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실 풍경] 손님이자 주인인 환자들

입력 2026-01-2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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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석현 누가광명의원 원장

호메로스의 ‘오디세이아’는 트로이 전쟁을 마친 오디세우스 왕이 고향 이타카로 돌아가기까지의 긴 귀향 여정을 그린 서사시이다. 전쟁이 끝났음에도 그는 곧바로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수많은 고난과 역경을 겪으며 오랜 세월을 방황한다. 그 여정 속에서 오디세우스는 괴물과 신의 분노를 마주하기도 하지만, 동시에 뜻밖의 환대를 경험하기도 한다.

배가 난파하여 벌거벗은 채로 해안에 도착한 오디세우스를 발견한 파이아케아 섬의 나우시카 공주는 오디세우스를 왕궁으로 데리고 간다. 파이아케아의 왕 알키노오스는 오디세우스의 신분을 묻기도 전에 먼저 따뜻한 물로 목욕하게 하고 음식과 의복을 제공한다. 연회까지 베풀며 손님으로서 예우를 다한 뒤에야, 그의 사연과 정체를 듣게 된다. 이후 알키노오스 왕은 오디세우스가 이타카로 돌아갈 수 있도록 배와 풍성한 선물을 마련해 준다. 고난과 역경 속에서 조건 없는 환대가 없었다면 오디세우스는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했을 것이다.

환대를 뜻하는 라틴어 hospitium은 ‘손님’을 뜻하는 hospes에서 유래했다. 흥미로운 점은 hospes가 손님이라는 뜻과 동시에 주인이라는 의미를 함께 지닌다는 사실이다. 손님을 환대한다는 것은, 그를 낯선 타인이 아니라 마치 자기 집에 있는 주인처럼 대하는 행위일 것이다. 철학자 에마누엘 레비나스는 ‘타인의 얼굴’에서, 우리가 누군가를 돕는 이유는 우리가 더 높은 위치에 있기 때문이 아니라, 고통 속에 있는 타인의 얼굴이 우리에게 “너는 나를 도우라”라는 윤리적 명령을 건네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도움을 청하는 이는 우리에게 찾아온 손님일 수 있지만, 동시에 우리가 마땅히 환대해야 할 주인이기도 하다.

2026년 1월이 시작되었다. 올해도 많은 환자가 이 작은 진료실을 찾을 것이다. 만성 질환을 관리하기 위해서, 갑작스러운 통증의 원인을 찾기 위해서, 혹시 모를 암을 조기에 발견하기 위해서 말이다.

새해를 맞아 건강을 지키겠다는 다짐 속에서 병원을 찾는 환자들의 모습은, 끝내 안식의 고향 이타카를 향해 나아가던 오디세우스의 여정과 겹쳐 보인다. 나는 내게 온 손님이자 주인인 환자들을 최선을 다해 환대해야겠다.

조석현 누가광명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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