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화 가상자산 거래소(CEX)의 거래량이 약 2년 8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까지 떨어진 가운데, 탈중앙화거래소(DEX)의 현물 거래 비중은 오히려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전체 가상자산 거래가 위축된 상황에서도 온체인 거래의 상대적 비중은 커지면서 가상자산 거래 시장의 무게중심이 점진적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CoinDesk Data가 이달 공개한 ‘Exchange Review July 2026’에 따르면 7월 CEX의 현물과 파생상품 합산 거래량은 3조7600억달러로 전월보다 23.9% 감소했다. 이는 2023년 11월 이후 가장 낮은 월간 거래량이다.
CEX 현물 거래 감소도 두드러졌다. 바이낸스의 7월 현물 거래량은 전월 대비 22.4% 줄어든 1960억달러를 기록했다. 다만 거래량 감소에도 바이낸스의 현물시장 점유율은 26.9%로 올라 올해 1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거래 위축 속에서도 대형 CEX로 유동성이 집중되는 흐름이 동시에 나타난 셈이다.
DEX도 거래 줄었는데 비중은 더 커졌다
흥미로운 점은 DEX 역시 절대 거래량만 놓고 보면 감소했다는 것이다.
7월 DEX 현물 거래량은 1760억달러로 전월 대비 9.82% 줄어 2024년 9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그러나 CEX 거래량 감소폭이 더 컸다. CoinDesk Data 기준 DEX 현물시장 점유율은 7월 19.5%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다른 데이터에서도 같은 방향성이 나타난다. The Block이 집계하는 DEX/CEX 현물 거래량 비율은 7월 확정치 기준 24%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1년 전 약 17%였던 것과 비교하면 7%포인트가량 높아졌다.
여기에 8월 들어 격차는 더 벌어지고 있다. The Block 데이터 대시보드에 따르면 8월 20일 기준 DEX 거래량은 CEX 현물 거래량의 30.65% 수준까지 올라왔다. 다만 8월 수치는 아직 월간 집계가 끝나지 않은 잠정치다.

즉 최근 흐름은 단순히 DEX 거래량이 폭발적으로 늘었다기보다는 전체 시장이 위축되는 가운데 CEX 거래량이 더 빠르게 감소하면서 DEX의 상대적 존재감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 가깝다. 동시에 8월 잠정치에서도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이러한 변화가 단순한 상대적 효과에 그칠지, 실제 거래 이동으로 이어질지에 관심이 쏠린다.
파생시장에서도 커지는 온체인 존재감
온체인 거래의 존재감은 파생상품 시장에서 더 뚜렷하게 나타난다.
The Block은 DEX와 CEX의 선물 거래량 비율을 별도로 집계하고 있으며 최근 몇 달간 온체인 파생상품 플랫폼의 비중이 꾸준히 확대되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특히 하이퍼리퀴드와 같은 오더북 기반 무기한선물 거래소가 성장하면서 과거 CEX가 사실상 독점해온 파생상품 거래 영역에서도 DEX의 존재감이 커지고 있다.
최근에는 가상자산뿐 아니라 주식과 지수 등 전통 금융자산을 온체인에서 거래하려는 수요까지 확대되고 있다. 하이퍼리퀴드의 퍼미션리스 무기한선물 프레임워크인 HIP-3를 통해 다양한 신규 시장이 개설되면서 온체인 파생상품의 거래 범위도 넓어지고 있다.
빠른 상장·상품 노출…DEX, CEX 점유율 일부 잠식
DEX의 점유율 확대를 단순히 CEX 거래 위축에 따른 상대적 상승으로만 보기는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윤승식 타이거리서치 리서치센터장은 최근 DEX 성장세에 대해 “밈코인만 있었다면 단기적인 변화로 볼 수 있겠지만, 토큰화 자산이 DEX에서 빠르게 늘고 있다는 점에서 구조적인 변화는 맞다고 본다”며 “특히 하이퍼리퀴드를 중심으로 거래 형태가 달라지면서 CEX의 점유율을 유의미하게 가져오고 있다”고 말했다.
윤 센터장은 DEX의 경쟁력이 단순히 거래비용이나 체결 속도에만 있는 것은 아니라고 봤다. 그는 “하이퍼리퀴드가 기존 DEX보다 빠르고 편리한 것은 맞지만 전통 CEX나 증권사 수준의 안정성과 신뢰도를 갖췄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오히려 빠른 상장과 새로운 상품에 대한 경제적 노출을 가장 먼저 제공할 수 있다는 점이 중요한 경쟁력”이라고 설명했다.
가상자산뿐 아니라 밈코인과 토큰화 주식·지수, 실물자산(RWA) 등 새로운 자산이 온체인에서 빠르게 거래되기 시작하면서 DEX가 기존 CEX와는 다른 방식으로 시장을 넓히고 있다는 의미다.
그래도 CEX 대체는 아직…“5년 내 넘어서긴 어려워”
다만 DEX가 단기간에 CEX를 대체할 가능성은 낮다는 전망도 나온다.
윤 센터장은 “DEX를 사용하는 데에는 빠른 상장이나 특정 자산에 대한 경제적 노출처럼 분명한 동인이 필요하지만 이런 수요가 모든 투자자에게 일반적인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젊은 세대로 갈수록 다양한 자산에 대한 경제적 노출이 자연스러워질 수 있지만 현재 자본을 많이 보유한 기존 세대는 안정성과 신뢰도를 더 중요하게 보는 경향이 있다”며 “CEX는 이런 다양한 세대를 모두 포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여전히 강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바이낸스 등 대형 중앙화거래소는 법정화폐 입출금과 기관 접근성, 규제 인프라, 깊은 유동성 등에서도 우위를 유지하고 있다. 반면 DEX는 규제와 KYC·자금세탁방지(AML), 스마트컨트랙트 보안, 오라클 안정성, 시장조작 및 투자자 보호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남아 있다.
윤 센터장은 “DEX가 CEX를 5년 안에 넘어서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결국 최근 DEX 비중 확대는 단순한 일시적 현상만으로 보기 어렵지만 CEX가 곧 시장의 중심 지위를 잃는다는 의미도 아니다. 토큰화 자산과 밈코인, 온체인 파생상품처럼 새로운 거래 수요를 DEX가 얼마나 지속적으로 흡수할 수 있을지가 향후 시장 판도를 가를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