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 시장의 디지털 플랫폼화가 어디까지 왔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가 온리팬스(OnlyFans)다. 2024 회계연도 기준 이용자 결제 총액은 약 72억달러에 달했고, 이용자와 크리에이터 규모 역시 계속 증가하고 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플랫폼의 크기 자체가 아니다. 기술이 확장한 성 시장이 이미 우리의 일상 속으로 깊이 들어왔다는 점이다. 시장이 커질수록 성적 콘텐츠의 생산과 유통은 더욱 빠르고 대량으로 이루어진다.
문제는 이 확장이 단순한 소비 증가에 그치지 않는다는 데 있다. 자동화된 생성 기술과 극단적으로 개인화된 상호작용이 결합되면서, 비동의 성적 콘텐츠와 딥페이크 포르노, 미성년자 관련 이미지 조작과 같은 범죄와 사회적 문제가 이전보다 훨씬 쉽게 발생하고 확산되는 환경이 만들어졌다. 이는 이미 교육 현장과 수사 시스템이 따라가지 못할 정도로 빠르게 현실에서 발생하고 있는 문제다. 성 시장의 확대는 곧바로 범죄와 사회적 위험과 맞닿아 있다.
이 지점에서 게임 중독을 전례로 다시 살펴볼 필요가 있다. 게임 중독을 언급하는 이유는 기술이 인간의 보상 체계와 선택 기준을 어떻게 재설계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가장 가까운 사례이기 때문이다. 세계보건기구는 게임 이용 장애를 통제 손상, 우선순위의 역전, 부정적 결과에도 불구한 지속이라는 패턴으로 정의한다. 실제로 많은 경우 문제는 현실과 가상을 혼동하는 데 있지 않았다. 오히려 현실이 점점 덜 선택되는 방향으로 굳어지는 데 있었다. 느리고 불확실한 현실의 보상보다, 빠르고 즉각적인 게임 속 보상이 더 합리적으로 느껴지기 시작한 것이다.
인공지능(AI) 기반 성 시장은 이보다 한 단계 더 복잡한 차원과 교차된다. 단순한 자극 소비가 아니라, 관계와 동의, 거절과 경계 같은 사회적 규칙을 최소화하거나 생략한 상태에서도 서비스가 가능하다. 상대의 반응을 기다릴 필요도, 조율하거나 불편함을 감내할 필요도 없다. 여기에 체류 시간과 결제 전환, 재방문을 극대화하려는 시장의 최적화 논리가 결합되면, 사용자는 점점 더 개인화되고 마찰이 적은 성적 상호작용을 반복적으로 경험하게 된다. 이때 학습되는 것은 성적 취향만이 아니라, 관계를 대하는 방식 그 자체다.
질문은 단순하지 않다. 현실의 관계에서 필수적인 동의와 경계를 인식하는 감각은 약해질 수 있는가. 거절을 받아들이고 조율하는 능력은 점점 낯선 것이 될 수 있는가. 비동의 성적 콘텐츠가 더 쉽게 생산되고 유통되며, 실제 범죄로 이어지는 통로가 넓어질 가능성은 없는가. 이러한 문제 제기는 과장이 아니라 지금의 구조가 자연스럽게 만들어내는 위험이다.
물론 현재까지의 데이터만으로 AI 성 서비스가 특정 범죄의 증가를 직접적으로 초래한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성 관련 콘텐츠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고, 시장이 더 강한 몰입과 더 낮은 마찰을 끊임없이 추구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러한 위험을 가정하고 대비하는 일은 과장이 아니라 필수적인 리스크 관리에 가깝다.
기술은 이미 시장이 되었고, 시장은 욕망을 최적화하고 있다. 이제 질문은 명확해진다. 이 거대한 욕망의 시장이 어떠한 학습을 만들어내고 있는지 우리는 충분히 인식하고 있을까.
한유진 | CASA 융합심리연구소 소장 | 한국아동미술치료학회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