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약자 포용해 갈등 줄이고
공정성 높일 제도적 장치 갖춰야

요즈음 우리 경제의 화두는 단연 인공지능(AI)이다. 정부에서는 미국, 중국에 이은 세계 3위의 AI 강국 도약을 위해 독자적 AI 개발을 추진 중에 있고, 수요를 구성하는 기업들은 생산성 제고와 경쟁력 강화를 위해 구체적인 도입 방안을 모색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AI의 도입은 생산성 향상이라는 이점과 함께 다양한 분야에서 문제를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W. D. 노드하우스는 내생적성장모형(EGM)을 통하여 AI가 일반적으로 자본 대비 노동에 대한 보수 비중을 축소시키지만 최고 기술인력 등 특정 분야의 임금은 폭발적으로 증가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이는 그간 세계화 과정에서 큰 이동성(mobility)으로 노동 대비 보수의 상대적 증가를 향유해온 자본이 AI 활용으로 노동과의 보수 격차를 더욱 벌리는 한편 노동 내 기술인력과 비기술인력 간 격차 또한 확대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자산계층과의 격차 고정으로 혁신 유인의 부족과 경제 활력의 상실을 경험하고 있는 일본과, 역설적으로 상속세 부담 없이 재산분배를 받을 거대기업 2세와 나머지 대부분의 노동인구 간 큰 격차가 예상되는 사회주의 중국 또한 AI 도입이 가져올 또 하나의 격차 확대요인으로 인해 많은 도전과제에 직면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의 경우 자산의 지역 간, 계층 간 불평등 분배로 인한 소외감 증가와 공동체 의식의 하락은 AI로 인해 더욱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와 오크리지국립연구소(ORNL)가 산출한 빙산지수(Iceberg Index) 추계결과를 보면 테크 및 과학기술(IT) 업종에서의 AI 활용 임금가치가 전체 임금의 2.2% 수준인 반면 행정, 금융, 사무 등 여러 업종에 적용될 수 있는 AI 기술의 가치는 미국 전체 노동임금의 11.7%나 된다고 한다. 이는 노동자가 현재 수행하고 있는 업무 중에서 AI 활용에 의한 채용축소, 직무재편 등 체감적 변화보다 직무 내부에서 AI가 잠재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업무량이 5배에 달할 것임을 보여준다. 이러한 AI 도입의 금융, 사무 등 백오피스 기능에 대한 잠재적인 감축효과는 지리적으로도 실리콘밸리 등 특정지역에 한정되지 않고 비도시지역을 포함한 미국 전체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우리의 경우 지난 1월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가 국내 286개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80%에 이르는 응답자가 AI 도입이 일자리 감소를 가져올 것으로 보고 있고 10% 정도만이 일자리의 증가를 예상하고 있었다. AI를 활용할 업무는 기획서 및 문서 작성 등 사무업무가 72%, 기술연구 및 개발이 69% 순이었고, AI 도입 이유로는 64%가 비용절감 및 생산성 향상, 36%가 인력 대체였다.
한편, WEF(세계경제포럼)의 ‘2025년 일자리미래보고서’는 2030년까지 AI로 9200만 개의 일자리가 사라지는 대신 1억7800만 개의 새로운 일자리가 생길 것으로 낙관적인 예측을 하고 있다. 특히 AI, 빅데이터, 네트워크 및 사이버보안 분야의 기술역량에 대한 수요가 가장 빠르게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미국 오토데스크가 최근 구인공고를 분석한 결과는 AI 엔지니어, AI 콘텐츠크리에이터, 프롬프트(명령어) 전문가, AI 감사관 등 새로운 직업이 탄생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상의 여러 조사결과는 AI가 우리 경제에 ‘경쟁력’ 제고라는 선물과 함께 다양한 분야에서 새로운 도전과제 또한 가져올 것임을 시사한다. 3월 20일 발표된 2026세계행복보고서(WHR: World Happiness Report)에서 우리는 작년에 이어 올해 9계단이나 하락한 67위를 기록하였다. 공동체 기여와 불공정성 등 사회적 부패 측면의 부진이 원인이었다.
우리 국민의 ‘행복’이 경제적인 격차가 작고, 갈등요소들에 대한 처리가 ‘공정’하고 ‘효율적’으로 이루어질 때 올라가는 만큼 AI 활용을 통한 ‘생산성’ 향상과 더불어 우리 사회의 행복수준을 높이기 위한 제도의 구축과 정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분배의 공정성 확보와 포용적(inclusive)인 사회를 위한 세제 개편 및 사회적 약자에 대한 기본생활(주거, 의료, 돌봄 등)의 보장 특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초고령사회 노인빈곤율 1위라는 오명을 듣고 있는 우리 사회 노인들에 대한 조치가 시급하다. 이와 함께 갈등비용 최소화를 위한 갈등해소 기제의 구축과 정착을 위한 갈등 필수조정 분야의 지정, 갈등해소 전문가 양성을 위한 정규과정 설치 및 국가자격증 제도의 운영을 제안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