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은행이 장기고정금리대출 자산을 활용해 전략적 유동성을 확보해야 하는 이유 [장기고정금리대출 안착]③

입력 2026-08-12 06:00

기사 듣기
00:00 /
  • 가장작게

  • 작게

  • 기본

  • 크게

  • 가장크게

시중은행은 정기 예·적금 등 저축성 수신이나, 은행채, 양도성예금증서(CD) 등 시장성 수신 외에 대체 조달 수단 즉, 전략적 유동성 확보 수단을 갖고 있어야만 한다. 정책금리 인상기에 1·2금융권 수신경쟁 과열과 그에 따른 시스템 위기를 자극하지 않을 수 있어서다. 국내 시장서 가장 현실적인 대체 조달 수단은 은행권이 보유할 장기고정금리 주택담보대출(모기지) 자산 대상의 자산유동화다.

최근 신규 주택담보대출 가운데 변동금리형 비중이 80% 안팎에 달하자, 일부 은행은 변동금리형 취급을 잠정 중단했다. 이렇게 되면 이 은행에서 취급하는 주담대는 거의 전부 5년 주기형 고정금리 주담대다.

유동성 높여야 금리리스크 관리 용이

우리나라 대표 고정금리 대출상품인 5년 주기형은 미국서 발달한 30년 순수 고정금리 대출상품 대비 고정금리 기간(5년 단위로 금리 갱신)이 짧다. 은행의 금리리스크 관점에서 보면 더 안전하지만, 전적으로 유동성이 없는 대출이란 면에서 보면 미국과 큰 차이가 있다. 즉 미국 은행은 우리보다 훨씬 긴 고정금리 기간의 모기지(주택저당) 자산을 보유 중이지만, 유동성이 높은 자산이다.

유동성이 높은 자산은 2차 시장이 있다. 필요에 따라 자산을 매각하거나 담보부차입 시장에서 담보로 활용해 유동성을 조달함으로써 대차대조표를 신속하게 재조정할 수 있다. 자기자본의 경제적 가치(EVE)를 최적화할 수 있는 것이다. 때문에 은행 입장에서는 고정금리 기간이 길더라도 금리리스크 관리가 용이하다.

국내의 경우, 유동성 있는 대출이 되려면 주택금융공사 보금자리론과 동일한 상품구조의 표준화된 순수 장기고정금리 상품이어야 한다. 그래야만 받아주는 주택금융 2차 시장이 있기 때문이다. 주금공이 22년간 이 대출을 가지고 꾸준히 주택저당증권(MBS)을 발행하면서 시장을 만들어 왔다.

미국의 경우, 은행이 보유 중인 총 모기지 관련 자산 중 주담대 비중은 약 57%(약 3조달러)를 차지한다. 나머지 43%(약 2조4000억달러)는 기관(Agency) 보증 MBS이다.

美 상업은행, 모기지 자산을 유동화

계약만기가 주로 30년이며 잔액 기준 약 9조5000억달러 규모로 미국 전체 MBS시장의 90%라는 압도적 비중을 차지하는 기관 보증 패스스루(Pass-through) MBS는 국제 규제인 유동성 커버리지 비율(LCR) 규제상 레벨(Level) 2A의 고유동성 자산이다. 유동화 기관 심사 기준에 부합하지 않아 MBS 발행을 못하는 은행 자체 보유 30년 고정금리 주담대인 점보론의 경우도 연방주택대출은행(FHLB)에 적격담보로 제공이 가능하다. 담보부 차입을 통해 저금리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미국 상업은행은 막대한 규모의 모기지 자산을 유동성 있는 형태로 보유한다.

반면 국내 은행들은 신용위험이 낮고 안정적인 이자수입부 자산인 주담대에 대해 전통적으로 만기 보유를 선호한다. 때문에 이 자산에 대해 유동성을 확보하려는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다.

반면 이제 환경이 바뀌고 있다. 글로벌경제는 지정학적 리스크와 공급망 불안, 에너지 가격 변동성으로 인해 인플레이션 압력이 고착화하는 양상이다. 주요국 중앙은행들도 금리 인하 기대를 낮추고 긴축 기조로 돌아섰다.

이런 환경 변화는 은행에 자금조달 수단 다변화를 요구한다. 기존 조달방식, 즉 예금 및 은행채 등 순수 부채성 조달에만 의존하는 단순 모델로는 주기적으로 닥쳐오는 긴축과 디지털 뱅킹 발달, 스테이블 코인 등장 등 예금 이탈 요인에 대응하기 어렵다.

기존 조달방식으로는 금리인상기 은행 요구불예금 이탈과 금융시스템 불안정을 초래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최근 5대 은행 요구불예금(수시입출금식예금 포함)은 6월말 722조2928억원에서 7월말 665조8879억원으로 56조4049억원 급감했다. 2019년 관련 집계가 시작된 이후 월 기준 최대 감소 폭이다. 이는 지난달 16일 한은이 3년6개월 만에 정책금리를 인상하면서 요구불예금 계좌에서 인상된 금리의 정기예금으로 갈아탄 돈이 상당했기 때문이다.

