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도심 한복판이 통제됐던 월드 스타의 공연 뒤 여러 뒷말이 튀어나오고 있습니다. 그 엄청났던 준비만큼 후폭풍도 거세죠.
경복궁과 광화문을 배경으로 울려 퍼진 ‘아리랑’. 21일 열린 방탄소년단(BTS)의 정규 5집 컴백 무료 공연은 전 세계 190개국 넷플릭스 생중계 등 압도적인 스케일과 완벽한 퍼포먼스로 전 세계 팬들을 열광시켰습니다.
하지만 조명이 꺼진 뒤 광화문 일대는 극심한 혼란과 상반된 평가로 엇갈렸는데요. ‘단 한 건의 사고도 없는 완벽한 안전 통제’라는 찬사 이면에는 ‘수억원 대 행정력 낭비’라는 비판이, ‘인근 상권의 매출 특수’라는 보도 뒤에는 ‘예측 실패가 부른 재고 폭탄’이라는 한숨이 숨어 있었죠.

이번 행사를 둘러싼 혼란의 출발은 ‘어긋난 수요 예측’이었는데요. 애초 정부와 경찰은 최악의 밀집 시나리오를 가정해 “최대 26만 명이 운집할 것”이라고 발표했습니다. 수치는 지자체, 경찰, 인근 상인들에게는 ‘기준’이 됐는데요.
그러나 뚜껑을 열어본 결과는 달랐습니다. 행사 후 주최 측인 하이브는 하루 동안 현장을 거쳐 간 누적 인원을 10만 4000명으로 추산했고요. 실제 통제 구역 내 피크타임 밀집도를 산정한 서울시와 경찰의 공식 집계는 4만~4만 8000명에 불과했죠. 이 간극은 시작 전부터 쌓여온 불만을 폭발하게 했습니다.

가장 먼저 도마 위에 오른 것은 행정력 투입의 적정성인데요. 22일 행정안전부와 서울시, 서울경찰청 등에 따르면 당일 26만 명 기준에 맞춰 경찰 기동대 등 6500여 명의 치안 인력이 투입됐습니다. 관람객 약 6명당 경찰 1명이 배치된 셈이죠. 여기에 지자체 산하 공무원 약 2600명 등 총 1만 5000여 명이 주말 비상근무에 동원되면서 초과근무 수당으로만 수억원의 혈세가 낭비되었다는 지적이 잇따랐습니다.
하지만 옹호 여론도 팽팽하죠. 이태원 참사 이후 높아진 안전 기준을 고려할 때 인명 사고를 막기 위한 선제적 대응은 정당하다는 것인데요. 박정보 서울경찰청장은 23일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인파 예측이 과했다는 지적에 대해 “26만 명을 말한 건 숭례문까지 인파가 차면 26만 명까지 들어올 수 있다는 것이었다”며 “경찰은 최악의 상황을 대비한다. 그 인원이 들어왔을 때 어떻게 대비할 것이냐를 준비해야 하기 때문에 이야기 드린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시민 안전과 관련해서는 과도하게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부족한 것보다는 과한 게 시민 안전에 맞지 않나”라고 답변했죠,

상권의 반응 역시 복잡합니다. 당일 광화문 일대 편의점들의 장부상 매출은 확실히 급증했는데요.
22일 편의점 CU에 따르면 21일 서울 광화문 인근 10개 점포 매출은 전주보다 약 3.7배 증가했습니다. 특히 공연장과 가까운 대로변 점포 3곳은 매출이 6.5배까지 치솟았죠. 김밥 매출은 1380% 넘게 급증했고, 생수 등 음료 판매도 800% 이상 늘어났는데요. 같은 날 GS25 역시 광화문 인근 5개 점포 매출이 전주 대비 3.3배 늘었고요. 핫팩은 5600% 이상, 보조배터리는 2000% 이상, 건전지는 3500% 이상 급증하는 등 공연 관람 수요가 반영됐다고 알렸습니다.
하지만 다음날 재고가 이들을 맞았는데요. 상인들은 정부가 예측한 ‘26만 명’ 방문 규모를 믿고 평소보다 많게는 10배 이상 물량을 늘렸지만, 수요가 이를 따라주지 못한 탓입니다. 국민일보에 따르면 편의점 앱 ‘포켓CU’를 통해 확인한 결과, 광화문 인근 한 점포에는 김밥과 주먹밥 재고가 최소 280개 이상 쌓였고 일부 상품은 표시 한도인 ‘99개 이상’으로 나타났는데요. 유통기한이 짧은 특성상 점주들은 ‘1+1’ 할인 판매에 나섰고, 결국 CU와 GS25 본사가 폐기 비용을 전액 부담하기로 했죠.
골목 안쪽 식당들의 상황은 더 어려웠습니다. 평소보다 2~3배 많은 식자재를 준비했지만, 경찰이 이면도로와 상가 진입로를 촘촘히 통제하면서 손님 유입 자체가 막혀버렸죠. 공연 티켓을 구하지 못한 팬들과 방문객들도 통제 구역에 머무르지 못하고 외곽으로 이동하는 상황이 이어지면서 기대했던 ‘특수’는 상당 부분 빗나갔습니다.

일반 시민들의 주말 일상도 멈춰 섰습니다. 30여 개 버스 노선 우회와 광화문역 무정차 통과로 특히 인근 웨딩홀은 직격탄을 맞았죠. 이에 하객들이 결혼식에 늦거나 혼주 차량이 진입하지 못하는 등 결혼식을 망친 시민들의 원성이 빗발쳤습니다.
논란이 확산되자 소속사 하이브와 BTS 멤버들은 라이브 방송과 공식 입장문을 통해 “시민들의 배려에 깊이 감사드리며 큰 불편을 겪으신 분들께 진심으로 죄송하다”며 공식적으로 사과했죠.

해외의 시선은 행사의 문화적 가치에 집중됐는데요. 롤링스톤은 ‘아리랑’ 앨범이 한국적 뿌리를 성공적으로 조명했다고 극찬했고, 뉴욕타임스(NYT)와 BBC는 수만 명의 인파 속에서도 유지된 놀라운 질서 정연함과 압도적 스케일에 박수를 보냈습니다.
하지만 뼈있는 비판도 존재했는데요. AP통신은 “지나친 통제로 인해, 서울의 정신적 중심지이자 시민들의 열린 공간인 광화문 광장의 본래 상징성이 다소 훼손되었다”며 획일적인 행정력 투입을 지적했죠. 또 공연의 연출을 맡은 해미쉬 해밀턴 감독은 CNN에 “광화문은 공공장소이기 때문에 공연 전날까지 실제 무대에서 밴드 리허설을 단 한 번도 할 수 없었다”며 “이는 내 경력에서 처음 겪는 일이었다”고 아쉬움을 표하기도 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