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전명 ‘장대한 분노(Epic Fury)’와 함께 시작된 미국과 이란의 전쟁이 한 달을 넘겼습니다. 하지만 전 세계의 이목은 전장의 포화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소셜미디어와 브리핑장으로 쏠리는 모습인데요. 동맹을 향한 독설과 확인되지 않은 휴전 주장을 반복하는 그의 ‘입’이 국제 안보 질서와 시장을 뒤흔들고 있기 때문이죠.
1일(이하 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의 대국민 연설 또한 마찬가지였는데요. “우리는 군사적 목표를 매우 빠르게 달성할 단계에 와 있다”, “목표가 완전히 달성될 때까지 작전을 지속할 것”, “앞으로 2~3주에 걸쳐 이란에 극도로 강력한 타격을 가할 것”,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주요 목표물을 동시에 강하게 타격할 것”, “우리는 그들을 석기 시대로 되돌려 놓을 것”이라는 강경 발언들을 쏟아냈습니다.
정작 원하는 종전이나 휴전 등 새로운 내용은 전혀 없었죠. 대신 군사작전 성과를 강조하며 유가 상승과 전쟁 장기화에 대한 우려를 진정시키는 데 초점이 맞춰졌는데요. 현재 상황에 대한 대응이 예상보다 효과적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평가하면서, 작전이 신속히 마무리될 것이라는 점을 거듭 강조할 뿐이었습니다. 이란 전쟁 개시 이후 처음으로 이뤄진 황금시간대 대국민 연설이었지만, 구체적인 종전 구상보다는 기존 태도를 재확인하는 수준이라는 평가죠.

전쟁의 서막은 트럼프 특유의 자신감으로 가득했습니다. 2월 26일 스위스 제네바 협상이 파행을 겪자, 트럼프 대통령은 불과 26시간 만에 전격적인 폭격을 승인했는데요. 2월 28일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역사상 가장 사악한 사람 중 한 명인 하메네이가 사망했다”고 발표하기에 이르죠. 그러면서 “하메네이를 제거한 것은 이란 국민뿐만 아니라 모든 위대한 미국인들, 하메네이와 그의 피에 굶주린 깡패 무리에게 살해되거나 불구가 된 세계 많은 나라 사람들을 위한 정의”라고 강조했습니다.
이어 트럼프는 “전쟁은 꽤 짧을 것(pretty short)”이라고 호언장담했고 9일에는 “이란 전쟁은 곧 끝날 것이며 가장 위험한 국면은 이미 사흘 전에 끝났다”고 선언하며 미국 내 반전 여론을 잠재우려 애썼는데요. 이 발언 직후 국제 유가는 80달러대로 일시 폭락하며 시장을 출렁이게 했지만, 실제 교전은 멈추지 않았죠.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에 기뢰를 매설하며 반격하자 트럼프의 화살은 적국이 아닌 동맹국으로 향했는데요. 10일 그는 “이란 기뢰 부설함 10척을 완파했다. 앞으로 더 격침할 것”이라며 군사력을 과시하더니, 돌연 14일에는 “호르무즈 안보는 이해당사자가 책임져야 한다. 한중일 등 5개국은 군함을 파견하라”며 노골적인 파병 청구서를 내밀었습니다.
우방국들이 난색을 보이자 트럼프는 불쾌한 기색을 내비쳤죠. 17일과 18일 그는 “동맹의 도움은 필요 없다. 사실 그들이 어떻게 반응하는지 보려 했던 시험일 뿐”이라며 요청을 거둬들이는 척했는데요. 하지만 같은 날 트루스소셜에는 “이란을 끝장내면 호르무즈 해협을 이용하는 동맹국들이 정신을 차릴 것”이라며 파병을 거절한 동맹국들에 대한 앙금을 여과 없이 드러냈죠.

심지어는 트럼프발 ‘가짜뉴스’ 논란까지 벌어졌는데요. 23일 트루스소셜에서 “미국과 이란이 적대행위 해소를 위한 생산적인 대화를 나눴다”며 “이란 에너지시설에 대한 군사공격을 5일간 유예하도록 지시했다”고 밝혔죠. 그러나 이란 측은 즉각 “양국 간 어떤 대화도 없었다”며 이를 부인했습니다.
이란 반박에도 트럼프는 한발 더 나아갔는데요. 이튿날인 24일 “이란이 매우 큰 선물을 보냈다”고 주장했지만 이 역시 이란 정부로부터 “사실무근인 가짜뉴스”라는 답변만 날아왔죠.
이런 사태는 또 반복됐는데요. 1일 트럼프 대통령은 트루스소셜에 “이란의 새 대통령이 방금 휴전을 요청했다”며 “호르무즈를 열지 않으면 이란을 ‘석기시대(Stone Age)’로 돌려보낼 것”이라고 밝혔는데요. 이 역시 이란 측은 “휴전을 요청한 적이 없다”고 반박했죠. 반복된 ‘사실무근’에 한 나라 수장인 트럼프의 발언의 ‘신빙성’은 점점 떨어져 갔습니다.

이 밖에도 “이란에서 아마 2~3주 이내에 아주 떠날 것”, “호르무즈 해협을 이용하는 나라들이 가서 직접 열면 된다”, “내 생각에 그것은 자동으로 열릴 것” 등의 발언을 쏟아냈던 트럼프는 한국을 정조준했는데요.
트럼프는 1일 부활절 오찬에서 “핵 무력 바로 옆 험지에 4만5000명의 미군을 배치해 뒀는데도 한국은 도움을 주지 않았다”고 비난했죠. 실제 주한미군 규모(2만8500명)를 두 배 가까이 부풀려 말하는 것 또한 여전했습니다. 이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를 향해서도 “탈퇴를 강하게 고려 중이며 그들은 종이 호랑이”라며 서방 안보 질서 자체를 부정하는 발언으로 논란의 정점을 찍었는데요. 하지만 대국민 연설에서는 우려와는 달리 나토 등 동맹에 대한 고강도 비난은 포함되지 않았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