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의 중국의존도는 더 심화될 듯
공급망 둘러싼 미중 막후경쟁 치열

트럼프 대통령이 일으킨 이란전쟁이 40일을 넘기며 글로벌 지정학·지경학적 피해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개전 초기 중국이 가장 큰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전망과 보도가 이어졌지만 실상은 정반대로 흘러가고 있다.
필자는 2월 말 개전 당시 방송 매체를 통해 중국입장에서 결코 나쁘지 않은 전쟁으로 오히려 새로운 판을 짜고 있다는 전망을 내놓은 바 있다. 필자의 전망이 점차 현실화되고 있다. 우선 트럼프는 이란과의 협상 도중 왜 선제 공격을 한 것인지에 대한 의문부터 해소해야 전체 맥락이 보인다.
트럼프는 표면적으로 친미 성향의 중동 재편과 핵 프로그램 폐기, 지정학적 경제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한 에너지 통제의 3가지 이유를 얘기하고 있다. 그러나, 대외적인 명분 뒤에 숨은 의도와 목적이 존재하고 그 중심에는 중국이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첫째, 중동 내 에너지, 금융, 첨단기술 분야를 중심으로 중국의 영향력이 확대되고 있는 상황에서 중동의 중국화를 막아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2021년 중국은 이란과 전략동반자 협정을 통해 원유 및 가스·금융·항만·통신·도로 등 인프라 시설에 향후 25년간 4000억달러 규모의 투자를 약속한 바 있다. 트럼프는 중국의 안정적인 에너지 공급확보 및 중동 지역 내 미중 갈등의 전략적 교두보 마련을 차단할 명분도 필요했을 것이다.
둘째, 페트로 위안화 거래를 막고 페트로 달러로 재편하겠다는 것이다. 2012년 이란이 중국에 수출하는 원유 대금의 일부를 위안화로 결제하고 있다고 알려진 이후 줄곧 중국은 위안화 석유 대금결제를 통해 위안화 국제화를 가속화하고 있다. 2022년 12월 시진핑 주석은 걸프협력회의(GCC)에서 “중국은 걸프 국가들로부터 원유와 액화천연가스 수입을 계속 확대하고 석유와 가스 거래에서 위안화 사용을 추진할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셋째, 중국 에너지 안보 위기 초래와 그에 따른 경제적 타격을 가함으로써 미·중 간 협상에서 주도권을 잡겠다는 의도다. 이란 전체 원유 수출량의 약 90%를 중국이 가져갈 정도로 이란의 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 이는 중국의 에너지 안보에 위협이 될 뿐만 아니라, 호르무즈 해협봉쇄로 인한 유가상승은 수입원가 및 물류비 상승으로 인해 중국 인플레이션을 더욱 자극시켜 하방압력의 중국경제를 더 흔들 수 있다는 것이다. 트럼프는 이란전쟁을 일거양득이 아니라 ‘일거삼득, 일거사득’의 묘수라고 생각한 것이다.
그렇다면 실제 중국은 이란전쟁을 어떻게 보고 있을까? 이란전쟁을 조용히 지켜보고 있는 중국은 종전 이후 중동의 새판짜기를 본격화하고 있다. 중국은 원유 자급률이 30%, 에너지 자급률이 85%에 이른다. 이미 수년간 러시아, 사우디아라비아, 이라크 등 수입 다변화를 통해 원유 비축량을 지속적으로 늘려 왔고, 액화천연가스(LNG) 수입의존도도 한국, 일본보다 현저히 낮다. 만약 전쟁이 길어진다고 해도 현재 중국의 에너지 소비에서 석탄 비중이 51% 이상으로 그냥 석탄을 쓰면 된다.
미국 스팀슨센터(Stimson Center) 자료에 의하면, 중국 에너지 소비 비중은 석탄(51.4%), 원자력·태양광·풍력 등 신에너지(21.7%), 원유(18.2%), 천연가스(8%) 순이다. 따라서, 이란전쟁이 중국에 타격을 미칠 것이라는 생각은 오판이다. 종전 후 이란 내 친미정권만 들어서지 않는다면 중국입장에서 더 큰 판을 짤 수 있다. 종전 후 이란의 대중국 의존도는 더욱 심화되면서 중국은 이를 이용해 위안화로 더 저렴한 비용으로 원유를 수입할 것이다.
피폐화된 이란 재건 사업의 기회도 있고, 미국만을 위한 명분없는 전쟁으로 글로벌사우스 국가들의 반미여론도 더 확산될 것이다. 중국입장에서 결코 나쁘지 않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무엇보다 타이완 해협에 있어 중국의 전략적 대응과 공간을 확대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
트럼프가 이란전쟁을 빠르게 종식하려는 조급함의 배경에는 엄청난 무기를 쏟아부으면서 첨단무기에 들어가는 중(重)희토류 비축분이 점차 줄어들고 있다는 것도 한몫하고 있다. 역설적으로 중국에겐 희토류 무기화를 다시 한번 확인하는 계기가 된 셈이다. 호루무즈 봉쇄에 따른 알루미늄, 요소비료 등 가격 급등으로 인해 중국 공급망의 지배력은 더욱 커져갈 것이다. 이란전쟁 막후에서 벌어지는 미·중 간 힘겨루기와 수싸움을 읽어야 한다.
박승찬
중국 칭화대에서 기술경영학 박사를 취득하고, 대한민국 주중국 대사관에서 경제통상전문관을 역임했다. 미국 듀크대(2010년) 및 미주리 주립대학(2023년) 방문학자로 미중기술패권을 연구했다. 현재 사단법인 한중연합회 회장 및 산하 중국경영연구소 소장과 용인대학교 중국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저서로 <더차이나>, <딥차이나>, <미중패권전쟁에 맞서는 대한민국 미래지도, 국익의 길>, <알테쉬톡의 공습> 등 다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