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위기의 홈플러스 ‘청산’은 막아야

입력 2026-01-1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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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우 아주대 경영학과 겸임교수

지난해 3월 국내 대형마트 2위 기업 홈플러스가 전격적으로 기업회생을 신청했다. 홈플러스는 전국 120여 개 점포에서 7조 원 가까운 매출을 올리며 정상적인 영업을 해오던 터라 사회적인 충격은 컸다. 홈플러스의 기업회생 신청은 최대 주주인 사모펀드 MBK파트너스(이하 MBK)에 의해 결정된 사안이다. 하지만 회생절차에 돌입한 후 10개월이 지난 현재 매각 가능성이 요원하다는 결론으로 향하고 있다.

점포 구조조정 통해 기업가치 높여야

지금의 상황에 대한 획기적 타개책이 없다면 홈플러스는 결국 청산으로 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주주인 MBK와 메리츠금융그룹 등은 자산 청산을 통해 피해를 최소화하겠지만, 홈플러스에 근무했던 근로자와 납품업체, 관련 중소기업은 청산에 따른 피해를 고스란히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홈플러스 철수로 인한 지역 상권 침체와 소비자 불편 또한 이어질 것이다. 필자는 홈플러스 브랜드가치 극대화와 매각 전략 재수립을 통해 근로자와 이해관계자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이를 위해 MBK의 홈플러스 매각 전략의 실패요인을 분석하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홈플러스 매각 솔루션을 냉정히 제안하고자 한다.

홈플러스는 1997년 삼성물산과 영국 테스코가 합작한 삼성테스코에 의해 설립되었다. 2000년대 국내 대형마트 3사인 이마트와 홈플러스, 롯데마트는 시장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신규 점포 오픈에 열을 올리고 있었다. 2006년 이마트가 월마트 16개 점포를 인수하였고 이에 질세라 홈플러스는 2008년 옛 까르푸였던 홈에버 36개 점포를 인수하며 대형마트 양강 체제를 구축하였다. 2011년에는 삼성물산이 잔여 지분 5.32%를 테스코에 넘기면서 홈플러스는 영국 테스코의 기업이 되었다. 2010년대 대형마트 전성시대가 열리며 홈플러스는 승승장구하였는데, 갑작스러운 영국 테스코 본사에서 악재가 터졌다.

모기업 영국 테스코가 영업이익을 부풀리기 위해 회계장부를 조작하는 사건이 터지면서 알짜 해외 자산인 한국의 홈플러스를 매각하기로 결정하였다. 마땅한 매입 기업이 없었던 상황에 유통기업이 아닌 사모펀드 MBK가 나섰다. 홈플러스 임직원과 노조가 반대했음에도 결국 2015년 MBK가 7조6800억 원에 홈플러스의 새 주인이 되었다. 당시 MBK의 홈플러스 인수는 사모펀드 업계에서 성공적인 사례로 알려졌지만, 현재는 알짜 자산 매각과 경영 실패라는 논란을 만들며 아시아 최대 사모펀드사인 MBK를 위기에 빠지게 하고 있다.

연매출 7조 원대 홈플러스를 인수한 MBK는 기존 테스코의 운영방식은 유지하면서 사모펀드답게 재무적 경영전략으로 방향을 잡고 조직과 관리체계를 변화시켰다. 당시 국내 대형마트 유통시장은 이마트가 연매출 13조 원으로 선두 자리를 유지하던 상황에 홈플러스는 투자를 통한 1위 경쟁보다는 2위를 지키는 전략을 구사하였다.

이커머스 공습으로 2021년부터 적자 누적

인수 후 5년간 꾸준히 6조~7조 원의 연매출을 기록하며 2020년까지는 영업이익을 냈지만, 이커머스 유통의 공습으로 인해 2021년 1335억 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다음 해는 2000억 원으로 적자 폭이 커지며 현재까지 적자 늪에서 못 벗어나고 있다. 이미 홈플러스는 오프라인 매장 혁신과 이커머스 전환에 모두 실패하며 유통시장에서 방향성을 잃고 추락하고 있었다. MBK가 갑작스러운 기업회생을 진행한 이유가 어느 정도 설명이 되는 부분이다.

