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과 제언] 태양광 패널이 가로막은 ‘농촌 조망권’

입력 2026-03-1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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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원 쉼표힐링팜 대표

농촌의 하늘은 누구의 것인가

농촌의 풍경은 계절마다 색이 바뀐다. 봄에는 연두빛 논과 밭이 펼쳐지고, 여름에는 짙은 녹음이 들판을 덮는다. 가을이면 황금빛 벼가 들판을 채우고, 겨울에는 흙의 색이 고요하게 남는다. 농촌이 아름다운 이유는 자연의 색이 계절마다 바뀌기 때문이다.

그러나 요즘 농촌의 풍경에는 또 하나의 색이 자주 등장한다. 검은 태양광 패널의 색이다. 들판과 산자락, 때로는 마을 바로 옆까지 태양광 시설이 들어서면서 농촌 경관은 빠르게 변하고 있다.

재생에너지는 분명 기후위기 시대에 필요한 선택이다. 화석연료 의존을 줄이고 탄소 배출을 낮추기 위한 에너지 전환은 세계가 함께 추진하는 과제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농촌이 감당해야 하는 공간적 부담은 생각보다 크다.

태양광 발전시설은 넓은 면적을 필요로 한다. 그 결과 농지와 산지, 농촌 경관이 에너지 생산 공간으로 빠르게 전환되고 있다. 일부 지역에서는 주거지 인근까지 태양광 시설이 들어서면서 경관 훼손과 조망권 갈등이 반복된다. 농민에게 농지는 생업의 터전이면서 동시에 삶의 공간이다.

농촌 경관도 공공자산 … 정책적 가치 둬야

도시에서는 조망권이 중요한 주거 가치로 인정받는다. 아파트에서 강이나 공원을 바라볼 수 있는지 여부는 주택 가격을 좌우하는 요소가 되기도 한다. 그러나 농촌의 조망권은 거의 논의되지 않는다. 논과 산, 들판이 만들어내는 풍경은 당연한 것으로 여겨지고, 정책적 가치로 평가받지 못한다.

하지만 농촌의 경관 역시 공공 자산이다. 자연 경관은 지역의 정체성을 만들고, 관광과 농촌 체험, 귀농·귀촌을 이끄는 중요한 요소다. 무엇보다 그 풍경 속에서 살아가는 주민들에게는 일상의 삶의 질과 직결되는 환경이다. 조망권은 단순히 눈에 보이는 풍경의 문제가 아니라, 사람들이 살아가는 공간의 존엄과도 연결된 문제다.

최근 유럽에서도 에너지 정책의 방향을 다시 점검하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한때 재생에너지 정책의 상징으로 불렸던 덴마크는 원전 금지 정책을 재검토하며 차세대 원자력 기술 연구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벨기에는 새 원자로 건설을 허용하는 법안을 통과시켰고, 이탈리아 역시 원자력 기술 활용을 다시 허용했다. 스페인과 독일에서도 에너지 정책의 속도와 방식에 대한 재검토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재생에너지 자체를 부정한다기보다, 에너지 전환이 단일한 해법으로 해결될 수 없다는 현실적 인식을 보여준다. 에너지 정책은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공간과 사회의 문제이기도 하다. 어떤 에너지를 선택하든 그 시설이 놓이는 지역의 환경과 공동체에 미치는 영향까지 함께 고려해야 한다.

한국의 농촌은 이미 고령화와 인구 감소, 빈집 증가 등으로 정주 기반이 약해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경관 훼손과 환경 갈등까지 겹치면 농촌은 더 빠르게 삶의 공간으로서의 매력을 잃을 수밖에 없다. 농촌이 단순한 발전 부지가 아니라 사람들이 살아가는 생활 공간이라는 인식이 정책 속에 충분히 반영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에너지 전환-공동체 삶의 터전’ 조화를

농촌의 땅은 단순한 부지가 아니다. 식량을 생산하는 공간이자 자연을 보존하는 공간이며, 지역 공동체가 살아가는 삶의 터전이다. 에너지 전환 역시 이 공간의 가치와 충돌하지 않는 방식으로 설계되어야 한다.

재생에너지 확대는 필요하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농촌의 경관과 삶의 환경이 희생되어서는 안 된다. 농지 보호와 경관 관리, 주민 참여형 에너지 모델, 입지 규제와 같은 균형 있는 정책이 함께 고민되어야 한다.

농촌의 하늘과 들판은 단지 비어 있는 공간이 아니다. 그곳은 사람들이 살아가는 삶의 풍경이자 우리가 함께 지켜야 할 공공의 자산이다. 에너지 전환을 논의하는 지금, 우리는 한 가지 질문을 다시 던져야 한다. “농촌의 하늘과 풍경은 과연 누구의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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