 것은 중국 자본과 공급망의 침투다. 지리자동차는 르노코리아 지분 34.02%를 보유하고, 지리그룹 산하 폴스타 차량은 부산공장에서 생산된다. 르노코리아의 지리그룹 차량·부품 조달액도 2022년 2709억원에서 2025년 9527억원으로 증가했다. KG모빌리티 역시 체리자동차로부터 7500만달러를 유치했다. 국내 자동차 산업의 공급망 자체가 바뀌고 있다.

이런 폭풍 전야에, 지난 8월 발표된 ‘2026년 세제 개편안’의 국내생산세액공제 대상에서 자동차는 빠졌다. 배터리 셀과 양극재는 혜택을 받는데 그 전기를 바퀴로 전달하는 구동모터, 인버터, 감속기, 열관리 부품은 제외된 것이다. 더 아이러니컬한 것은 이 정책이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해 현대차 아산공장을 찾아 제안했던 국내생산촉진세제에서 출발했다는 점이다. 자동차 공장에서 시작된 정책에서 자동차가 빠진 셈이다.

완성차와 부품업계는 반발하고 있지만 노조는 조용하다. 상여금과 정년 연장을 위해 생산라인을 세우면서, 자동차 산업의 향후 10년을 좌우할 세제지원 문제에 침묵한다면 무엇을 위한 노동운동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임금은 협상의 문제지만 산업 생태계는 생존의 문제다. 지금 가장 먼저 무너질 곳은 완성차가 아니라 2·3차 부품사다. 완성차는 해외로 생산거점을 옮길 여력이 있지만 중소 부품사는 그렇지 못하다. 공장이 국내에 남아 있어도 발주 물량이 중국으로 넘어가면 부품사는 살아남기 어렵다.

정부는 국내생산세액공제에 자동차 부품을 포함해야만 한다. 전동화 부품뿐 아니라 내연기관과 하이브리드 핵심 부품도 포함시켜야 한다. 수출 차량에 들어가는 국내 생산 부품도 포함되어야 하고, 법인세를 낼 여력이 없는 2·3차 협력사를 위해 일정 조건의 현금 환급 방식도 검토해야 한다. 국내 부품 조달 비중도 명확하게 규정해 중국산 부품을 들여와 국내에서 조립만 하고, 세제 혜택을 받는 허점을 막아야 한다.

국내 공급망 유지에 기업 사활 걸어야

전기차 구매보조금 역시 생산국과 공급망을 제대로 반영하는 방향으로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매년 기준을 바꾸는 방식으로는 산업 경쟁력을 갖출 수 없다. 차라리 그 재원을 국내 부품 생태계와 기술 경쟁력 확보에 투입하는 것이 효과적일 수 있다.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은 국회 논의를 앞두고 있고 세부 품목을 정하는 시행령도 내년 2월 확정된다. 시간이 많지 않다. 노조가 지켜야 할 것은 올해 임금인상률만이 아니다. 5년 뒤, 10년 뒤에도 일할 수 있는 생산라인과 부품 생태계를 지키는 것이 더 중요하다.

전기차 구매보조금 역시 생산국과 공급망을 제대로 반영하는 방향으로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매년 기준을 바꾸는 방식으로는 산업 경쟁력을 갖출 수 없다. 차라리 그 재원을 국내 부품 생태계와 기술 경쟁력 확보에 투입하는 것이 효과적일 수 있다.

울산의 생산라인을 세우는 것보다 더 중요한 라인은 국내 자동차 공급망을 지키는 라인이다. 그 라인이 중국으로 넘어간 뒤에는 임금을 놓고 협상할 테이블 자체가 사라질 수 있다. 지금은 누가 더 많이 가져갈 것인가를 다툴 때가 아니라, 무엇을 함께 지켜낼 것인가를 결정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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