MBK의 홈플러스 기업회생 진행과정에 있어 몇 가지 전략적 실패를 확인할 수 있다. 첫 번째, 손실 최소화를 위한 통매각을 고수하면서 매각 타이밍을 놓쳤다. MBK는 처음부터 홈플러스 대형마트와 기업형 슈퍼마켓 전체 통매각을 고수했다. 매각을 하기 전 인수자를 내정해 더 유리한 조건으로 협상하는 스토킹 호스 방식을 이용했지만, 인수기업은 나타나지 않았고, 이후 공개경쟁입찰 방식으로 전환한 후에도 실제 인수 가능한 기업의 신청은 없었다.10개월이 흘러가며 대형마트로써 운영이 어려워지며 홈플러스 가치는 급격하게 하락하였다.

두 번째, 유통기업으로서 홈플러스의 기업 가치를 지키지 못했다. 홈플러스의 청산가치는 3조7000억 원으로 계속기업가치 2조5000억 원보다 높게 평가된다. 즉, 보유한 부동산의 가치가 높게 평가된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부동산 가치는 부동산 시장 상황과 수조 원대 부동산을 구매 가능한 매입자가 나타나야 실물가치로서 실현 가능하다. 필자는 MBK가 3조 원 대의 부동산 가치에 과도한 자신감을 가진 게 아닌가 생각한다. 현재 국내 부동산 침체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이어지고 있고, 온라인 유통으로 유통 시장이 이동하며 대형마트 점포 건물의 활용성은 낮아진 상황을 고려해야 했다.

세 번째, 홈플러스 임직원과 소통 부재로 위기 극복을 위한 구성원의 하나된 회생 분위기 조성에 실패했다. 기업 경영에서 성장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건 리스크 관리다. 위험이 닥쳤을 때 기업 내 응집력을 바탕으로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생사를 결정한다. 홈플러스는 기업회생 시작부터 임직원과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발표했고, 기업회생 과정에서도 노동조합과 회생절차 및 계획에 대한 이견이 많았다. 어려운 기업 상황에 노사가 한마음으로 힘을 모아도 극복이 될까 말까 한데, 각자의 입장과 목소리를 내는 것은 기업 회생을 더욱 어렵게 만든다.

하루하루 시간이 지날수록 고객은 줄어들고 매장 진열상품은 비어가면서 홈플러스의 청산 시간은 다가오고 있다. 지금 홈플러스는 시간이 없으며, 홈플러스의 청산과 점포별 쪼개기 매각은 막아야 한다. 결론적으로 홈플러스가 적절한 금액에 매각되기 위해선 부동산 가치뿐만 아니라 유통기업으로서의 가치도 함께 있어야 한다. 현재 침체한 부동산 시장에서 지방에 위치한 홈플러스 점포를 높은 가격에 매입할 기업은 많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유통기업으로 가치가 있다면 유통기업뿐만 아니라 식품 및 소비 기업이 관심을 가질 수 있다. 지금이라도 신속하게 점포 구조조정을 해야 한다. 실적이 부진한 점포는 과감히 폐업하고 실질적인 알짜 점포로 구성해 기업회생을 진행해야 매각 희망이 있을 것이다. 그래야 살아남은 점포를 중심으로 직원 고용승계와 관련 기업 운영이 이어질 수 있다.

인수기업에 정책자금 지원 등 필요해

정부는 사모펀드인 MBK가 경영한 홈플러스 기업회생 지원에 신중해야 한다. 하지만 홈플러스 직원 고용 유지엔 적극적인 지원을 해야 한다. 1차적으로 홈플러스 직원이 이직하게 된다면 옮기는 회사에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이 있고, 2차적으로는 홈플러스를 인수하는 기업에 고용승계 지원 정책자금을 지원할 수 있다. 단계적 지원방안으로 매입 기업의 부담을 덜어 주어야 한다.

마지막으론 지방의 상권 붕괴와 식품 사막화를 막기 위해 지방의 홈플러스 점포에 대한 지자체 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 홈플러스는 2만 명의 직원을 보유하고 있다. 홈플러스가 청산한다면 지방의 소비자 불편과 상권 붕괴, 일자리 감소, 연관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손실 등 막대한 피해가 발생할 것이다. 청산을 막기 위해선 이해관계자들의 양보와 정부, 지역 지자체의 지원과 국민적 관심이 필요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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