민간 장기고정금리 대출 도입하고 유동화해야

요구불예금 이탈이 금융시스템 불안정으로 전이되는 경로는 이렇다. 1·2 금융권 정기예금으로 자금이동 → 1금융권은 저원가성 요구불예금 이탈분 대체를 위해 높아진 금리의 정기예금 조달 확대 → 높아진 금리의 1금융권 정기예금 상품에 2금융권은 자금을 빼앗김 → 2금융권은 대응을 위해 정기예금 금리를 올림 → 2금융권은 높아진 조달비용 만회를 위해 고위험·고금리자산(예: 2022~2023년의 경우 PF대출)에 투자하거나, 대출금리를 높임 → 2금융권의 취약 차주는 높아진 대출금리를 감당 못함 → 2금융권 대출자산 부실 → 2금융권 뱅크런 리스크에 노출 → 다른 2금융권 금융기관에게 뱅크런 위험 전이 → 금융시스템 위기로 확대.

이래서 금리상승기에 채권시장 조달 포함, 상대적으로 다각화된 조달역량을 갖춘 시중은행은 2금융권과 정기예금 경쟁으로 가면 안된다. 그렇다고 은행채 조달에 집중하면, 이 또한 신용도가 낮은 회사채 및 여전채를 구축하면서 채권시장에 신용경색을 가져올 위험이 커진다,

대안으로, 은행은 보유 중인 모기지 자산을 유동화해 자금을 조달하는 시장(국내 MBS시장)으로 가야 한다. 모기지는 신용위험이 매우 낮은 자산이기 때문에 유동성 활용 가치가 높은 우량 자산이다. 문제는 국내 은행이 모기지 자산을 위기시 사실상 유동화가 불가능한 비유동성자산(5년주기형·혼합형 포함한 변동금리) 형태로만 보유하고 있다는 점이다.

대부분의 국가에선 주담대를 유동화하는 주택금융 2차 시장이 부족해 30년 고정금리 주담대를 제공하지 않는다. 반면, 한국엔 주택금융 2차 시장이 있다. 드문 예외에 속한다.

이는 매우 통찰력 높은 정책 덕택으로, 노무현 정부가 2004년 주금공을 세우면서 장기고정금리 대출인 보금자리론을 도입하고 이를 유동화하는 시장(국내 MBS 시장)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이 시장은 장기고정금리 대출을 유동화하는 시장이다.

이 시장서 대출을 소화하려면, 주금공 보금자리론과 동일한 상품구조의 표준화된 민간 장기고정금리 상품을 은행이 만들어내야 한다. 또 은행은 전략적 자금수요 발생시 이 시장서 커버드본드(주택저당증권형 이중상환청구권부채권) 형태로 장기고정금리 대출을 유동화하는 관례를 만들어 가야 한다.

이재명 정부는 노무현 정부가 어렵게 개척해 낸 국내 주택금융 2차시장을 승계하고 발전시켜야 할 책임이 있다.

김선욱 IBA홀딩스 대표/미국공인회계사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 뉴스

  • 한화는 오스탈 인수, HD현대는 기술 이식…조선 양강 마스가 속도
  • “10년 전 대출도 갚으라니”…세금·대출에 다주택자 버티기 임계점
  • 단독 ‘북한군 배치’ 보로네시에 러시아 특수부대도 연내 주둔
  • "'오디세이', 이 자리에서 보세요" [엔터로그]
  • '증조부 친일 의혹' 배우 하영의 스불재
  • 커피 더 팔리는데⋯한숨 깊어진 사장님 [커피공화국의 명암]
  • 성인 과반 "비만치료제 무료여도 사용 안 한다" [데이터클립]
  • 현대차 노조, 휴가 끝나자 파업 확대…12일부터 최대 6시간 부분파업
  • 오늘의 상승종목

  • 08.11 장종료

실시간 암호화폐 시세

  • 종목
  • 현재가(원)
  • 변동률
    • 비트코인
    • 89,711,000
    • -0.7%
    • 이더리움
    • 2,652,000
    • +0.15%
    • 비트코인 캐시
    • 301,300
    • +0.2%
    • 리플
    • 1,437
    • +0.84%
    • 솔라나
    • 107,500
    • +0%
    • 에이다
    • 263
    • -3.31%
    • 트론
    • 472
    • +1.07%
    • 스텔라루멘
    • 228
    • +0%
    • 비트코인에스브이
    • 20,000
    • -0.5%
    • 체인링크
    • 12,380
    • +5.81%
    • 샌드박스
    • 56.66
    • -2.65%
* 24시간 변동률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