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현논단_유병규 칼럼] ‘천수답 증시’ 넘어 프리미엄 얹으려면

입력 2026-01-0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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前 산업연구원장

대기업 위주서 중소·중견 동반성장
세제 등 과감한 규제개혁 뒤따르고
우량기업 키워낼 산업정책 나와야

2026년에도 국내 주가가 상승세를 유지하길 희망한다. 작년 한국 종합주가지수는 4000선을 돌파해 역사적 신기록을 수립했다. 연초 대비 70% 이상 올라 미국 S&P500 대비 4배에 가까운 성과를 내며 주요국 주가지수 중 최고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국내 증권사들의 새해 주가 전망은 지속 상승할 것이라는 낙관론이 대세를 이룬다. 일단 주식 투자에 활용할 수 있는 시중 유동성이 매우 풍부하다. 인공지능(AI)이 더욱 확산되어 반도체 산업 생산과 수익이 최고조에 달하는 ‘반도체 슈퍼 사이클’이 확실시되고 있으며, 정부의 기업 가치 제고(밸류업) 정책이 계속 강화될 것이라는 예상도 우세하다. 게다가 오는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주가 부양을 정부가 강력히 밀어붙일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감마저 시장 내 팽배해 있다.

그럼에도 새해 주가의 급변동을 우려하는 목소리 역시 만만치 않다. 우선 거시 경제 환경이 녹록지 않다는 점이다. 한국 경제의 저성장 기조가 지속될 전망이고 원화 환율도 불안해 투자 심리가 위축될 수 있다. 미국 금리와 세계적 AI 기업들의 실적 전망이 불투명한 점도 국내 증시의 최대 불안 요인 중 하나다. 국내 제조업 경쟁력이 갈수록 취약해지고 있고 수익성 악화도 우려된다. 새해에도 오로지 주요 반도체 기업들의 실적에만 의존하는 파행적 장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큰 것이다.

과연 정부 정책의 일관성이 유지되고 기대하는 만큼 성과가 나타날 것이라는 점에 대해서도 의구심이 없지 않다. 정부 정책이 실효성 있는 제도나 투자 유인책으로 정착하지 못하고 예전처럼 구호나 캠페인에만 머물고 마는 게 아닌가라는 불신과 불안감이 국내외 투자자들 사이에서 불식되지 않고 있다.

새해에도 국내 증시가 호조세를 나타내 정부가 바라는 대로 국내 자산 투자 시장을 부동산 위주에서 주식 중심으로 전환하려면 국민들이 장기적으로 믿고 투자할 수 있는 우량 주식 상품들을 양산하는 데 정책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워런 버핏을 비롯한 세계적 투자가들은 지속 가능한 경쟁우위를 확보하고 자본 수익성을 높여가는 기업 주식에 투자를 해야 큰 수익을 얻을 수 있다고 입을 모아 조언한다. 이는 투자 자본이 선호하는 산업과 기업의 보편적 조건이기도 하다.

한국 증시에 국내외 자금을 지속적으로 끌어오려면, 이러한 조건을 충족하는 우량 기업 비중이 구조적으로 늘어나야 한다. 결국 자본 시장 개선도 중요하나 증시 활성화의 근본 해법은 경쟁력 있는 산업과 기업을 영속적으로 키워내는 산업과 기업 육성 정책에 있다.

무엇보다 산업 정책 패러다임을 개발시대에 적합한 ‘선정과 보호’가 아니라 글로벌 경쟁 시대에 걸맞은 ‘지속 확장과 경쟁력 강화’로 전환해야 한다. 국내 주식 시장을 선도하는 반도체·AI·바이오·에너지 산업들은 이미 글로벌 경쟁의 중심에 서 있다. 정부는 지금은 유효하지 않은 규제와 행정 절차들을 과감히 개혁해 국내 산업이 세계 무한 경쟁 시장에서 우위를 점하고 규모를 키워갈 수 있는 스케일업(scale-up)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급속한 기술 혁신 시대에 기존 산업의 경쟁력을 키우고 신성장 산업과 기업을 끊임없이 만들어가려면 연구개발 정책 또한 단순히 지원 자금 규모를 늘리는 데서 벗어나 연구개발 성과를 수익 모델화하고 사업화로 연결하는 R&Biz 정책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미래 유망 산업을 이끌어갈 도전적이고 창의적인 벤처기업들이 끊임없이 생성되는 연구-자금-인력이 연계된 활력 넘치는 벤처 생태계를 조성하는 데 힘써야 하는 것이다.

국내 증시가 소수 대기업에 의존하는 천수답 구조에서 탈피하려면 대기업과 중소·중견 기업들이 함께 발전하는 동반 성장 생태계를 만들어야 한다. 대기업의 경쟁력 확보에 필수적인 소재·부품·장비(소부장) 산업 내 중소·중견 기업들이 세계적인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대·중소기업 상생 정책과 중소·중견 기업에 청년 인재들이 몰려들도록 처우 개선과 근무 환경 개선 방안에 정책의 모든 자원을 집중해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자본시장 선진화 정책 또한 꾸준히 이어가야 할 것이다. 자본시장의 세제와 규제 부문 개선책은 일관성 있게 추진해야 한다. 한국 증시의 진정한 매력은 일시적 지수 상승이 아니라 ‘한국이 어떤 성장 국가가 되고 있는가’라는 ‘국가 성장 스토리’를 만들어내는 데 있다. 이때 비로소 국내 주식은 저평가(디스카운트)에서 벗어나 고평가(프리미엄)를 얻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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