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능 넘어 全주기 지원체계 갖추고
설계 기반 다져 협력모델 준비해야

언제부터 방산 수출이 국가 총력전이 되었을까. 한국의 방산 수출은 한동안 ‘국내 운용 장비를 해외에 그대로 파는 단일 무기 거래’에 머물렀다. 그러나 2000년대 중후반 수출이 늘면서 방산 수출이 단순 매출이 아니라 산업 생태계를 키우는 전략 수단이라는 인식이 확산됐다. 이때부터 성공 요건이 달라졌다. 기업의 영업만으로는 부족했고, 외교·안보 협의, 기술이전, 금융지원, 후속 군수지원이 한 묶음으로 엮이기 시작했다. 2010년대 이후에는 구매국 작전환경에 맞춘 개조개발, 교육·정비, 성능개량까지 포함하는 전주기 패키지가 보편화되며 수출은 ‘무기 하나를 파는 일’이 아니라 ‘정부와 산업이 함께 움직이는 장기 사업’으로 재정의됐다.
이 변화가 가장 압축적으로 드러나는 사례가 캐나다의 CPSP(Canadian Patrol Submarine Project)이다. 캐나다는 3000t급 디젤 잠수함 8~12척 도입을 추진 중이다. 겉으로는 “어느 잠수함이 더 성능이 좋은가”처럼 보이지만, 실제 승부처는 전주기 능력이다. 누가 수십 년(통상 20~30년) 동안 운용·정비·성능개량을 끊김 없이 책임질 수 있는가, 누가 부품·정비 거점과 인력 양성까지 포함한 지속 가능한 공급망을 제시할 수 있는가가 핵심 질문이다. 그래서 독일 TGMS(티센크루프 마린 시스템스)가 구조적으로 유리하다는 분석도 적지 않다.
캐나다는 2025년 12월 유럽연합(EU)의 SAFE(Secure Action for Europe·총 1500억 유로) 공동조달·방산생산 금융수단에 비유럽 국가로는 처음 참여하며 유럽 방산 생태계와의 접점을 넓혔다. 이 변화가 CPSP 조달 규정을 직접 바꾸는 것은 아니더라도, 산업협력·공급망 설계에서 유럽권 업체가 상대적으로 유리한 환경을 확보하는 간접 요인으로 작동할 수 있다. 여기에 한국 해군의 KSS-II(214급)가 과거 독일 설계 라이선스 기반으로 개발·건조된 이력은, 법적 걸림돌이라기보다 협상과 여론 프레임에서 ‘원천 기술과 지식재산권’ 이슈가 다시 부각될 소지가 있음을 시사한다.
반면 독일은 오랜 재래식 잠수함 개발·수출 경험과 다국적 운용 실적, 북대서양·NATO 중심의 안보 협력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잠수함 자체뿐 아니라 운용·정비·산업협력까지 묶은 ‘완성형 패키지’를 구성하기가 상대적으로 쉽다. 결국 캐나다 CPSP는 성능 경쟁이 아니라 제도·역사·신뢰·네트워크가 결합된 패키지 전쟁이다.
이 지점에서 한국과 독일의 강·약점은 더 선명해진다. 한국의 강점은 빠른 건조 능력과 제조 경쟁력, 정부 주도의 신속한 의사결정, 그리고 최근 대형 무기체계 수출에서 축적된 패키지 협상 경험이다. 즉, 우수한 성능의 체계를 신속히 생산하고 국가 주도로 사업을 밀어붙일 수 있는 실행력이 강하다. 하지만 약점도 분명하다. 잠수함 분야 수출 레퍼런스가 제한적이고, 일부 핵심 설계·체계에서 독일 원천기술 및 지식재산권 이슈가 경쟁의 약점으로 재부각될 소지가 있다. 북대서양·NATO 작전환경에서 신뢰를 ‘운용 실적’으로 입증한 사례가 상대적으로 부족하다는 점도 부담이다.
반대로 독일은 독자 설계 기반의 지식재산권, 장기간 축적된 개발 경험, 다국적 운용 실적, 북대서양·NATO와 결합된 전략적 신뢰가 강점이다. 잠수함을 단일 무기체계가 아니라 운용·정비·성능개량·산업협력까지 포괄하는 장기 사업으로 설계해 온 경험은 여전히 독일의 비교우위로 작동한다. 다만 높은 사업비, 복잡한 의사결정 구조, 구매국 요구에 대한 유연성 부족은 독일의 부담이다. 정리하면 한국은 “산업적 효율과 가격 경쟁력”, 독일은 “전통·신뢰·제도적 연결성”이 강하다.
그래서 결론은 분명하다. 앞으로 K-방산의 과제는 ‘좋은 제품을 파는 능력’이 아니라 수출 이후의 시간을 설계하는 능력이다. 원천기술·지식재산권의 불확실성을 줄여 설계 기반을 단단히 하고, 운용·정비·성능개량을 한 묶음으로 제시하는 전주기 지원 체계를 표준화해야 한다. 동시에 구매국의 동맹·제도·공급망 안으로 들어가는 산업협력 모델을 상시로 준비해야 한다. 캐나다 CPSP는 단일 수주의 성패를 넘어, 방산 수출의 승부 규칙이 이미 ‘패키지 전쟁’으로 바뀌었음을 보여주는 방향타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