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착한소주’ 990원 제품은 충청을 기반으로 한 소주 기업인 선양소주가 990만 병 한정 수량으로 기획 출시했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과 한국슈퍼체인과 협업한 이번 이벤트는 소상공인 유통업체에서만 판매하며, 서민 경제 부담 감소뿐만 아니라 소상공인 상권 활성화에도 긍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선양이 주도한 이번 착한상품 이벤트를 보며 시장의 맏형인 참이슬의 하이트진로와 처음처럼의 롯데칠성음료에게 아쉬움 섞인 기대를 하게 된다.
국민의 삶 속에 깊숙이 자리한 소비재 기업으로서 착한소주와 같은 이벤트는 주류 기업에 부정적인 영향보다 긍정적인 효과가 크다. 우선 국내 소비자들은 제품 구매에 있어 가격, 품질 등 전통적인 기준과 함께 기업의 가치관과 사회적 활동을 점차 고려하고 있다.
일례로 코로나가 한창이던 2021년 남양유업은 불가리스가 코로나19 치료에 효과적이라는 발표를 전격적으로 하였으나, 금세 허위·과장 광고 논란을 일으켰다. 이 사태는 2013년 논란이 되었던 대리점 갑질을 다시 상기시키며 전국적인 불매운동으로 이어졌다. 이후 창업주 일가는 허위·과장 광고 논란에 대한 책임을 지고 회장직 사퇴와 경영권 세습 포기를 발표했다. 결국 2024년 남양유업 창업주 일가와 매각사 간 경영권 분쟁 끝에 60년을 이어온 기업의 주인 자리가 바뀌게 되는 결과로 귀결되었다.
상반되는 사례로 부산을 기반으로 한 국내 대표 등산화 기업 트렉스타를 들 수 있다. 2025년 2월 경영난을 겪으며 위기에 몰렸을 때 부산의 지역방송국에서 트렉스타의 위기를 보도해 알리자 부산 시민들의 향토기업 살리기 운동이 벌어지며 등산화 주문이 폭주하였다. 지역 주민의 자발적인 기업 살리기 운동은 전국으로 퍼지며 다른 시도에서도 주문이 이어졌고, 부산시에서도 정책 지원에 나서며 위기를 넘겼다. 트렉스타는 이런 관심과 애정에 호응하여 경남 지역 산불 진화에 수천만 원 상당 등산화를 지원하는 등 선한 영향력을 전달하였다.
두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과거 소비자들은 브랜드, 가격, 품질 등을 중요시했지만, 이제는 나아가 기업의 철학과 사회적 책임 활동에도 관심을 갖게 되었다. 기업의 경영 측면에서는 사회적 책임과 이로 인해 발생하는 기업의 브랜드 가치가 새로운 관리 대상으로 부상한 것이다.
다음으로 기업이 착한소주와 같은 이벤트를 주저하게 되는 다른 이유로는 기존 제품과의 카니발리제이션(Cannibalization), 즉 자기잠식의 딜레마 때문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착한상품이 기존 주력상품이 확보한 시장과 실적을 잠식할 우려는 크지 않다. 기본적으로 착한상품을 구매하는 고객층은 가격에 민감한 소비자 집단이며, 브랜드 충성도가 낮은 소비자에 해당한다. 프리미엄 제품을 이용한 고객과 가성비 제품을 이용한 고객은 고객층이 다르며 저렴한 착한상품을 출시하더라도 호기심에 구매할 수는 있지만, 소비 상품을 전환하기는 어렵다.
최근 대형마트가 침체된 소비를 부양하고자 확장하고 있는 저가 PB상품 라인업 또한 주요한 사례로 볼 수 있다. 개당 400원대에 출시한 제품들이 시장 반응을 이끌었다는 보도는 종종 들려오지만 진라면, 신라면의 아성을 무너뜨렸다는 소식은 들리지 않는 것과 같다. 이에 더해 착한소주의 방식과 같이 유통채널을 대형유통채널과 소상공인유통으로 이원화하여 자기잠식 효과를 예방하는 한편 골목상권 활성화로 사회적 효용의 증가로 작용할 수 있다. 주류 기업의 착한상품 출시는 브랜드 간 자기잠식 우려보다는 기업에도, 사회에도 더 큰 기회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국내 소비시장은 팬데믹 이후 수년간 회복의 기미가 보이지 않으며, 최근 중동전쟁으로 세계 경제 불확실성은 커져만 가고 있다. 이로 인한 고통의 체감은 서민과 취약계층에 더욱 민감할 수밖에 없다. 어려운 시기에 이제는 기업이 소비자에, 나아가 사회에 손을 내밀고, 사회적 책임을 다할 때이다. 착한소주 990원이 하나의 현상에 그치지 않고, 이를 효시 삼아 식품, 생필품 등 주요 소비재 기업들이 릴레이 캠페인을 이어나갈 만하다.
정부 관련 부처와 기관에서 이에 대응한 지원책을 마련한다면 그 효과는 배가될 수 있을 것이다. 우리 대한민국에는 질곡의 순간마다 국가, 국민, 기업이 의지하며 위기를 헤쳐 온 경험들이 있다. 위축되고 침체된 소비시장 위기를 기업의 사회적 책임으로 다 함께 힘 모아 이겨나갈 수 있기를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