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숫자만 보면 서울은 이미 ‘선택받은 사람들만의 리그’처럼 보인다. 그래서 많은 이들이 서울 아파트 입성을 포기한다. 포기에 앞서 우리가 보고 있는 이 통계가 과연 나의 현실을 정확히 반영하고 있는지부터 물어봐야 한다.
우리가 매일 접하는 서울 청약 통계의 대부분은 강남·서초·송파, 이른바 로또 청약지에 집중되어 있다. 극단값이 평균을 끌어올리고 그 평균은 다시 좌절을 생산한다. 문제는 이 숫자가 서울 전체의 모습인 것처럼 해석된다는 점이다.
실제로 서울 아파트에는 다양한 가격대, 다양한 입지, 다양한 소유 방법이 존재한다. 그런데 통계는 늘 가장 비싸고 경쟁이 치열한 곳을 전면에 세운다. 통계는 정보 이전에 심리전으로 쓰이기도 한다. 하지만 시장은 평균이 아니라 개별 사례들의 합으로 움직인다. 그리고 내 인생은 평균으로 사는 게 아니다. 내 집 마련도 마찬가지다.
상급지는 절대적인 개념이 아니다. 누군가에게 상급지는 반포의 신축 34평이지만, 다른 누군가에겐 광명, 또 다른 누군가에겐 미사나 다산일 수 있다. 중요한 건 “남들이 부러워하는 곳”이 아니라 “지금의 나에서 한 단계 위”다.
무주택자에게 첫 분양권은 상급지이고, 수도권 외곽에 있는 사람에게 서울 외곽은 충분히 상급지다. 상급지는 늘 현재 위치 대비 상대적 이동으로 정의되어야 한다. 그런데 우리는 목표를 한 번에 끝까지 당겨버리는 오류를 범한다. 강남이 아니면 실패, 서울 핵심지가 아니면 의미 없다고 생각한다. 이 사고방식이 문제다. 시장은 계단식으로 움직이는데 우리는 엘리베이터만 찾고 있다.
서울을 포기하자는 말이 아니다. 다만 접근 방식을 바꾸자는 이야기다. 한 번에 들어가려 하지 말고, 쪼개고, 우회하고, 시간을 활용하자. 비강남 소형, 3기 신도시, 입주장 매수, 규제와 비규제의 경계 지점들 등 서울 진입 경로는 생각보다 많다. 다만 그 길은 뉴스 헤드라인에 잘 나오지 않을 뿐이다.
예를 들어 진접2지구 24평형 아파트는 4억 원에 분양을 하며, 수도권에 거주하는 무주택자라면 청약이 가능하다. 거주의무도 없어서 기존 거주지에서 계속 살면서 전세를 놓아도 된다. 예상되는 전세가격은 최소 3억 원 이상으로 큰 부담이 되지 않는다. 현재 예상되는 시세는 6억 원으로 당첨받자마자 확보되는 이익도 상당히 크다. 이런 기회를 놓치지 말고 탄탄하게 자산을 쌓아가면서 원하는 나만의 상급지로 결국 이동할 수 있게 된다.
청약은 단거리 경주가 아니라 장기전이다. 10년에 3번은 기회가 온다. 그 기회를 살리려면 남의 상급지를 부러워할 시간이 아니라, 나만의 상급지를 정의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서울은 여전히 높은 벽이지만 모든 벽이 같은 높이는 아니다. 문제는 벽이 아니라, 우리가 벽 전체를 한 장의 통계로 착각하고 있다는 점이다. 상급지에 목매지 말자. 속도와 크기보다 중요한 건 방향과 선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