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기업을 다니다 은퇴한 친구가 있다. 종종 만나 전국의 유명한 곳이나 등산을 간다. 하루는 애들이 감기에 걸리면 꼭 소아청소년과에 갈 필요가 있느냐, 감기약 정도는 근처 아무 의사라도 처방할 수 있는 것 아니냐고 했다. 내 입장을 ‘1도’ 고려않는 쟤가 친구 맞나 싶었지만 꾹 참고, 개인의원을 하고 있는 소아청소년과 의사의 역할에 대해 설명 했다.
하지만 별로 공감하는 눈치는 아니었다. 아이가 고열이 나거나 해열제를 며칠 먹어도 열이 떨어지지 않을 때, 기침을 해서 약을 먹는데도 점점 심해질 때, 배가 많이 아프고 계속 토할 때, 약으로 해결될 병인지, 검사를 해야 하는지, 아니면 바로 큰 병원에 입원해야 하는 상태인지 감별하는 것이 내가 하는 주된 역할이다.
15년 전에는 “병원마다 대기 환자로 미어터지던데 힘들지 않느냐”가 지인들에게 듣던 인사였다. 지금은 “애들이 없는데 병원 운영은 괜찮으냐”가 자주 듣는 인사말이 됐다.
이번 학기 초 모교에서 의대생을 위해 현장 실습을 할 수 있는 개인의원 신청이 있어 신청했다. 다만 다른 과를 지망하는 학생들에게는 가르쳐줄 것이 없고, 소아청소년과에 관심이 있는 학생들에게는 많으니 그런 학생만 보내달라는 단서를 붙였다. 결국 배우러 오는 학생이 한 명도 없었다.
특별할 것도 없는 진료를 하고 병원운영을 걱정하는 인사를 듣는 소아청소년과지만, 그래도 아픈 아이들에게 없으면 안 되니까, 오래도록 남아 있으려 열심히 건강을 챙기고 있다.
유인철 안산유소아청소년과 원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